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1.


《the Ugly Duckling》

 Hans Christian Andersen 글, Steve Johnson·Lou Fancher 그림, Candlewick, 2008.



낫는가 싶더니 더욱 오르는 몸살이다. 나으려다가 왜 도지려 하는가 돌아보며 끙끙 앓아눕는데, 행주나 기저귀를 삶듯, 온몸을 쫙쫙 짜내는구나 싶더라. 한밤에 이르러 조금 수그러든 뒤에 조용히 일어나서 비틀비틀 셈틀맡에 앉는다. ‘몸살’ 뜻풀이나 말밑풀이를 해놓았나 하고 살피다가, 예전에 애벌로 해둔 뜻풀이는 손질하고, 말밑풀이를 새로 한다. ‘몸살 = 몸 + 살(삶다·화살)’이지 싶다. 쥐어짜듯 용을 써서 말결을 추스르고서 이내 드러눕는다. 《the Ugly Duckling》을 되읽는다. 곁에 오래오래 두고서 곱씹었다. 새를 담는 붓결을 살폈고, 들숲바다에서 뭇이웃이 누리는 삶을 헤아렸고, 사람이 오늘날 이 별에서 어떻게 어울리는가를 생각했다. 영어 ‘Ugly’를 어떻게 ‘미운’으로 옮겼을까? 이원수 님은 “미운 새끼 오리”로 옮겼고, 다른 이들은 “미운 오리 새끼”로 옮겼다. 적어도 “새끼 오리”라 해야 맞다. ‘개새끼·소새끼’랑 ‘새끼개·새끼소’는 아주 다르다. 잘못 퍼져서 잘못 길든 말씨를 바로잡으여고 마음을 기울일 줄 안다면, 멍청하거나 얼뜬 벼슬아치나 나라지기 따위는 얼씬도 못 한다. 무엇이 밉고 못생겼을까? 


#미운새끼오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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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0.


《외다리 타조 엘프》

 오노키 가쿠 글·그림/김규태 옮김, 넥서스주니어, 2006.3.15.



목이 잠기고 등허리가 결린다. 집일을 거의 아이들한테 맡기고서 내내 드러눕는다. 어제도 오늘도 같다. 한참 땀을 빼고 나면 조금 기운이 난다. 기운이 나면 부엌일을 조금 추스르고 눕는다. 헬렐레 해롱해롱 누워서 별을 본다. 불을 다 끄고 누워서 눈을 감아도 눈앞이 환하다. 어릴 적에는 앓아누운 자리 곁에서 온갖 깨비가 춤추는 모습을 보았다. 둘레에서는 맨눈으로 깨비를 보는 사람이 없어서 “쟤가 앓아눕더니 헛것을 보네.” 하고 걱정을 했다. 곰곰이 보면, 깨비는 늘 무슨 말을 걸거나 들려주려고 했다. 사람을 홀리거나 괴롭히려는 뜻이 아니라, 그들(깨비)이 겪고 느끼고 본 멍울과 생채기를 털어놓으면서, 새길로 건너가려고 했다고 느낀다. 《외다리 타조 엘프》를 읽었다. 이런 그림책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 있는 줄 뒤늦게 알았다. 그림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책도 한글판으로 나오기를 바라는데, 글쎄, 알아보거나 반길 이웃이 적을 듯싶다. 스스로 서는 길을 들려주는 줄거리이고, 마을이라는 터전에서 짓는 살림을 어떤 길로 나아갈 적에 빛나는지 속삭이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나무를 닮고 담는다. ‘나’하고 ‘나무’란 낱말이 거의 같은 얼개이다. ‘나’랑 ‘너’ 사이는 ‘너머’이다. 둘이 하나로 어우를 적에 ‘난’다.


#かた足だちょうのエルフ #おのきがく

197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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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9.


《조선 처녀의 춤》

 마쓰다 도키코 글/김정훈 옮김, 범우사, 2021.5.10.



