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6.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글/이세진 옮김, 청미, 2019.3.20.



아침 일찍 일어난다. 어제 대전에서 네 군데 책집을 들렀다. 장만한 책을 모두 짊어지고 길손집을 찾느라 애먹었다. 대전 기차나루 둘레 길손집이며 가게가 꽤 많이 닫았더라. 큰고장 한켠이 죽어버렸지 싶다. 대전시는 이곳을 75층 아파트로 바꾸면 살아나리라 여길까? 이 너른 골목마을을 새롭게 가꾸는 손길을 뻗기 어려울까? 텅 빈 골목마을에서 사이사이 몇 집을 허물어 숲정이로 가꾼다면, 그리고 빈집을 새로운 길손집이면서 도서관이나 책집이나 전시관이나 놀이터로 바꾸어 낸다면, 온누리 어디에도 없는 신나고 재미나며 사랑스러운 마을로 거듭나리라 본다. 집하고 가게만 빼곡한 도시개발은 이제 멈추길 바란다. 도시에는 숲정이가 있어야 한다. 천안으로 건너갔다가 상주로 간다. 밤새노래를 듣고 밤별을 올려다보는데 우리 보금자리보다 새가 적고 별도 적네. 속리산 기슭인데 그렇네. 《체리토마토파이》를 읽으면서 ‘살짝 시골스러운 외진 마을’에서 조용히 살림을 짓는 아흔 살 할머니 숨결을 좀처럼 못 느낀다. 옮김말 탓일까? 글쓴님이 ‘할머니 이야기’를 옮겨 새로 쓴 탓일까? 번역이든 창작이든 ‘어린이책·푸른책·어른책’ 말씨를 가른다든지, 시골살림·서울살림에 맞춘다든지, 이런 분은 아직 거의 없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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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5.


《아빠, 나 사랑해?》

 바버라 엠 주세 글·바버라 라발리 그림/김서정 옮김, 중앙출판사, 2006.7.4.



새벽나절에 하루를 연다. 아침에 빨래를 한다. 이러고서 짐을 꾸려 길을 나선다.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을 사러 천안으로 가려 하는데, 대전에 먼저 들러서 대전 마을책집하고 헌책집을 찾을 생각이다. 고흥에서 순천 거쳐 대전에 닿으니 낮 두 시 반 무렵. 멀기는 머네. 대전 지하철을 타고서 맨끝인 반석으로 간다. 책집은 어디쯤 있으려나 어림하면서 걷는다. 손바닥쉼터가 있고, 건너켠에 야트막한 나무밭이 보이는 골목에 〈책방 채움〉이 있네. 더욱이 이곳에서 조금 걸어 냇물을 가로지르면 〈버찌책방〉도 있구나. 두 책집에서 장만한 책을 냇가에 앉아 물소리랑 햇살이랑 나무그늘을 누리면서 읽으면 매우 느긋하면서 즐거웁겠구나 싶다. 마을책집은 마을에 깃들기에 이렇게 아늑하리라. 《아빠, 나 사랑해?》는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뜻깊게 태어났다가 조용히 사라진 그림책이 많다. 새로 나오는 그림책도 많으나, 어쩐지 어른스럽기만 하면서 ‘놀이하는 어린이다운 신나는 아름다움’하고 동떨어진 그림책도 많다. 아프리카 들판에서 아이한테 ‘사람으로 자라나는 즐거운 하루’를 슬기롭게 들려주는 이 그림책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헌책집에서 찾아낼 이웃도 있을 테고, 새로 꾸며서 선보일 이웃도 있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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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4.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

 니나 레이든 글·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이상희 옮김, 소원나무, 2018.3.10.



