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3.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

 김주미 글, 글이, 2022.8.8.



오늘은 진주 〈형설서점〉에 들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이제 12시 지나서 여시는 듯하다. 합천에서 어린이·푸름이하고 글살림을 여미는 이웃님하고 한참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안 되거나 막히거나 힘들면, 안 하거나 쉬거나 놓으면 된다. 모든 일을 그곳에서 바로 해야 할 까닭이 없다. 순천과 고흥읍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시외버스에서 ‘집안일·호박씨·돈벌이’ 따위를 굳이 큰소리로 버스에서 떠벌이는 분들은, 손전화를 끄면 이 시골에 흐르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느낄 틈이 날 테지만, 이미 마음이 찌들었겠지. 《어느 날, 마녀가 된 엄마》를 읽었다. 글님은 2025년 5월에 부산 골목마을에 작은책집을 여셨다. 엄마하고 딸로서, 스스로 어른이자 아이로서, 이 삶이란 무엇일까 하고 돌아보는 줄거리가 알뜰하다.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누구나 “살림짓는 눈결로 속빛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이다. 훌륭하거나 뛰어난 ‘다른 어른’에 안 기대어도 된다. 나부터 어른으로 서면서, 나부터 사랑으로 바라보고, 나부터 살림꾼으로 보금자리를 돌볼 적에, 온누리가 찬찬히 환하게 깨어난다고 느낀다. 작은책과 작은책집과 작은글과 작은마음과 작은씨가 깃드는 너른숲을 그린다. 모든 숲은 작은숨결을 넉넉히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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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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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2.


《삼행시의 달인》

 박성우 글·홍그림 그림, 창비, 2020.12.11.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멧새노래를 들으며 논두렁을 걷는다. 바지런히 노래를 새로 쓰고, 이미 쓴 노래를 그림천에 옮겨적는다. 고흥읍과 순천을 거쳐 진주에 닿는다. 〈동훈서점〉에 들러서 책을 읽고 산다. 합천 건너가는 버스를 탄다. 오늘은 합천 어린씨하고 말빛 이야기를 한다. ‘땅·딸·아들·들·바다·바람’이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하나·나·한울·하늘’이 어떻게 만나는지 짚고, ‘비·바다·물’이 어떻게 다르면서 같은 낱말인지 알려준다. 합천읍은 무척 정갈하고 차분하다.그런데 합천초등학교 담벼락에 세운 짐차에 아무도 없는데 “이재명! 이재명!” 소리가 매우 크다. 요새 읍내에서는 이쪽저쪽그쪽 소리(선거유세)에 배움터마다 아무것도 못 할 판이라고 하는구나. 《삼행시의 달인》을 돌아본다. 장난과 놀이는 한끗이 다르다기보다, 삶과 마음과 눈빛이 확 다르다. 생각하지 않으면서 가볍게 뱉는 말과 짓이기에 장난이요, 함께 어울리면서 온누리에 노래씨앗을 흩뿌리기에 놀이인걸. 노을처럼 물들이고 너울처럼 기운차게 누구나 어루만지는 빛인 놀이가 아니라면, 노닥노닥 일으키는 무리 몇몇만 키득키득하면서 삶짓기와 살림짓기와 사랑짓기와 숲짓기와는 동떨어진 장난이다. 아이들한테 장난글을 퍼뜨리지 말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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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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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1.


《우정이란 무엇인가

 박홍규 글, 들녘, 2025.4.10.



〈책숲 1019〉를 찍었는데 잘못 나왔다. 사름벼리 그림꽃을 싣는데 석 칸이 빠졌다. 읍내 글붓집에서 떠서(복사) 끼우자고 여기며 마을앞에서 시골버스를 탔는데, 뜰 그림을 집에 놓고 나왔네. 바보로구나. 저잣마실만 하고서 마음글과 노래를 몇 자락 쓴다. 큰아이는 빙그레 웃는다. 더 느긋이 차분히 하면 된다는 뜻일 테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이 나왔다. 일곱 해에 걸쳐 여민 이야기가 이제 빛을 본다. 가늘게 숨을 고른다. 새로 태어난 책을 반길 겨를이 없이 이튿날 새삼스레 합천으로 시골아이를 만나러 이야기마실을 간다. 간밤에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본다. 박홍규 님은 ‘띠앗’이라는 우리말을 못 찾아내셨는데, ‘동무’라는 우리말은 ‘동글다·돕다·돌아보다’하고 한동아리이다. 그래서 ‘동아리’라는 낱말도 잇닿는다. ‘동글다’는 ‘둥글다’로 이으면서 ‘둘·두르다·둘러보다’로 뻗고서 ‘두레’로 피어난다. 이 모든 수수한 우리말이 ‘우정’을 가리킨다. 그저 ‘둘’이라고만 해도 너랑 나랑 사이좋게 어울리는 어깨동무를 드러낸다. 어렵게 싸매야 하지 않다. 둥그렇게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면 넉넉하다. 먼나라 옛글을 뒤적여도 안 나쁘되, 바로 오늘 이곳에서 우리 살림꽃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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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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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0.


