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3.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로빈 월 키머러 글·존 버고인 그림/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5.27.



아침길을 나설 적에 세 사람 배웅을 받는다. 간밤부터 비가 온다. 시원하게 씻고 달랜다. 부산 사상나루에 닿아서 보수동 〈대영서점〉을 찾아간다. 책짐을 이고 지고 안으면서 〈책과 아이들〉로 온다. 책짐을 내려놓고서 땀을 헹구고 빨래를 한다. 저녁에 “내가 짓는 내 사전” 두걸음을 편다. 오늘은 ‘놈·읽다·우리’ 세 낱말을 다룬다.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를 읽는 내내 글결과 옮김말씨가 걸거친다. 글쓴이는 들숲메바다에 온몸을 뛰어들지 않았구나 싶고, 옮긴이는 들숲메바다를 품는 터전이 아닌 서울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로구나 싶다. “숲이 셈하지 않는다”니, 터무니없다. 숲은 늘 셈(헤아리다·생각)을 한다. 생각하지 않는 들숲메라는 씨앗이 싹틀 수 없고 자랄 수 없으며 푸른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더구나 이 책은 워낙 《The Serviceberry》 아닌가? ‘들딸’이나 ‘멧딸’ 이야기이다. 또는 ‘들벚(들버찌)’이나 ‘멧벚’ 이야기이다. 사람도 들숲메도 돌바람흙도 언제나 하나부터 온까지 셈(생각)을 그린다. 그리기 때문에 몸(몬·모두)을 이루고, 서로 만나서 새롭게 어울린다. 들숲메에서 들딸과 숲딸과 멧딸이 언제 익는가? 들딸꽃은 언제 피는가? 한겨울에도 딸기넝쿨은 안 시든다. 겨울에 눈을 소복하게 맞으면서 찬겨울빛을 품기에 새봄에 하얗게 꽃물결을 이루고서 늦봄에 달콤히 열매를 베푸는 숲빛을 헤아리려면 “숲은 들 헤아리”는 줄 알아보아야 한다.


#The Serviceberry #RobinWallKimmer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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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2.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

 마츠무시 아라레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5.2.28.



무자위 꼭지(단자)가 또 나간다.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 철물점에 닿는다. 새로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짙구름 깔린 들길을 달리면서 흰새를 마주한다. 흰새를 가만히 바라보면 훅 날아가고, 흰새를 못 본 척하면 얌전히 있는다. 서로 지켜보는 셈이다. 저녁나절에 함께 〈티처스 2〉을 본다. 넷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 시간 남짓 흐르는 풀그림을 놓고서 거의 한나절(4시간)에 걸쳐서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나눈다. 이야기란, 높낮이 없이 나란히 서서 마음을 잇는 말소리를 가리킨다. 이야기가 흐르는 집과 배움터와 나라일 적에만, 비로소 누구나 홀가분히 날갯짓을 한다. 《자전거집 타카하시 군 1》를 읽고서 이내 다음걸음으로 간다. “내가 짝을 만날 만큼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근심걱정을 하나씩 씻고 털고 지우면서 “나는 나를 나답게 나로서 마주하는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줄거리로 한 올씩 풀어간다고 느낀다. 다만, 이 삶을 돌아보면 ‘풀리는 길’보다는 ‘엉키는 길’이 더 많아 보이지만, 언제나 수렁에 잠겨서 헤매더라도 ‘풀어갈 길’을 그리고 말하고 바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할 적에 비로소 풀잇길을 스스로 찾아나선다고 본다. “눈이 높은가 낮은가” 쪽이 아닌 “어떤 눈인가” 하고 살필 일이다.


#自轉車屋さんの高橋くん #松蟲あら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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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8.


《그래봤자 꼴랑 어른》

 한주형 글, 글이, 2020.5.5.



