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7.


《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1단 : 명사》

 Mike Hwang 엮음, 마이클리시, 2018.4.25.



2019년 봄날, 그무렵 열두 살이던 큰아이하고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의무교육 입학유예 신청서’를 내러 가던 때가 문득 떠오른다. 초등학교 교감이라 하는 분이 집에서 아이들한테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느냐면서 큰아이한테 불쑥 영어로 무엇을 물었고, 큰아이는 그즈음 즐겁게 보던 ‘페파피그’에서 들은 두어 마디를 읊었다. 초등학교 샘님 영어는 내가 1988∼93년에 중·고등학교에서 익히 듣던 그 소리였다. 더없이 마땅할는지 모르는데, 초등학교 샘님은 아이가 ‘페파피그’ 말결을 그대로 옮긴 말소리(퐈닉스)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아빠표 영어 구구단 + 파닉스 1단 : 명사》는 참말 재미난 영어 길잡이책이다. 이 책은 꾸러미가 잔뜩 있는데, 엮은이 ‘Mike Hwang’ 님은 제법 예전부터 ‘학교교육 틀로는 영어를 영어답게 가르치지 못한다’는 대목을 잘 짚으면서 쉽고 부드러이 배우도록 이끄는 일을 해온다. 딸아이랑 영어놀이를 하며 배운 새삼스러운 눈썰미를 담은 《아빠표 영어 구구단》일 텐데, 어린이한테만 영어 소리결을 짚어 주기보다는, 이 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사한테도 나란히 이 책을 보여주며 같이 새롭게 배우면 어떠랴 싶다. 한국말하고 영어는 다르다. 다른 삶에서 다른 소리가 태어나고 다른 말이 흐른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6.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0.3.1.



정치일꾼을 뽑는 나이가 “온 열여덟 살”이 된다고 한다. 이제 이만큼 나아간다. 앞으로 “온 열다섯 살”이나 “온 열 살”도 정치일꾼을 뽑는 날이 되어야지 싶다. 푸름이 목소리뿐 아니라 어린이 목소리를 귀여겨들을 줄 알아야 비로소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는 길이 될 테니까. 보라, 어느 정치일꾼이 어린이하고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정책을 내놓는가?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정치일꾼을 아직 못 본다. 한사람 힘은 작을 테지만, 이 작은 힘이 물결이 되고 바다가 되며 하늘이 된다. 어린이 눈빛을 마주하면서 어린이가 알아듣고 누릴 수 있는 말길이며 살림길을 찾을 적에 ‘엉터리 정책·치우친 정책·뒷주머니 정책’은 말끔히 사라지리라. 《새내기 주권자를 위한 투표의 지혜》를 한달음에 다 읽는다. 이 나라 정치·선거 발자취를 살피면 ‘나라지기’나 ‘나라일꾼’ 같은 이름이 아닌 ‘대통령·국회의원·도지사·군수·시장’ 같은 이름을 우쭐거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지기’도 ‘일꾼’도 아닌 윗자리에서 거들먹거리는 막짓을 일삼았다. 한자리 얻으려고 몰려다니는 그들이 아닌, 살림꽃을 피우려는 투박하며 참한 일꾼을 우리 손으로 뽑고, 우리 스스로 살림지기·살림일꾼 되는 날을 그린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5.


《움벨트》

 이가라시 다이스케 글·그림/강동욱 옮김, 미우, 2019.5.31.



