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5.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글·그림, 지식과감성, 2020.4.24.



봄비가 노래를 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가 시원하다. 봄비란 추위를 가시는 비이면서, 여름을 앞두고 더위를 식히는 비이기도 하다. 이 봄비를 먹고 풀이며 나무가 무럭무럭 크고, 아이들도 부쩍부쩍 자란다. 어른도 이 봄비를 맨몸으로 맞는다면 앙금을 씻고 멍울을 털며 새롭게 일어설 만하지 않을까. 먼발치에서 보기에 뜻있는 시민모임이라고 여긴 곳이 막상 회계장부에서 터무니없는 모습을 보였을 뿐 아니라 꽃할머니 마음에 더 크게 멍울을 안겼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쩐지 우습고 부끄럽다. 우리 깜냥은 고작 이런 그릇이었을까. 국회의원이 되려고 그런 발버둥인 셈일까. ‘고작 국회의원’을 바라보면서 꽃할머니를 등져도 좋을까. 미움질 아닌 살림길로 거듭나야겠지. 모든 시민모임이. 저녁에 자전거를 달렸다. 시원하다.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을 읽었다. 어린이도 함께 읽도록 글결을 추스르면 더 좋았겠네 싶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 “한 판도 생각 못 한” 대목을 깨닫고서 길을 나서는 사자랑 생쥐가 귀엽다. 새롭게 생각하는 기쁜 마음이기에 동무가 되겠지. 이 새로운 생각은 스스로 살리겠지. 이 새로운 걸음은 스스로 빛나는 씨앗이 되겠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바른길이어야 ‘사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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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9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2.


《the Cat in the Hat》

 Dr.Seuss 글·그림, random house, 1957.



뽕꽃이 가득하다. 지난해보다 훨씬 많다. 올해에는 오디로 오디잼을 얼마나 신나게 졸일 만하려나 하고 헤아린다. 그러고 보니 사탕수수가루도 넉넉히 미리 챙겨야겠구나 싶다. 졸인 덩이가 가장 좋고, 다음은 원당이다. 이제 아이들도 맛을 알기에 그냥 설탕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무엇보다도 ‘마음’이 가장 크다. 마음이 깃들지 않으면 좋은 감을 쓰더라도 맛없을 뿐 아니라 몸이 다친다. 곧 오디를 훑을 철이 오겠구나 싶어, 뽕나무 곁에서 자라는 풀을 낫으로 석석 눕힌다. 눕힌 풀이 햇볕에 마르고 흙으로 돌아가려고 누렇게 되면 뽕나무 둘레는 폭신한 풀자리가 되겠지. 《the Cat in the Hat》을 새삼스레 되읽는다. 이 그림책을 만난 지 스무 해가 넘었지 싶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기를 바라는 꿈을 담으면서, 영어로 말놀이를 펼치는 멋진 그림책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그림책이나 동시가 없다시피 하다. ‘신나는 놀이’를 다룬 글·그림부터 드물고, 말장난 아닌 말놀이로 나아가는 글은 더더욱 드물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부터 ‘옛날엔 들놀이’를 했어도 오늘날엔 술담배만 하기 때문 아닐까? 오늘날에도 아이들하고 뛰놀고 북적거리면서 살림을 지으면 누구나 멋진 그림책이며 동시책을 빚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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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3.


《근대 일본사상 길잡이》

 가노 마사나오 글/김석근 옮김, 소화, 2004.8.10.



아이랑 하루 내내 함께 지내고, 이 하루가 달이 되고 해가 되며, 열 해가 되고 스무 해가 되는 길이 얼마나 즐겁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둘레에서는 나더러 “어떻게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집안일도 하고 아이들하고 하루 내내 같이 지내요? 안 힘들어요?” 하고 묻는데, “아이하고 하루 내내 같이 지낸 지 열세 해인데, 아이 곁을 떠나 혼자 바깥일을 보러 갈 적이 외려 힘들어요. 같이 지내며 힘든 날은 아직 하루도 없어요.” 하고 대꾸한다. 지지난해까지는 뒤꼍이나 마당에서 푸나무를 어루만질 적에 아이들을 불렀다면 이제는 안 부른다. 말없이 푸나무를 어루만지면 아이들은 “아버지 어디 갔지?” 하면서 쪼르르 찾아온다. 뒤꼍에서 조용히 매화알을 따니 큰아이가 “어? 아버지 여기 있네? 매화알 따요? 나도 같이 따야지.” 한다. 올해 첫 매화알을 훑어 사탕수수가루에 재운다. 《근대 일본사상 길잡이》를 띄엄띄엄 읽는다. 열흘쯤 되었지 싶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새물결이 춤출 적에 사람들이 어떻게 애쓰고 생각하며 온몸으로 뛰어들었는가를 간추려서 들려준다. 이 나라에도 때때로 새물결이 춤추는데, 우리는 어떠한 몸짓이거나 마음일까? 2020년 돌림앓이 새물결을 맞닥뜨리면서 이 삶터를 어떻게 바꾸어 낼 슬기를 마음에 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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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14.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오현경 그림, 이야기꽃, 2014.4.28.