헬렐레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튿날이 설날이라는데, 시골집에서 조용히 지낼 셈이었는데, 그야말로 푹 쓰러져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누우며 끙끙거리고, 몸을 돌리며 아이고 아이고 하고, 살짝 일어나 마당에 서고서 숨돌리고, 다시 드러누워 꿈누리로 간다. 앓을 적에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앓을 적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샅샅이 훑으면서 이 몸을 새롭게 그린다. 앓으면서 무엇을 알고 싶은지 되새긴다. 앓으면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품을는지 생각한다. 《조선 처녀의 춤》을 읽었다. 옮김말이 몹시 아쉽다. 싸움판에 미친 일본을 나무라면서, 수수한 살림순이하고 일순이가 깨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래인데, 이런 노래를 ‘먹물말(지식인 일본 한자말)’로 범벅을 해놓으면 어쩌나? 곰곰이 돌아본다. 숱한 글바치는 집안일을 안 한다. 글을 짓건 옮기건, 아이를 돌보는 하루를 보내는 이는 드물다. 어린이 눈높이로 글을 안 써버릇하는 분이 많다. 한 해에 책 한 자락 읽을 겨를이 없는 이웃이 쉽게 누릴 만한 글결을 살리는 분이 드물다. 수수하게 짓는 살림을 수수하게 마음에 담고, 이 마음을 소리로 옮기니 말이다. 살림꾼으로 살지 않으면 살림말을 모른다. 먹물말로 휩쓸린 글바치는 시커먼 마음으로 치닫는다.


#松田解子 #乳を売る #朝の霧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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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8.


《셰어하우스 별사탕 키타센주 1》

 후지모토 유키 글·그림/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3.1.15.



몸살이 난다. 그래도 저잣마실을 한다. 쉬엄쉬엄 몸을 푼다. 작은아이한테 등을 두들겨달라고 얘기한다. 작은아이는 173치까지 키가 자랐다. 하루하루 껑충 크고 발도 큰다. 어깨는 아직 좁다. 오늘 저녁에는 한나절쯤 앓아눕고 난 뒤에 아이들한테 ‘아프다·앓다’가 어떻게 다른 말인지 들려주고서, ‘알다·알’하고 어떻게 잇닿는지 짚는다. 목이 아프기에 천천히 들려주는데, 큰아이는 “사람들이 말이 어떻게 태어나고 흐르는지 알면 다 즐겁게 깨어날 텐데,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하니 깨어나지 못 할 듯해요.” 하고 얘기한다. 《셰어하우스 별사탕 키타센주 1》를 읽었다. 두걸음으로 단출히 맺는데, 서넛이나 대여섯까지 더 그려도 될 만했는데 일찍 마친 듯싶다. 풀어낼 줄거리가 더 있는데 서둘러 마감했네. 모둠집에서 마음을 나누면서 새롭게 하루를 여는 길을 상냥하면서 착하게 들려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살림살이를 수수하게 여미고 펼치는 글이나 그림이 드물다. 아직 멀었을까? 아니면 마음이 안 닿을까? 이런 웃사내질이나 저런 꼰대질이 얄궂다고 까는 글이나 그림은 넘치는데, 이제는 바꿀 노릇이다. 사랑으로 빚는 하루에 사랑으로 살림하는 오늘을 속삭이는 글이나 그림을 지을 적에 비로소 온누리가 깨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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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7.


《무명의 말들》

 후지이 다케시 글, 포도밭, 2018.12.21.



간밤에 ‘별빛 목소리’를 들었다. “너희 스스로 푸르게 되새기면서 새롭게 배울 이야기를 온몸으로 겪고 나면, 이 이야기를 틈틈이 돌아볼 적마다 너희 스스로 예전 앙금·생채기·멍울을 모두 포근하게 녹이고 풀어낸단다.” 자다가 들은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한밤이다. 모두 꿈나라에 있다. 아침이 밝기까지 기다리고서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이 목소리를 옮겨서 들려준다. 낮에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 나래터를 다녀온다. 새로 선보인 《우리말꽃》을 책숲 이웃님한테 마저 부친다. 《무명의 말들》을 읽었다. 일본사람으로서 한말을 꽤 할 줄 아는구나 싶고, 무턱대고 어느 켠을 미는 길은 아니라고 느낀다. ‘저들만 사달이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 나라 글바치가 얼마나 되는지 돌아본다. 갈수록 줄고, 나날이 자취를 감춘다. 다만, 글결은 아쉽다. 이녁한테 익숙한 일본 한자말이 아닌, 쉬운 한겨레말을 익히려고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글빛이 확 다르리라. 우리는 ‘말들’처럼 안 쓴다. ‘말·마음·글’이나 ‘구름·비·물’은 낱으로 쓴다. 더구나 “무명의 말들”은 무늬는 한글이되 일본말씨이다. “이름없는 말”이나 “조용히 말하다”나 “낮게 말하다”나 “들풀 목소리”처럼 “수수한 말”을 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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