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30.


《손과 입 2》

 오자키 토모히토 글·카와시타 미즈키 그림/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6.8.31.



쑥잎을 덖으며 여러모로 배웠다. 덖음길을 터놓고서 알려주는 데는 없네 하는 대목을 먼저 배웠고, 혼자 이래저래 부딪히면서 해보면 다 되는구나 하는 대목을 이윽고 배웠다. 스스로 덖음길을 익히고 나니, 쑥잎뿐 아니라 뽕잎도 감잎도 다른 잎도 재미나게 덖고 우려서 마신다. 또 스스로 익힌 만큼 누구한테나 덖음길을 알려준다. 사전짓기란 일도 매한가지. 이 일은 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야 할 수 있지 않다. 마음이 있고 뱃심이 있으며 말넋을 사랑하면 누구나 할 만하다. 사전짓기란 일도 단출하게 누구한테나 알려준다. 우리 손은 무엇이든 짓는다. 우리 입은 무엇이든 밝힌다. 우리 손은 무엇이든 사랑으로 감쌀 줄 안다. 우리 입은 무엇이든 노래로 어우를 줄 안다. 거꾸로 무엇이든 망가뜨리거나 미워할 수도 있는 손과 입일 텐데, 짓지 않고 망가뜨려서야 재미있을 턱이 없지. 나누지 않고 괴롭히거나 미워한다면 얼마나 따분하면서 스스로 힘들까. 《손과 입》 두걸음째를 읽는다. 두걸음째에서 줄거리가 어느 만큼 가닥을 잡는다만, 판이 진작 끊어진 이 만화책 셋·넷·다섯걸음은 언제쯤 짝을 맞출 수 있을까. 봄하늘이 사랑스럽다. 낮은 파랗고 밤은 까맣다. 봄바람이 되게 거세다. 온누리를 말끔히 털어 주려는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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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9.


《형아만 따라와》

 김성희 글·그림, 보림, 2019.9.25.



새로 쑥을 훑는다. 올해 첫 쑥을 열흘쯤 앞서 훑었던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바지런히 쑥잎을 덖을 생각이다. 쑥잎덖기를 맨손으로 하기에 곧잘 손이나 손목이 덴다. 실장갑을 끼면 델 일이 없을는지 모르나, 실장갑을 끼면 실장갑 냄새가 배기에 싫다. 이렇게 말하면 ‘가스렌지로 덖으면 가스 냄새가 배지 않나?’ 하고 따질 만한데, 참말로 잔냄새 아닌 꽃냄새가 배기를 바란다. 노래를 부르면서 쑥잎을 덖고, 등허리를 펴려고 틈틈이 춤까지 춘다. 가만히 서서 덖으면 등허리가 몹시 결리지만, 춤을 추면 새로 기운이 난다. 다시 말해, 등허리 펴려고 춤을 추다가 아뜨뜨 하면서 손목이 데기 일쑤인 셈. 그림책 《형아만 따라와》는 재미있다. 척 보아도 알 만하다. “형아만 따라와” 하고 읊는 언니는 틀림없이 동생을 지키지 못할 때를 맞이할 테고, 동생이 의젓하게 언니를 돌보겠지. 뻔히 알 만한 얼개일 텐데, 어린이 삶이든 어른 살림이든 ‘뻔히 알 만한 길’을 능청스레 풀어내니 더욱 알뜰하지 싶다. 맞다. 뻔히 알 만한 쉬운 줄거리가 좋다. 수수한 삶을 그리니 반갑다. 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얘기가 아닌, 오늘 이곳을 사랑하는 이야기라면 넉넉하다. 오늘도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하고 놀고 쑥 훑고 살림하고 사전 짓고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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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8.


《나의 살던 북한은》

 경화 글·그림, 미디어 일다, 2019.8.5.



