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9.


《나만 나쁜 엄마인가 봐》

 후쿠다 도모카 글/하진수 옮김, 엔트리, 2020.2.25.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고서 여수로 건너간다. 시외버스에서 노래꽃을 새로 넉 자락 쓴다. 오늘 만날 사람은 네 분일까? 잘 모르겠지만, 초롱꽃·은방울꽃·포도·꽃말 네 가지 이야기를 동시로 여미었다. 이러고 나서 엄청나게 졸음이 쏟아진다. 이십 분쯤 눈을 붙이니 기운이 난다. 여수버스나루에서 내려서 걷는다. 어디로 갈까? 하염없이 걸으며 들꽃하고 말을 섞는다. 여수 시내에는 후박나무가 제법 자랐다. 가지치기로 너무 시달린 티가 나지만 잎봉우리가 발그레하다. 곧 새잎이 터지고, 머잖아 후박꽃이 피겠네. 여수문화방송국으로 걸어서 멧길을 오르는데 갖은 새가 곁에서 노래하며 반긴다. 걸으면 들꽃이며 새이며 바람이며 구름이며 동무하며 말을 섞을 이웃이 많다. 《나만 나쁜 엄마인가 봐》를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자꾸 깎아내리면서 “나만 나쁜 ○○”라고 여기고 말지는 않을까? 거꾸로 “나만 좋은 ○○”라고 여길 까닭은 없다. 가장 나쁜도 가장 좋은도 아닌 “가장 사랑할 나”이면 되리라 본다. 가장 웃음짓는 나로, 가장 노래하는 나로, 가장 춤추고 즐겁게 걷는 나로, 가장 신바람을 내면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어버이라는 나로 하루하루 살아가며 살림을 지으면 넉넉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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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8.


《눈구름 사자》

 짐 헬모어 글·리처드 존스 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7.20.



이튿날 여수문화방송에 가려고 하니 하루가 짧고 일거리가 많다. 숨을 돌릴 틈은 남기면서 집안일을 하고 봄까지꽃을 훑어서 꽃차로 말린다. 이튿날 집을 비울 테니 빨래는 말끔히 끝내기로 하고, 며칠 바깥일을 볼 수 있기에 저잣마실을 다녀오며 먹을거리를 집에 챙겨 놓는다. 마감글이 몇 가지 있기에 하나는 끝내고, 하나는 등허리를 펴고서 하자고 생각하며 누웠다가 한밤까지 곯아떨어졌고, 부랴부랴 마칠 수 있었다. 《눈구름 사자》에 나오는 눈구름 같은 사자는 어느 집에 있을까. 아마 모든 집에 있지 않을까. 어느 집에는 눈구름 사자로, 어느 집에는 꽃구름 범으로, 어느 집에는 비구름 늑대로, 어느 집에는 풀구름 토끼로,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른 빛으로 우리를 지켜볼 테지. 가까이에서 늘 만나니 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졌어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펼칠 줄 알아서 동무로 지내기도 한다. 때로는 종이에 이야기를 글로 옮겨서 주고받겠지. 아픈 사람 곁에 상냥한 눈구름이 흐르기를 빈다. 앓는 사람 둘레에 참한 눈구름이 가만히 다가오면 좋겠다. 새삼스레 봄비가 한바탕 내리고 지나가면 온나라에 파란하늘이 환하게 열리면서 기지개를 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숲을 품는 큰고장이 되고, 숲을 아끼는 시골이 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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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7.


《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1단 : 명사》

 Mike Hwang 엮음, 마이클리시, 2018.4.25.