쇠무릎을 쓰다듬는다. 달개비잎을 훑어 아이들한테 하나씩 건넨다. “무슨 풀이야?” “네 혀로 느껴 봐.” “음, 맛있는데? 달아!” “그래, 그렇게 여름에 달달한 풀이라 ‘달개비’인 듯해.” 고들빼기가 오르고 도깨비바늘이 오른다. 여름에는 여름풀이 싱그러이 오른다. 이 풀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아, 우리 보금자리가 앞으로 한결 깊고 너르며 하늘빛 담뿍 담는 신나는 숲으로 자라면 참으로 기쁘겠구나.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에 나오는 아이는 어떤 꿈을 마음자리에 씨앗으로 묻을 만할까. 우리는 어버이로서 아이가 스스로 어떤 꿈을 헤아리고 사랑하면서 나아가도록 돌보면 아름다울까. 이 대목을 같이 생각하면 좋겠다. 아이 앞길을 걱정하는 마음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꿈을 북돋우면서 가꾸는 길에 어버이로서 길동무도 되고 이슬떨이도 되면서 함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살림을 짓는 마음이기를 빈다. 우리는 즐겁게 노래하려고 이 별에 왔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면서 꿈꾸려고 어버이한테 왔겠지. 어른이란 몸이 되어도 마음은 늘 아이다울 적에 해맑게 춤추면서 이야기하는 어버이 살림을 짓지 않을까? 그림책을 곱게 덮는다. 이러한 숨결이 흐르는 그림책을 이 나라 어른도 눈여겨보고 새롭게 지으면 더없이 반갑겠다. ㅅㄴㄹ


#ifihadalittledream #NinaLaden #MellisaCastr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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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3.


《자갈자갈》

 표성배 글, 도서출판 b, 2020.6.16.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서 조용히 사전쓰기를 한다. 이 낱말 저 낱말 사이를 누비면서 실타래를 풀고 수수께끼를 엮다가 부스럭 소리를 듣는다. 지네인가? 아닌데, 지네는 이런 소리를 안 내는데? 꽤 큰아이가 들어온 듯한데 누구일까? 부스럭 다음에는 보스락 소리이다. 내가 부스럭 소리를 들은 줄 눈치챘나 보다. 아니, 큰소리를 낸 아이는 지레 놀랐구나 싶다. 두리번두리번하니, 아하 아주 큰 거미 하나가 있다. 어쩜 이렇게 커다란 거미가 들어왔을까? 아니면 우리 집에서 허물벗기를 하다가 이만큼 자랐을까? 바깥으로 내보내 준다. 낮나절에 읽은 《자갈자갈》을 떠올린다. 공장일꾼인 노래님이 선보이는 새로운 시집이다. 공장에서 길어올리는 산뜻한 노래가, 공장하고 집 사이에서 얼크러지는 싱그러운 노래가, 집이랑 공장 언저리에서 마주하는 사랑스러운 노래가 한 올 두 올 퍼진다. 이 시집을 읽다가 노래님이 ‘딸바보’인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러셨구나. 딸바보란 딸사랑이란 뜻. 딸사랑이란 아이사랑이란 얘기. 아이사랑이란 곁님하고 지피는 하루를 사랑한다는 말일 테지. 사랑이란 어떻게 태어날까. 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다 다르게 피어나는 이 사랑이라는 꽃은 우리 하루를 얼마나 눈부시도록 밝혀 주는가. 잘 읽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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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2.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

 박유희 글, 책과함께, 2019.10.27.



4월에 첫 매화알을 훑었고, 알이 더 굵기를 기다려 5월에 두벌 매화알을 훑었다. 바야흐로 6월에 세벌 매화알을 훑는다. 4월보다는 5월에, 5월보다는 6월에 매화알이 굵다. 6월 매화알은 오얏만큼 굵다. 맨발로 나무타기를 하면서 훑었다. 목에 천바구니를 걸고서 나무를 몸으로 감싸듯이 안고서 슬슬 오른다. 맨발에 웃통을 벗고서 나무를 쓰다듬는다. 나무가 찰랑찰랑 춤추면서 반긴다. 목걸이 삼은 천바구니가 매화알로 묵직해서 목이 아프면 나무 밑에 있는 작은아이를 불러서 비워 달라고 이른다. 아침볕을 누리면서 작은아이하고 매나무랑 놀았다. 꽃나무는 꽃그늘이 사랑스럽다면, 열매나무는 열매를 훑으려고 타고오르면서 개구쟁이가 된다.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는 한국영화를 몇 갈래 눈길로 바라보면서 읽어낸다. 뜻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룬 책이 아예 안 나오지는 않지만 다들 먼나라 이론에 짜맞추려고만 하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쉬운말이나 삶말로 영화를 풀어내지는 않는다. 빠뜨리는 영화도 많다. 아무래도 ‘역사인문’이란 눈으로 읽자니 삶자리하고는 좀 먼 이야기가 되지 싶은데, 비평도 논문도 ‘아이랑 함께하는 길’로 바라보면 좋겠다. ‘아이랑 읽는 영화’란 눈길이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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