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30.


《동남아시아사》

 소병국 글, 책과함께, 2020.3.20.



어제는 도양읍 바닷가에 오늘은 고흥읍에 볼일이 있어서 이웃님 자동차를 얻어타고서 움직이는데, 시골집하고 읍내 저자·우체국만 가끔 오가면서 여태 모르던 한 가지를 처음으로 알아본다. 고흥 녹동·나로섬으로 놀러오는 서울사람이 대단히 많구나. 몰랐다. 참말로 바깥에서 자동차가 끝없이 들어오네. 제주·동해뿐 아니라 이 조그만 시골 바닷가 횟집이며 낚시터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네. 이 얘기를 곁님한테 들려주니 “도시란 데가 숨쉴 틈이 없으니 맑고 트인 시골로 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래, 그렇구나. 살아남으려면 빽빽한 서울을 떠나야지! 그런데 놀러다닐 적에만 떠날 일이 아닌, 여느 때에 늘 맑게 숨쉬고 탁 트인 마음으로 지낼 터전으로 살림을 옮긴다면 ‘굳이 놀러다니지 않아’도 모든 날이 싱그럽겠지. 묵직한 《동남아시아사》를 마실길에 곧잘 챙겨서 시골버스에서 읽는다. 아무래도 ‘남은 글’을 바탕으로 발자취를 살피자면 ‘임금 언저리 이야기’가 바탕이 될 텐데, 예부터 이은 ‘살림’은 언제나 오늘에도 흐른다. 아스라한 옛적부터 이은 수수한 살림으로 발자취를 살핀다면 임금 언저리 갖은 싸움박질 이야기를 넘어선, 싱그럽게 살아숨쉬는 흙사람·숲사람·들사람·바닷사람 이야기를 멋지게 갈무리할 만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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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9.


《공장 견학 그림책》

 앨드른 왓슨 글·그림/이향순 옮김, 북뱅크, 2012.7.30.



고흥읍에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버리는 책을 받아오기로 했다. 여태 그냥 종이쓰레기로 내놓았다더라. 틀림없이 학교 도서관에는 끈이 없을 테니 끈을 챙겨서 간다. 요즘 고흥읍 초등학교는 어린이가 줄어 1000이 못 되고 700을 조금 넘는데, 배움칸이 서른을 웃돌아도 도서관 교사가 따로 없단다. 작은 시골이라면 초등·중등·고등마다 뭇학교를 아우르는 도서관 교사를 적어도 한 사람씩은 둘 노릇 아닐까. 써야 할 일꾼은 안 쓴다면 전남교육청이나 고흥교육청은 뭔 생각일까. 한 시간 즈음 들여 천 자락 남짓을 끈으로 묶는다. 다친 책이 제법 있으나 말끔한 책도 많고, 무엇보다 판이 끊어진 아름책이 꽤 있다. 여느 교사가 이 책을 다 알기는 어려울는지 몰라도, 어린이에 앞서 ‘어른인 교사’부터 날마다 학교도서관에서 어린이책하고 그림책을 읽을 틈을 내야지 싶다. 하루를 마무르고서 《공장 견학 그림책》을 되읽는다. 작은아이가 몹시 좋아해서 나도 몇 판 되읽는데, 옮김말은 퍽 아쉽지만, 꽤 묵은 책이어도 공장이란 얼개를 잘 다룬다. 다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공장에서 ‘숲’은 그리 헤아리지 못한다. 오늘날 공장은 어떠한가. 공장에서 척척 찍어내는 동안 쓰레기·먼지·구정물이 안 나오도록 얼마나 다스리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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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8.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한재각 엮음

 한티재

 2019.9.2.