2019년 봄날, 그무렵 열두 살이던 큰아이하고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의무교육 입학유예 신청서’를 내러 가던 때가 문득 떠오른다. 초등학교 교감이라 하는 분이 집에서 아이들한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느냐면서 큰아이한테 불쑥 영어로 무엇을 물었고, 큰아이는 그즈음 즐겁게 보던 ‘페파피그’에서 들은 두어 마디를 읊었다. 초등학교 샘님 영어는 내가 1988∼93년에 중·고등학교에서 익히 듣던 그 소리였다. 더없이 마땅할는지 모르는데, 초등학교 샘님은 아이가 ‘페파피그’ 말결을 그대로 옮긴 말소리(퐈닉스)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1단 : 명사》는 참말 재미난 영어 길잡이책이다. 이 책은 꾸러미가 잔뜩 있는데, 엮은이 ‘Mike Hwang’ 님은 제법 예전부터 ‘학교교육 틀로는 영어를 영어답게 가르치지 못한다’는 대목을 잘 짚으면서 쉽고 부드러이 배우도록 이끄는 일을 해온다. 딸아이랑 영어놀이를 하며 배운 새삼스러운 눈썰미를 담은 《아빠표 영어 구구단》일 텐데, 어린이한테만 영어 소리결을 짚어 주기보다는, 이 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사한테도 나란히 이 책을 보여주며 같이 새롭게 배우면 어떠랴 싶다. 한국말하고 영어는 다르다. 다른 삶에서 다른 소리가 태어나고 다른 말이 흐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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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6.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0.3.1.



정치일꾼을 뽑는 나이가 “온 열여덟 살”이 된다고 한다. 이제 이만큼 나아간다. 앞으로 “온 열다섯 살”이나 “온 열 살”도 정치일꾼을 뽑는 날이 되어야지 싶다. 푸름이 목소리뿐 아니라 어린이 목소리를 귀여겨들을 줄 알아야 비로소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는 길이 될 테니까. 보라, 어느 정치일꾼이 어린이하고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정책을 내놓는가?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정치일꾼을 아직 못 본다. 한사람 힘은 작을 테지만, 이 작은 힘이 물결이 되고 바다가 되며 하늘이 된다. 어린이 눈빛을 마주하면서 어린이가 알아듣고 누릴 수 있는 말길이며 살림길을 찾을 적에 ‘엉터리 정책·치우친 정책·뒷주머니 정책’은 말끔히 사라지리라.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를 한달음에 다 읽는다. 이 나라 정치·선거 발자취를 살피면 ‘나라지기’나 ‘나라일꾼’ 같은 이름이 아닌 ‘대통령·국회의원·도지사·군수·시장’ 같은 이름을 우쭐거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지기’도 ‘일꾼’도 아닌 윗자리에서 거들먹거리는 막짓을 일삼았다. 한자리 얻으려고 몰려다니는 그들이 아닌, 살림꽃을 피우려는 투박하며 참한 일꾼을 우리 손으로 뽑고, 우리 스스로 살림지기·살림일꾼 되는 날을 그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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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5.


《움벨트》

 이가라시 다이스케 글·그림/강동욱 옮김, 미우, 2019.5.31.



새로 만나는 만화책을 펼 적마다 ‘이 만화를 아이들하고 볼 만할까?’ 하고 생각한다. 어느 대목 하나라도 부디 끝까지 안 걸리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새로 만나는 그림책이며 동시책을 쥘 적마다 똑같이 생각한다. 그림책이나 동시책은 ‘어린이가 읽도록’ 지은 책이라고들 쉽게 생각하지만, 그냥 어른 손장난이나 그림장난으로 나온 책이 꽤 많다. 마음쓰기가 아닌 장삿속이나 손장난 책을 아이한테 건넬 수 없지. 날마다 태어나는 책은 수두룩하지만, 이 가운데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나눌 책은 얼마나 될까? ‘태어나는 책 부피’가 아닌 ‘어린이 눈빛으로 지은 책인가’를 보아야지 싶다. 《해수의 아이》나 《리틀 포레스트》는 아이들하고 함께 보았다. 《움벨트》는 어떨까? 아슬아슬하게 흐른다 싶더니 ‘아이하고 보기 어렵겠네’ 하고 느낀다. 하기는. 숱한 ‘어른’은 그저 스스로 그리고 싶은 대로 글을 쓰거나 그림·만화를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어린이랑 함께 사랑으로 펼치려고 짓는 마음’인 분은 꽤 드물다. 앞으로는 이러한 어른이 차츰 늘어날까? 늘어날 수 있기를, 참말로 부쩍부쩍 늘기를, 이웃나라에도 이 나라에도 맑은 눈빛 어른이 새롭게 자라나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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