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44 :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



투발루는 아홉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 투발루는 아홉 섬 나라인데

→ 투발루는 섬이 아홉인데

→ 투발루에는 아홉 섬이 있는데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 20쪽



섬이나 나라는 ‘개’로 안 셉니다. “두 섬”이나 “세 나라”처럼 셉니다. 이 보기글은 “아홉 섬”이라 하면 되고, 옮김말씨인 ‘이루어졌는데’를 손질하면서 “섬이 아홉인데”나 “아홉 섬이 있는데”로 적을 만합니다. ㅅㄴㄹ



개(個/箇/介) : 1. 낱으로 된 물건을 세는 단위 2. [광업] 무게의 단위. 한 개는 지금(地金) 열 냥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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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9 : 이별은 헤어지는 -게 되는 병 -게 한다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병(病) : 1.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 ≒ 병막 2. ‘질병’의 뜻을 나타내는 말 3. 기계나 기구 따위가 고장이 나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깊이 뿌리박힌 잘못이나 결점 = 병집



임자말을 ‘이별’로 삼고서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리게 한다”라는 옮김말씨로 맺음말을 삼는 보기글입니다. 영 어설픕니다. “이별은 헤어지는”처럼 잇달아 적은 겹말도 얄궂습니다. 통째로 “헤어지는 사람들은 오래살며 앓는다”처럼 손질해 봅니다. 또는 ‘눈물’로 첫머리를 열고서, “오래살며 앓으라 한다”처럼 맺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이별은 헤어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리게 한다

→ 눈물은 헤어지는 사람들이 오래살며 앓으라 한다

→ 헤어지는 사람들은 오래살며 앓는다

《인간이 버린 사랑》(이이체, 문학과지성사, 2016)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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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40 : 헤어짐이 잦은 이별



이별(離別) : 서로 갈리어 떨어짐



이 보기글은 첫머리에 ‘헤어짐’이라 적고서, 뒤쪽은 ‘이별’이라고 적습니다. 앞뒤 모두 우리말 ‘헤어지다’를 써야 매끄럽습니다. 그리고 “헤어짐이 잦은 사람들에게”가 엉성합니다. 더구나 “밥 먹는 일보다 잦은”도 맞갖지 않은 꾸밈말입니다. “자주 헤어지면”이나 “자주 헤어진 사람”으로 첫머리를 열고서, 뒤쪽은 “헤어지면 늘”로 손봅니다. ㅅㄴㄹ



헤어짐이 밥 먹는 일보다 잦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이별이란 늘

→ 자주 헤어지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헤어지면 늘

→ 자주 헤어진 사람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헤어지면 늘

《그림에 스미다》(민봄내, 아트북스, 2010)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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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케이오KO



케이오(KO) : [체육] 권투에서, 선수가 다운되어 10초 안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 = 녹아웃

KO : 케이오(knockout)

ケ-オ-(KO) : 케이오. knockout (→ノックアウト)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영어일 ‘케이오’일 텐데, ‘나가떨어지다·넘어지다’나 ‘쓰러지다·퍼지다·엎어지다’로 풀어냅니다. ‘자빠지다·나동그라지다·떨려나가다’나 ‘무너지다·뭉그러지다·미끄러지다·허물어지다’로 풀어내고, ‘궁둥방아·엉덩방아’나 ‘나른하다·느른하다·기운없다·기운잃다·지치다·힘빠지다·힘없다·흐무러지다’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녹초·뻗다·지다·주저앉다·헐떡거리다’나 ‘비실거리다·비칠거리다·삐걱거리다·절뚝거리다·절다’나 ‘꽈당·털썩·털푸덕·헉헉’으로 풀어내어도 되어요. ㅅㄴㄹ



첫 시합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케이오를 당했다

→ 첫판 첫마당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드러누웠다

→ 첫겨룸 첫마루를 열면서 바로 시원하게 뻗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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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2.

오늘말. 못 배기다


무슨 일이든 쉬어가며 할 노릇입니다. 바빠서 어찌할 길 없다면 고단합니다. 짬을 내어 숨돌리기에 다시 일할 기운을 차려요. 틈이 없이 몰아쳐야 한다면 그만 못 배기고 튕길 수 있습니다. 잎물짬을 누려요. 봄에 훑은 꽃잎이며 나뭇잎을 햇볕에 말려 놓았으니, 느긋이 우려서 샛짬을 즐겨요. 온몸 가득 꽃내음에 잎빛을 적시면서 오롯이 일어설 숨빛을 살펴요. 마지못하여 해야 한다면 버겁습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면 갑갑합니다. 하는 수 없지 않습니다. 빠져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누가 잡아끌더라도 빙그레 웃으면서 쉽니다. 못 견디도록 밀어대는 곳에서는 사람빛이 사라지고, 일빛도 놀이빛도 없이, 노래빛도 춤빛도 없게 마련입니다. 기스락에 앉아서 해를 쬡니다. 깃새에 머무르며 바람을 마십니다. 쉴참이란 숨틈입니다. 숨을 틔우거든요. 한숨을 돌리니 쉼꽃입니다. 쉬면서 마음이랑 몸이 꽃처럼 다시 피어나요. 일밖에 모르는 곳에서는 못 참겠지요. 사랑이라면, 안 붙잡습니다. 사랑이기에, 바람처럼 부드럽고 햇볕처럼 따뜻합니다. 출출하니 새참도 누려요. 토막 같은 말미가 반갑습니다. 하루가 천천히 흐릅니다.


ㅅㄴㄹ


숨돌리다·한숨돌리다·쉬다·쉬어가다·쉼꽃·쉴틈·쉴참·숨틈·숨돌릴틈·숨쉴틈·새참·샛짬·잎물짬·잎물틈·찻짬·찻틈·짬·틈·틈새·말미·기슭·기스락·깃새 ← 브레이크 타임


죽이다·빠져들다·빠지다·붙들다·붙잡다·앓다·-사랑·사로잡다·질질·잡아당기다·잡아끌다·꼼짝없이·꼼짝 못하다·하릴없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쏠리다·홀리다·마지못하다·-밖에·워낙·오로지·오롯하다·오직·못 배기다·못 살다·못 견디다·못 참다·손쓸 길 없다·어쩌지 못하다·어쩔 길 없다·어찌할 길 없다·어쩔 수 없다·어찌할 수 없다·할 수 없다·하는 수 없다 ←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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