예쁜 마을과 송전탑

 


  경상남도 밀양 시골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을 못 놓도록 가로막은 시골 할아버지 세 사람한테 자그마치 ‘손해배상 10억’ 원을 물도록 해 달라는 고소장을 한국전력이 법원에 냈다고 한다. 한국전력은 시골에서 논밭을 부치는 할아버지한테 ‘하루 100만 원’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말했다는데, ‘법률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송전탑을 지으려 할 때에는 ‘땅을 강제수용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골마을 할아버지들은 당신 논밭을 지킬 뿐 아니라, 송전탑이 설 때에 생기는 무시무시한 전자파가 무서워 송전탑을 못 놓게 하려고 하는데, 할아버지 피를 말리고 죽음으로 내모는 법이요 한국전력이며 송전탑일 뿐 아니라, ‘도시에 모자라는 전기를 시골에 발전소를 지어 멀디먼 길을 송전탑을 세워 실어나르는 도시 문명사회 오늘날 얼굴’이라고 하겠다.


  밀양에 발전소가 있을까? 밀양에 발전소가 있다면 이 발전소는 전기를 어디로 보내려 하는가? 밀양 시골마을을 지나도록 한다는 송전탑은 왜 세워야 할까? 왜 도시에 발전소를 안 지어서 시골을 망가뜨리려 하나? 아니, 시골 논밭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멍에와 굴레를 뒤집어씌우는가? 흙을 일군 사람은 알 텐데, 논으로 삼거나 밭으로 삼을 만한 흙이 되도록 하려고, 흙일꾼은 열 해나 스무 해 땀을 흘린다. 때로는 더 긴 나날을 삽과 곡괭이와 괭이와 호미와 가래로 일구고 갈아서 기름진 땅으로 만든다. 논 한 뙈기나 밭 한 자락 공시지가는 무척 싸다 하겠으나, 이 값싼 땅이 논이나 밭이 되기까지 얼마나 살가운 숨결과 땀방울이 배었는지를 헤아릴 노릇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고, 돈으로 따지지 않는 사랑이 깃들었으니까.


  포스코 회사에서 전남 고흥 나로도에 지으려 하는 발전소를 떠올린다. 고흥군수는 발전소를 받아들이려 하는지 안 받아들이려 하는지, 하는 생각을 여덟 달이 지나도록 아직 안 밝힌다. 발전소를 지으면 발전소 둘레뿐 아니라, 송전탑이 설 마을도 망가지고,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이 흐르는 마을도 망가질 뿐더러, 발전소에서 내보내는 열폐수가 흐를 바닷마을도 망가진다.


  전남 고흥 나로섬은 안쪽 나로와 바깥 나로, 한자로 ‘내나로’와 ‘외나로’가 있는데, 안쪽 나로 한쪽에 있는 예쁜 시골, ‘소영마을’ 바닷가를 한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송전탑이 이 마을을 가로지르면, 또는 이 마을 옆 삼암산을 지나면, 이 예쁜 바닷마을은 어떻게 망가져야 할까. 발전소 매연과 열폐수에다가 송전탑이랑 전자파까지, 더더구나 발전소를 들락거릴 끝없는 자동차들이 뿜을 매연이랑 시끄러운 소리는, 고요하고 예쁜 바닷마을을 얼마나 무너뜨릴까. (4345.7.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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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7-09 22:53   좋아요 0 | URL
사진이 참 아름답네요.
그러게요, 얼마나 망가져야 할까요. 아휴.

숲노래 2012-07-10 03:04   좋아요 0 | URL
사진이 아름답다기보다,
사진으로 담긴 마을이 아름답습니다...

너무 커져 버린 도시가 작아지면서
시골로 바뀌지 않는다면,
더 커지려는 도시를 먹여살려야 하니
시골이 더 망가져야 해요...

책읽는나무 2012-07-13 17:57   좋아요 0 | URL
이쪽 시골도 버스 타고 지나다보니 큰 송전탑이 우뚝 우뚝~
밀양도 이쪽과 가까워 그송전탑들이 밀양과 연결될 것인가?
생각이 드는군요.ㅠ

숲노래 2012-07-14 05:00   좋아요 1 | URL
밀양이 아니더라도
송전탑은
한국 곳곳에 지나치게 아주 많답니다...

모두들 시골 논밭을 망가뜨리며 세운 녀석들이에요...

http://www.gh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77

이 글을 한 번 읽어 보셔요...
 


 시골버스 할머니 삯

 


  아이한테 영화 〈집으로〉를 다시 보여주며 이럭저럭 집안일을 하다가 이렁저렁 집안일을 마친 다음 나란히 앉아 조금 들여다본다.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는 버스삯이 없어 먼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 시골에서는 여든 살 할머니이든 아흔 살 할아버지이든 버스삯을 낸다. 시골마을 시골버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버스삯을 내기 때문에 버스가 다닐 수 있다.