《신 이야기》

 고다 요시이에 글·그림/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바깥일을 마치고서 고흥 보금숲으로 돌아온 이튿날은 온몸이 결리고 쑤시지만, 나흘을 비운 터라 저잣마실을 간다. 텃밭을 하는 부산이웃님한테 곧장 돌나물싹을 보내기도 해야 한다. 시골버스에 앉아서 노래 한 자락을 쓰고, 읍내에서 손이 빌 적마다 두 아이하고 잇는 나눔글(교환일기)을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 〈트루맛쇼〉를 넷이 함께 본다. 2011년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보임꽃(영화)이 나온 적 있는 줄 몰랐다. 요즈막에 ‘백종원 민낯’이 불거지면서 〈트루맛쇼〉를 처음 만나는 분이 늘어날 듯싶다. 《신 이야기》를 곧잘 되사면서 둘레에 건넨다. 이 그림꽃에서도 나오듯 ‘님’은 배부른 곳에 없다. 님은 벼슬자리에 없다. 님은 돈집(은행)에 없다. 님은 절집에도 배움집에도 없다. 그런데 님은 수수하고 가난하면서 따사롭고 아늑한 곳에 늘 있다. 해바람비를 머금으면서 풀꽃나무하고 동무하는 곳이라면 늘 님이 있다. 이름을 드날리는 곳이 아니라, 서로 살가이 이름을 부르면서 어깨동무하는 곳에는 꽃빛으로 있다. 나는 풀님이다. 너는 꽃님이다. 우리는 숲님이다. 함께 바람님이고, 언제나 바다님이다. 아이하고 어른이 나란히 사람님이자 사랑님이니, 조촐히 이야기가 피어나는 씨앗님으로 활짝 웃는다.


#ごうだよしいえ #業田良家 #神樣物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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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D%8A%B8%EB%A3%A8%EB%A7%9B%EC%87%BC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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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


《다른 쪽에서

 로랑스 퓌지에 글·이자벨 카리에 그림/김주열 옮김, 다림, 2014.10.13.



온누리에 같은 사람이 없고, 같은 나무도 같은 풀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같은 집”이 끔찍하도록 많고, “같은 옷”도 너무나 많고, “같은 몸매와 얼굴”도 숱하게 넘친다. 누구나 틀림없이 다른 넋과 숨결이지만, 겉모습을 똑같이 맞추려는 굴레에 스스로 사로잡힌다. 예부터 모든 살림집은 ‘집안사람’ 스스로 멧숲에서 나무를 해서 말리고 다룬 뒤에 천천히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놓고서 지붕을 올리며 지었다. ‘집’은 “짓는 곳”이다. “살림을 지을 곳”인 ‘집’부터 ‘짓’고 나서, 다른 온갖 살림을 하나하나 짓는다. 그래서 ‘글짓기·말짓기·삶짓기’란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일인데, 이 나라(정부·교육부)는 ‘글짓기’를 ‘글만들기(작문)’로 망가뜨렸고, 이제는 ‘글만들기’를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아무렇게나 편다. 슬기로운 옛사람이 일군 ‘짓기’도 아닌, 이오덕 님이 가꾼 ‘쓰기’도 아닌, ‘만들기’가 판치는 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 다른 사람”하고 멀다. 《다른 쪽에서》는 아름그림책이다. 아름책인데 2023년에 판이 끊겼다. 다른 너랑 나로서 같은 꿈과 사랑을 그리는 새길을 어린씨가 나란히 어깨동무하며 나아가는 하루를 들려준다. 우리는 “다른 쪽에” 서기에 만날 수 있다.


#De l'autre cote

#Isabelle Carrier #Laurence Fug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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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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