오월은 민들레한테 어떤 달일까. 이월부터 고개를 내민 민들레는 오월에 숨이 죽으려 하고, 삼월부터 고개를 내민 민들레는 오월에 한껏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리다가 유월을 앞두고 숨이 죽으려 한다. 바야흐로 막달인 셈이다. 민들레잎은 유월에도 조금 누릴 만하지만, 여름이 깊으면 사르르 녹지. 아침에 흰민들레를 두루 살피니, 이제는 꽃도 씨앗도 끝물이다. 애썼구나. 이제는 찔레꽃내음을 맡으면서 고이 쉬어도 돼. 낮에 읍내 우체국으로 간다. 충북 제천에 새롭게 마을책집을 여는 분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책을 두 자락 부치려 한다. 책에 곁들이고 싶어 시골버스에서 동시 한 자락을 새로 쓴다. 바람이 시원한 오월 한복판을 누린다. 《민들레는 민들레》가 태어난 날을 살피니 사월 끝자락이네. 풀꽃은 으레 서너 달 사이를 살아내는데, 첫달은 작고 빛나며, 가운뎃달은 큼직하고 눈부시다면, 막달은 조용히 잠들려는 춤사위 같다. 들꽃이나 나무꽃이 피면 ‘꽃이 피네’ 하고 바라볼 수도 있지만, 다달이 꽃결이 어떻게 바뀌는가를 지켜본다면 한결 사랑스러울 만하지 싶다. 시골버스를 타고내릴 적에 마을 할매가 아기수레를 챙기셔야 해서 들어서 올리고 내린다. 아기수레는 할매한테 다리도 되어 주고 짐받이도 되어 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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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5.7.


《하루거리》

 김휘훈 글·그림, 그림책공작소, 2020.1.30.



5월 6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둘레에서는 4월 끝자락부터 5월 5일까지 ‘달콤날’이라 여기면서 놀러다닌다지만, 시골사람으로서 이무렵은 새로 돋는 풀꽃나무를 누리고 맞이하면서 건사하는 즐거운 철이다. ‘서로 떨어지기’를 삶자락에서 새롭게 하자는 때에 이르러서야 서울마실을 하며 지하철을 타고 성산동 마을책집인 〈조은이책〉으로 나들이를 하면서 《하루거리》를 빚은 그림님을 만났다. 서울마실을 한 뜻이라면 어떤 분이 어떤 꿈을 어떤 손으로 담아서 이 그림책을 선보였는지 궁금하고, 만나서 말을 나누고 싶었다. 그림책공작소에서 펴낸 《하루거리》 그림책은 ‘밝은 듯 보이지만 어둡’다. 뭔가 아리송했다. 그림님이 처음 마무리한 보기책을 구경하고서야 무릎을 쳤다. 그림님은 ‘어두운 듯 보이지만 밝은’ 삶을 그림으로 노래했는데, 출판사에서는 거꾸로 갔구나. ‘푸르죽죽’이라 할 쪽빛을 썼대서 어둡지 않다. 깊은바다는 안 어둡고 포근하다. 눈에 보이는 빛깔에 매이기 쉽겠지만, 마음으로 스미는 숨결을 헤아린다면, 출판사에서는 아이들 얼굴이나 옷을 제대로 허름하고 흙빛이되, 따사롭고 빛나는 눈망울로 여미는 길을 가야 맞지 않을까? 그나저나 ‘그림책공작소장’은 왜 이 그림책을 잘 안 알리는 듯할까? 알쏭하다. ㅅㄴㄹ


+ + +


그동안 태어난 책이 사랑스러운 만큼 새로 태어난 책도 제대로 알려지고 사랑받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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