  도시에서는 어떠한가. 도시에서도 여든 살 할머니나 아흔 살 할아버지한테 버스삯을 내도록 하지 싶다. 다만, 도시에서는 버스를 삯을 치르고 타야 할 테지만, 지하철이나 전철은 거저로 탈 수 있도록 해 준다. 버스와 전철이 나란히 있는 도시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꼭 걸어서 먼길을 다녀야’ 하지는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버스회사는 개인회사일 테니까 삯을 치러야 하겠지. 버스회사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돈을 받아야겠지. 그런데, 버스회사야말로 공공회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사업자가 돈을 들여 버스를 마련하고 버스길을 살필 노릇이 아니라, 버스 일꾼은 모두 공무원이 되어, 마을 골골샅샅 알맞게 살펴 찬찬히 다닐 노릇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하면서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젊은이나 어린이 누구나 따로 버스삯 없이 버스를 타도록 해야지 싶다. 버스삯이나 버스 일꾼 일삯은 사람들이 여느 때에 내는 세금으로 대고.


  돈벌이 때문에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은 덜 다니려 하는 버스인데, ‘사람이 다니는 길’을 헤아려 한 시간이나 두 시간에 한 대라도 지나도록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버스 일꾼이 회사에서 달삯을 받지 않고 ‘이 나라 여느 사람이 내는 세금’에서 달삯을 받는다면 거칠게 몰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바삐 모는 일 또한 없으리라 본다. 이리 되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버스길이 여럿 겹치는 일도 사라지겠지. 사람들 움직임에 맞추어 버스길을 알맞게 마련하고, 굳이 멀리멀리 돌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홀가분히 갈아타도록 하면서 버스가 자주 다니면 된다. 짐을 많이 들더라도, 버스 일꾼이 바삐 재촉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버스 일꾼이나 다른 손님이 짐을 들어 주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다니면 되니까, 외려 사람내음이 물씬 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발돋움했으니까, 외진 곳 버스역에서 단추를 누르면 ‘이제 탈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알려져, 외진 곳 손님을 태우러 따로 버스가 움직일 수 있겠지. 그러니까, 외진 곳 버스역에서 단추를 눌러서 알리지 않는다면 여느 때에는 굳이 이곳까지 따로 안 와도 된다는 뜻으로 삼으면 되고.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좋은 길을 좋은 버스가 다니기를 꿈꾼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버스들이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느긋하게 조금 더 예쁘게 달릴 수 있기를 꿈꾼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버스 일꾼이 싱긋빙긋 웃으면서 착하게 일하며 땀흘리는 보람을 누릴 수 있기를 꿈꾼다. (4345.7.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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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던져 모기를 잡다

 


  모기 한 마리 윙 소리를 내며 내 옆을 날아간다. 얼른 잡아야지 생각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책을 집어 모기가 날아가는 쪽으로 휙 던진다. 모기는 책 끄트머리에 맞아 팍 터진다. 방바닥과 책 모서리에 모기 피가, 또는 내 피가, 또는 아이들 피가 벌겋게 묻는다. (4345.7.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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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읍내 마트와 자가용 선물

 


  오랜만에 네 식구가 읍내로 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사람들이 무척 북적거리는 마트 한 군데를 본다. 고흥시장 한켠에 있는 마트인데, 예전에 이 앞을 지나가며 슬쩍 들여다볼 적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진열장을 바꾸고 가게이름을 살짝 바꾸어 새롭게 여는 듯한데, 이날 이 마트에는 손님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무슨 일일까. 집으로 돌아가기 앞서 읍내 빵집에 들러 빵 몇 점을 사는데, 빵집 일꾼이 우리한테 튀김빵 두 점을 덤으로 더 얹어 주면서 “경품으로 자동차 준다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요.” 하고 말한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광고종이 한 장을 주워서 펼쳐 본다. 참말 자동차 한 대를 경품으로 줄 뿐 아니라, 한동안 그 마트에서 온갖 물건을 반값으로 판단다. 여느 빵집에서는 3000원에 파는 식빵을 1000원에 판단다. 읍내에 파리바게트가 가게를 넓히며 새로 열면서 이웃한 작은 빵집 손님을 다 끊을 판이더니, 새로 여는 마트에서는 값 후려치기를 하면서 읍내 작은 빵집 손님을 몽땅 쓸어낼 판이로구나 싶다.