이른아침에 전화를 받는다. 나는 저녁 일고여덟 시만 되면 전화를 받기 버겁지만 새벽 여섯 시 무렵에는 전화 받기에 좋다. 아이들이 있으니 새벽 전화는 되도록 조용히 받으려 하지만, 혼자 산다면 새벽 너덧 시 전화도 좋을 만큼 하루를 꽤나 일찍 연다. 이른아침에 전화를 하신 분은 아침에 우리 책숲에 찾아오셨다. 이태쯤 앞서는 허둥지둥 ‘고흥군수 선거’에 나오시느라 막상 떨어지고서도 넋을 차리기 힘드셨겠네 싶은데, 이분들은 이태 뒤 새로운 군수를 뽑는 자리에서 틀림없이 뽑히리라 여긴다. 부디 시골군수 물갈이가 제대로 되면 좋겠다. 책숲 손님이 가신 뒤에 불현듯 생각나서 순천 〈형설서점〉 마실을 다녀온다. 이동안 시외버스에서 《나의 살던 북한은》을 읽는다. 북녘을 떠나 남녘에서 ‘아줌마’로 살아온 분이 애틋한 북녘을 그리면서 남녘하고 다른 여러 살림 이야기를 수수하게 펼친다. 그런데 왜 “내가 살던”이 아닌 “나의 살던”일까. 이원수 님은 이녁이 쓴 동시에 ‘나의’로 적은 대목을 죽는 날까지 안타까워 했는데, 이를 아는 분은 있을까. 글쓴님은 북녘을 떠난 지 무척 오래되었기에 요즈음 북녘은 사뭇 다르겠지. 앞으로 두 나라는 어떤 길을 갈까. 두 나라는 언제쯤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며 전쟁무기를 버릴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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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7.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사토 사토루 글/이선아 옮김, 논장, 2003.8.5.



언제였는 지 가물거리지만, 어릴 적 언젠가 “뭘 갖고 싶니?” 하는 물음에 문득 “나무요! 커다란 나무요! 타고 오르며 놀고, 집도 지을 수 있는 나무요!” 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때 둘레 어른은 “마당도 없는 좁은 집에 무슨 나무? 다른 것은?” 하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서 ‘아, 나무를 갖고 싶다는 꿈은 말하거나 이룰 수 없나 보구나.’ 하고 여기면서 한참 잊었다. 예전에는 우리 집 아이들이 “나무를 타게 올려주셔요.”라든지 “나무에서 못 내려오겠어요.” 하고 말했으나 어느덧 두 아이는 저희끼리 나무를 타고오른다. 때로는 나무줄기에 걸터앉아서 하늘바라기를 한다. 조금 더 우람한 나무를 보금자리에 품는다면, 한결 깊이 숲으로 깃든다면, 아이들은 마음껏 나무살림을 짓겠지.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는 우리 책숲에 건사한 그림책이지만, ‘어쩌면 판이 끊어질는 지 몰라’ 하는 생각이 들어 한 자락을 새로 장만했다. 아름다운 그림책이니 둘을 건사할 만하지 않겠는가. 이 그림책을 하나 더 장만할 돈으로 새 그림책을 장만해도 좋을 테지만, 아름다운 그림책을 둘 나란히 놓아도 즐겁다. 아니, 아름다운 그림책을 나란히 놓으면 그 모습대로 아름답지. 아이한테 우람나무를 물려주는 어른으로 살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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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6.


《펭귄표 냉장고》

 다케시타 후미코 글·스즈키 마모루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01.10.30.



깊게 판 자리는 바깥바람이나 바깥볕이 어떠하든 시원한 결이 흐른다. 어느 모로 보면 춥거나 차고, 어느 모로 보면 싱그럽다. 흙으로 둘러싼 구덩이를 파서 건사하니, 또 우물물에 담그니, 나물이며 먹을거리를 두고두고 누리는 길이다. 글을 새긴 나무판이라면 한 해 내내 서늘하면서 그늘지고 바람이 잘 드는 데에 간직한다. 오늘 우리는 숲이 베푸는 싱싱칸이나 서늘터를 치우고서 냉장고를 들인다. 《펭귄표 냉장고》는 전기를 먹고 여러 톱니가 돌아가기에 차가운 바람을 품기만 하지 않는 냉장고라는, 펭귄이 슬그머니 냉장고에 같이 살기에 이러한 세간을 쓸는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은 어린이책이다. 아이는 냉장고에 깃든 펭귄을 만난다. 어른들은 냉장고에서 먹을거리가 하나둘 사라질 적마다 아이를 꾸중한다. 어른이 생각하기에 냉장고에 펭귄이 깃들 길이 없을까? 냉장고에 펭귄이 산다는 얘기를 터무니없다고만 여길까?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어느 만큼 마음을 열고서 맞아들일 만할까? 그저 사다가 쓰는 세간이 아닌, 우리가 손수 지어서 누리고 나누는 세간이라면, 이 세간에 깃드는 숨결이나 넋을 생각한다. 손수 젓가락을 깎아서 쓰면 젓가락을 고이 다룬다. 손수 집을 지어서 살면 이 집을 우리 몸처럼 돌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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