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28.

오늘말. 게걸스럽다


저물녘에 멧새 두 마리가 우리 집 마당으로 찾아옵니다. 후박나무 가지에 내려앉아서 노래를 들려주는데, 더없이 맑게 쩌렁쩌렁하군요. 꾀꼬리가 베푸는 울림빛인가 싶어 한참 귀를 기울입니다. 곁에 책밭과 책숲을 일구면서 책하루를 누리는데, 아름다이 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을 적에는 종이꾸러미를 내려놓습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빛다발을 헤아립니다. 둘레를 환하게 감싸는 노랫가락을 품습니다. 꾀꼬리는 어느새 날아가고, 이윽고 밤이 덮으면서 개구리노래가 우렁찹니다. 새삼스레 귀를 틔워서 노래바다에 잠깁니다. 책바다도 즐겁지만, 게걸스레 읽기보다는 봄빛과 여름빛과 가을빛과 겨울빛을 다 다르게 돌아보면서 모두 새록새록 누립니다. 글줄에도 이야기가 흐르고, 노래마디에도 이야기가 흐릅니다. 풀벌레노래도 책이요, 빗방울노래도 책입니다. 숲에서 들려주는 노래에는 아무런 자랑이 없어요. 온누리에서 살아가는 보람이 감도는 푸른노래입니다. 따로 솜씨꾼이나 재주꾼이 아닌 멧새요 개구리요 풀벌레입니다. 사람도 서로 사랑으로 꽃보람을 나눌 적에는 스스럼없이 노래하면서 두런두런 오늘을 즐길 줄 알 테지요.


ㅅㄴㄹ


책빛·책바다·책밭·책숲·책벌레·책사랑·책하루·책벗·책동무·책꾸러기·꼭책·늘책·함박책·다읽다·모두읽다·마구읽다·오롯읽다·많이 읽다·듬뿍 읽다·잔뜩 읽다·게걸스럽다·게걸책·파고들다·파헤치다·누리다·보다·읽다·즐겨보다·즐겨읽다·즐기다·사랑·글사랑 ← 독서삼매, 독서삼매경


목걸이·기림돌·보람·목보람·꽃보람·보람꽃·보람빛·빛·빛꽃·빛다발·올림빛·자랑·자랑꽃·자랑빛 ← 훈장(勳章), 메달(medal)


노는이·뛰는이·사람·잔나비·잘하다·-잡이·장이·재주꾼·솜씨꾼·-쟁이·지기·꿰다·환하다·훤하다 ← 운동가, 운동인, 운동선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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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2 :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

→ 개구리헤엄으로 가던

→ 개구리처럼 가던


평영(平泳) : [체육] 개구리처럼 물과 수평을 이루며, 두 발과 양팔을 오므렸다가 펴는 수영법 ≒ 와영

개구리헤엄 : ‘평영’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헤엄을 칠 적에는 ‘나비헤엄’이나 ‘등헤엄’이나 ‘개구리헤엄’이라 하면 됩니다. 마음껏 헤엄친다면 ‘나래헤엄·날개헤엄’이라 할 만합니다.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은 겹말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살피니 ‘개구리헤엄’ 뜻풀이가 얄궂습니다. ‘평영’을 우리말 ‘개구리헤엄’으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ㅅㄴㄹ



레일 맞은편에서 건장한 남자가 접영으로 오고 있다. 반대 방향에서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 줄 맞은쪽에서 듬직한 사내가 나비헤엄으로 온다. 건너쪽에서 개구리헤엄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호두나무 작업실》(소윤경, 사계절, 202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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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5 :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 놀거리

→ 놀잇감


유흥(遊興) : 흥겹게 놂

entertainment : 1. 환대, 대접(hospitality) 2. 주연, 연회(social party) 3. 오락(amusement), 기분 전환; 연예, 여흥 4. (만화·모험 소설 등의) 읽을거리 5. (의견 등을) 고려하는 것 6. [폐어] 직업; 급여



  한자로 ‘유흥’이나 영어로 ‘엔터테인먼트’는 ‘놀다’를 가리킵니다.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라면 “놀거리로서 놀거리”처럼 같은말을 되풀이하는 꼴입니다. 단출히 ‘놀거리’나 ‘놀잇감’이라 하면 됩니다. 굳이 한자말과 영어를 앞세우거나 치레하면서 글결이 어긋났습니다. ㅅㄴㄹ



군인들을 위한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 싸울아비를 달래는 놀거리

→ 총칼바치를 다독이는 놀잇감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김엘리와 여섯 사람·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서해문집, 2024)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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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2726 : 중년의 아저씨



중년의 아저씨

→ 아저씨


중년(中年) : 1.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 중신 2. 사람의 일생에서 중기, 곧 장년·중년의 시절을 이르는 말

아저씨 : 1.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말 2.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이르는 말 3.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4. 고모부나 이모부를 이르는 말



  우리말 ‘아저씨’나 ‘아줌마’는 어느 만큼 나이가 든 사람을 가리킵니다. 젊지는 않되 늙지도 않기에 ‘아저씨’요 ‘아줌마’입니다. 한자말 ‘중년’으로 가리키는 ‘아저씨’에 ‘아줌마’예요. 그러니 “중년의 아저씨”나 “중년의 아줌마”는 아주 잘못 쓰는 말씨입니다. ㅅㄴㄹ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딱 붙는 핑크색 바지라니

→ 배 나온 아저씨가 딱 붙는 배롱빛 바지라니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예신형, 부키, 20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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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8 :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 차지하였다

→ -이었다


위치(位置) : 1. 일정한 곳에 자리를 차지함 2. 사회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지위나 역할

차지하다 : 1. 사물이나 공간, 지위 따위를 자기 몫으로 가지다 2. 비율, 비중 따위를 이루다



  한자말 ‘위치’는 ‘차지’를 뜻합니다. “위치를 차지하다”는 겹말입니다. “차지하고 있었다”는 옮김말씨 “-고 있다”를 잘못 붙인 얼개로 여길 수 있으면서, ‘차지하다’하고 ‘있다’를 잘못 겹쳤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차지하다’나 ‘있다’라 하고, 이를 한자로는 ‘위치’로 나타내는 얼거리입니다. 이 글월이라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를 통째로 가다듬어서 “고갱이를 차지하였다”나 “기둥이었다”로 손봅니다. ㅅㄴㄹ



지금보다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 요새보다 더 고갱이를 차지하였다

→ 요즘보다 더 큰몫을 차지하였다

→ 오늘날보다 더 기둥이었다

→ 오늘보다 더 알짬이었다

《서평의 언어》(메리케이 윌머스/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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