  그런데 어떤 물건을 반값에 팔까. 농약이나 비료를 안 쓴 푸성귀를 반값에 팔까. 소포제와 유화제를 안 쓴 두부를 반값에 팔까. 화학조합물 안 넣은 가공식품을 반값에 팔까. 화학세제를, 간장을, 라면을, 참치깡통을, 우유를, 과자를, 달걀을, 소시지를, 바나나를, 수박을 반값으로 판다. 우리 식구가 그 마트에서 살 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다. 생각해 보면, 여느 때에 그 마트에 들러 물건을 산 일이 없다. 읍내 마트에서는 곤약이나 천사채를 살 뿐이다.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품에 안긴 첫째 아이는 어느새 스르르 잠든다. 뒤에서 마을 할머니가 “벼리야, 어디 갔다 오니? 응?” 하고 자꾸 말을 걸어도 아이는 못 듣고 곯아떨어진다. 버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과 숲을 바라본다. 시골 읍내가 되든 도시 한복판이 되든, 마트 같은 데가 새로 열면서 손님들한테 줄 만한 경품은 자가용, 텔레비전, 두루말이 휴지쯤이 고작일까. 마트에서 경품으로 책을 준다 하면 손님이 들까. 책 선물을 고맙거나 즐겁게 여길 손님은 얼마나 될까. 아니, 마트에서 책을 선물로 준다 할 때에 어느 책을 선물로 삼으려나. 베스트셀러를? 스테디셀러를? 널리 읽히거나 팔리지는 못하지만 우리 가슴을 촉촉히 적시거나 보듬는 아름다운 책을? (4345.7.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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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7-06 02:25   좋아요 0 | URL
사금벼리, 산들보라 둘다 많이 컸겠는걸요~^^

저도 아줌인지라 공짜나 반값엔 혹~하는 경향이 있죠.
근데 얼마전 동네 헌책방에 제가 아끼는 책이 덩치로 진열되어 있는 걸 보니 왠지 씁쓸하더라구요.
빨리 좋은 주인을 만나 귀하게 읽혔으면 싶었어요, ㅋ~.

숲노래 2012-07-06 06:35   좋아요 0 | URL
틈틈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참 많이 자랐구나 하고 느끼시리라 믿어요~

큰 가게들 반값 놀이는 너무 지나쳐
서로서로를 무너뜨리겠구나 싶어요.
'제값'과 '제삶'을 잊는다고 할까요..

누군가 동네 헌책방에 '아름다운 책'을 스스럼없이
즐겁게 내놓았나 보군요.
그렇게 책을 내놓아 준 아름다운 넋을 알아볼 분은
금세 나타나겠지요~~ ^^
 


 자전거로 세 시간 달리며 보다

 


  자전거로 세 시간을 달린다. 고흥 도화면 신호리 동백마을에 있는 우리 집부터 고흥 봉래면 나로2다리까지 달린다. 가는 길에 바지런히 사진을 찍느라 나로2다리 앞까지만 가고 더 나아가지 못한다. 돌아올 길을 생각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도 했고, 사진을 찍느라 자전거를 멈추면 집에 너무 늦는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두 아이를 생각하자니, 이제 더 늦출 수 없다.


  어쨌든, 집부터 길을 나선 뒤 나로2다리 앞까지 한 시간 반을 달리며 사진을 찍었고, 나로2다리에서 다시 길을 나서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 반을 달렸다. 가는 길은 사진을 찍으며 갔어도 한 시간 반이요, 오는 길은 사진을 안 찍으며 달려도 한 시간 반. 아주 마땅하지만, 갈 적에는 기운이 팔팔하고, 올 적에는 다리힘이 풀리니까. 세 시간을 내리 쉬지 않고 달리니 집에 닿을 무렵에는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게다가, 자전거로 이 길을 달리기 앞서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 우체국에 다녀왔으니.


  집에 닿아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찍은 사진을 죽 살핀다. 내가 자전거로 이 길을 달리며 무엇을 보았는지 살핀다. 그리고, 고흥에서 태어나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이 고장을 얼마나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바라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마복산 기슭을 넘을 무렵 만난 마을에서 비탈밭을 일구는 할배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을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사람은 왜 태어나서 살아가는가. 사람은 어디에서 무엇을 누릴 때에 가장 즐거울까. 사람은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기쁘게 잠을 자는가. (4345.7.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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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7-05 07:54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남편과 마곡사에 갔다가 그 주위를 두어 시간 걷다 왔습니다. 약간 흐린 날씨라 한낮이지만 아주 덥지는 않았지만 제법 땀이 많이 나더군요. 논, 밭을 따라, 숲을 헤치며 걷다보니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 갖기 힘든 시간이었답니다. 눈에 뭐가 반짝 들어올때마다 사진도 꽤 많이 찍었어요.
세시간을 페달을 밟으셨으면 아무리 중간에 잠깐씩 쉬셨다해도 다리가 무척 많이 아프셨겠어요.

숲노래 2012-07-05 07:53   좋아요 0 | URL
여느 때에도 숲에서 살아간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나 미움은
눈녹듯 사라지지 않으랴 싶어요.

숲이 사라지고,
인공 공원만 생기니
사람들이 사랑을 못 키우지 않나 싶기도 해요..

2012-07-05 0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7-05 07:52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 주셔요~ ^^

사람들이 새책도 헌책도
모두 사랑스러운 책으로 여겨
예쁘게 아낄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