스웨덴 푸름이가 이레마다 하루씩 학교에 안 나갔다지. 이레마다 하루씩 학교에 나가지 않고서 조용히 밝힌 이야기가 어느새 스웨덴 곳곳에 퍼지고 유럽에 알려졌다지. 바야흐로 이 이야기를 다룬 책이 여러 가지로 나온다. 그런데 스웨덴 아닌 한국에는 처음부터 아예 어린이집이고 유치원이고 발을 디디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면서 마음말을 들려주는 어린이나 푸름이가 제법 있다. 한국뿐 아니라 온누리에 이러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퍽 많으며, 어느새 어른이 되었지. 여태 이러한 어린이하고 푸름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어른은 얼마나 될까?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뿐 아니라 먹물 가운데 몇쯤 제대로 귀를 기울였을까.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는 ‘그레타 툰베리’라는 스웨덴 푸름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숲살림 이야기를 다루는구나 싶은데, 한숨이 나온다. 책이 참 어렵다. 그레타 툰베리란 푸름이가 그런 어려운 말을 썼나? 다들 그레타 툰베리라는 푸름이 ‘이름값’을 가져다 쓰면서 그냥그냥 허울뿐인 지식놀이를 주워섬기는 셈 아닐까. 먹물들이여, 그대 이름을 버리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한 긴급 메시지’란 뭔 소리인가? 서울을 제발 좀 떠나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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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7.


《인디언 영혼의 노래》

 어니스트 톰슨 시튼·줄리아 M.시튼 글/정영서 옮김, 책과삶, 2013.5.25.



바다를 보러 간다. 종이배를 접어서 바다에 띄우고 싶은 아이들은 “언제 바다 가요? 오늘 가요?” 하고 여러 날 노래했다. 다른 고장 바닷가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어수선하다고 하는데, 고흥 바닷가는 그저 한갓지다. 두 아이는 이 바닷가를 오롯이 누린다. 이쪽부터 저쪽까지 우리 차지이다. 바람 없이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뜬 종이배는 차근차근 멀리 나아간다. 어디까지 갈까. 바다에 사는 동무나 이웃이 우리 종이배를 어떻게 맞아들여 줄까. 《인디언 영혼의 노래》를 조금씩 읽는다. 옮김말은 무척 아쉽다. 한국말로 쓰는 글도 애벌로 끝내지 않듯, 바깥말을 옮기는 글도 애벌옮김이 아닌 세벌 가다듬고 네벌 손질하며 다섯벌 고쳐쓰면서 ‘읽는 맛’을 헤아려야지 싶다. 무늬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에 푸른 숨결이 흐르도록 보듬으면 좋겠다. 북중미 텃사람은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도 똑같은데,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마음으로 스며든다. 겉치레로 읊는 노래라면 겉만 스치다가 사라진다. 마음을 빛내는 노래는 마음을 가꾼다. 겉훑기 같은 노래는 겉만 반지르르 꾸미다가 잊힌다.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를 실컷 듣고서 집으로 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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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4.26.


《알러지 공주》

 로도비카 치마 글·발렌티나 만냐스키 그림/김홍래 옮김, 서광사, 2003.6.10.



유칼립투스나무를 우리 집으로 진작 옮기자고 하면서 미루고 미루었더니, 책숲에 있던 유칼립투스나무가 거의 다 베어 넘어졌다. 삽차가 지나간 자리는 땅이 언제나 끙끙 앓고 눈물을 흘린다. 겨우 살아남은 유칼립투스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줄기가 굵다. 파서 옮기기는 어렵겠네 싶어 가지를 하나 잘라서 옮겨심는다. 부디 우리 뒤꼍에서 기운을 내어 주렴. 《알러지 공주》를 아이하고 읽는다. 임금님 아이로 태어나 노상 얌전히 지내야 하고, 햇볕을 쬐지도 말아야 하며, 옷을 더럽히지도 말아야 하는 공주님이 있었다지. 햇볕을 안 쬐어야 하얀 얼굴이 되고, 옷을 깨끗하게 건사해야 왕자님이 좋아해 줄 만하다지. 마치 오늘날 온누리 모습하고 매한가지 아닐까? 이 나라뿐 아니라 웬만한 나라마다 가시내는 얼굴을 하얗게 발라야 이쁘다고 여기잖은가? 맨얼굴이 햇볕을 보도록, 옷에 땀내음이 물씬 묻도록 신나게 뛰놀도록, 깔깔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바람을 품도록,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면서 어느덧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도록 할 노릇이지 싶다. 아픈 까닭은 쉽게 알 만하다. 앓는 탓도 어렵잖이 읽을 만하다. 해를 먹고 바람을 마시고 비를 품으면서 풀내음하고 흙맛을 누린다면, 아플 일도 앓는 일도 없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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