쉰다. 잔다. 일어나서 쓴다. 누워서 읽는다. 씻는다. 쉰다. 숨돌린다. 일어나서 쓴다. 누워서 읽는다. 씻는다. 기지개를 켠다. 물을 마시고 다시 쉬다가 읽다가 쓰다가 씻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벌쯤 씻는다. 바람이(선풍기)조차 안 쓰고, 부채도 이제는 안 챙기면서 살기에 그냥 땀을 흘리고, 땀에 젖으면 씻고서 쉰다. 여름에는 자주 씻고 쉬면서 다시 볕받이를 할 적에 누구나 튼튼하다. 《그래봤자 꼴랑 어른》을 재미나고 즐겁게 읽었고, 여럿 더 사서 둘레에 건네었다. 아이곁에서 함께 자라면서 살림꽃을 지피는 어버이 이야기를 이렇게 사랑씨앗으로 품고 풀어내는 책이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겉훑기로 슬그머니 짚는 시늉을 하다가 돈벌이로 기울고 마는 잘난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속보기로 느긋하게 어깨동무하면서 아늑하게 품는 아름다운 살림책이 꾸준하게 새롭게 반갑게 읽히면서 서로서로 생각꽃을 피우기를 빈다. “잘못하거나 제대로 안 하는 사람”도 수두룩하지만, “잘하거나 제대로 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이제부터 “잘하거나 제대로 살림하며 사랑씨앗을 심는 수수한 어버이”가 쓴 책을 읽고 나누면서, 오늘 이곳에서 우리 보금자리를 기쁘게 일구는 손길을 펼 노릇이다. 너도 어른이고 나도 어른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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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7.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진주 글·가희 사진, 핑거, 2024.9.12.



오늘 고흥읍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지난길처럼 오늘길에도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많이 탄다. 한동안 시외버스가 거의 텅 비다시피 달렸으나, 어느덧 이웃일꾼이 많이 타면서 빈자리가 확 줄어든다. 시골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시골사람이 확 줄며 시골버스 손님도 나란히 줄어드는데, 이에 맞추어 ‘버스회사 보조금’이 늘어나지. 곰곰이 보면 ‘그들’은 곱으로 돈을 챙기는 얼개이다. 사직동 마을책집 〈읽는 마음〉부터 들른다. 첫여름볕이 뜨끈하다. 골목길을 거닐다가 대추나무가 보여서 다가선다. 손톱보다 작게 대추꽃이 피었다. 늦잠꽃인 대추꽃은 느즈막이 조그맣게 맺기에 ‘대추나무 임자’가 아니면 거의 못 알아보면서 스친다. 저녁에 〈책과 아이들〉에서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고서 등허리를 편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반가우면서 아쉬웠다. 시골아이가 시골놀이를 하는 줄거리를 펼 듯하다가 그만 ‘서울하고 똑같은 집’에서 툭탁거리는 얼거리로 끝맺는다. 왜 어영부영 맴돌다가 샛길로 빠졌을까? 시골이 살림터가 아닌 탓이 있고, 시골에서 지내더라도 시골숲과 풀꽃나무를 그리 곁에 못 둔 탓일 만하다. 철마다 새롭게 피고 지고 맺는 바람빛을 머금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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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26.


《그림책이 있는 철학교실》

 카타리나 차이틀러 글/황택현·김수정 옮김, 시금치, 2014.3.7.첫/2020.1.15.고침



영남초등학교로 다섯걸음째 노래쓰기를 함께하려고 찾아간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귀제비는 오늘도 배움터 기스락에 지은 둥지를 바지런히 드나든다. 귀제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꼭 “작은 매” 같다. 《그림책이 있는 철학교실》을 돌아본다. 책이름을 너무 뜻있게 붙이려고 했는데, 독일말 그대로 “너도 나처럼 널 볼 수 있어”처럼 수수하게 붙이는 길이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 나는 나를 보면서 너를 느끼고 알아본다. 너는 너 스스로 보기에 나를 느끼며 마주본다. 서로 ‘나보기’부터 해야 ‘너알기’로 잇고, 나란히 바라보고 마주하는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함께보기’하고 ‘하늘보기’하고 ‘하나보기’를 이룬다고 느낀다. 굳이 ‘철학교실’을 안 해도 된다. 모든 글과 그림에는 빛(철학)과 씨(철학)가 새롭게(철학) 흐른다. 일본 한자말 ‘철학’을 안 쓰더라도 ‘빛·씨·새’라는 세 낱말로 ‘생각’을 밝히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노래쓰기(시창작)도 매한가지이다. 따로 ‘시인’이 되려고 하면 언제나 망가진다. 우리는 ‘시인’이 아닌 ‘노래지기’요 ‘놀이지기’이다. 노래하며 놀이하는 마음이기에 살림하며 사랑하는 보금자리를 일군다. 이 삶을 사랑하는 살림이기에 누구나 노래빛이자 노래꽃으로 나아간다.


#KatharinaZeitler

#Siehst Du dei Weit auch so wie ich?

너도 나처럼 널 볼 수 있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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