새로 만나는 만화책을 펼 적마다 ‘이 만화를 아이들하고 볼 만할까?’ 하고 생각한다. 어느 대목 하나라도 부디 끝까지 안 걸리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새로 만나는 그림책이며 동시책을 쥘 적마다 똑같이 생각한다. 그림책이나 동시책은 ‘어린이가 읽도록’ 지은 책이라고들 쉽게 생각하지만, 그냥 어른 손장난이나 그림장난으로 나온 책이 꽤 많다. 마음쓰기가 아닌 장삿속이나 손장난 책을 아이한테 건넬 수 없지. 날마다 태어나는 책은 수두룩하지만, 이 가운데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나눌 책은 얼마나 될까? ‘태어나는 책 부피’가 아닌 ‘어린이 눈빛으로 지은 책인가’를 보아야지 싶다. 《해수의 아이》나 《리틀 포레스트》는 아이들하고 함께 보았다. 《움벨트》는 어떨까? 아슬아슬하게 흐른다 싶더니 ‘아이하고 보기 어렵겠네’ 하고 느낀다. 하기는. 숱한 ‘어른’은 그저 스스로 그리고 싶은 대로 글을 쓰거나 그림·만화를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어린이랑 함께 사랑으로 펼치려고 짓는 마음’인 분은 꽤 드물다. 앞으로는 이러한 어른이 차츰 늘어날까? 늘어날 수 있기를, 참말로 부쩍부쩍 늘기를, 이웃나라에도 이 나라에도 맑은 눈빛 어른이 새롭게 자라나기를 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4.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김성은 글, 책과이음, 2020.2.12.



어제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큰아이는 ‘의무교육 유예 지원신청서’란 글을 해마다 써야 하는 일이 매우 성가시면서 싫다. 그래, 이런 글자락을 쓴다면서 아침을 날려야 하니 네가 부루퉁할 만하지. 그렇지만 그 마음을 새롭게 돌리면 어떨까? 누가 우리를 길들이려 한대서 우리가 길들지 않아. 우리 스스로 휩쓸리며 톱니바퀴가 되니까 길들 뿐이야. 서울이나 공장이나 발전소 곁에서 살기에 매캐한 바람을 마시지 않아. 우리 마음이 시커멓게 덮이면 매캐한 바람이 우리한테 와서 숨이 막히고 몸이 아프지. 너희가 초등학교에 가지 않아도 우리 이웃이 다니거나 일하는 곳이니, 사뿐히 마실하듯 다녀오면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을 얼추 보름 남짓 조금씩 읽는다. 단출한 부피라 20분 만에도 다 읽어낼 수 있지만, 동두천 한켠에서 세 해를 넘기며 마을책집으로 하루를 짓는 숨결을 헤아리고 싶어 매우 천천히 읽는다. 책집지기님은 “어느 날 갑자기”란 말로 책이름을 삼았지만, 불쑥 연 책터는 아니지 싶다. 늘 마음 한켠에 ‘숲에서 온 책을 보금자리 곁에서 새롭게 가꾸어 즐겁게 이웃을 만나고픈 꿈’이 씨앗으로 움터서 자랐으니 “이제 바야흐로” 〈코너스툴〉을 여셨겠지. 오늘도 고흥 밤하늘에 미리내가 눈부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오늘 읽기 2020.3.3.


《봄 여름 가을 겨울》

 헬렌 아폰시리 글·그림/엄혜숙 옮김, 이마주, 2019.1.25.



큰아이가 태어난 2008년부터 그림책 글손질을 한다. 내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아이한테 읽어 줄 적에는 ‘책에 적힌 대로 안 읽’는다. 얼토당토않은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나 얄궂은 말씨를 그자리에서 고쳐서 읽으니까. 할머니나 이웃님이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시는 모습을 보면 다들 ‘책에 적힌 대로만 읽’는다. 책말이 상냥하거나 알맞다면 그냥 읽어도 될 테지만, 거의 모두라 할 옮긴님은 ‘어린이한테 들려줄 한국말’을 아예 모르다시피 한다. 학교랑 사회에 길든 뒤범벅 말씨를 어린이책에 멋모르고 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얼거리나 이야기가 곱다고 느낀다. 그러나 옮김말이 너무 허술하다. 한 줄도 그냥 넘어갈 수 없도록 어린이하고 등진 번역 말씨에 얄궂은 말씨가 흐른다. 한숨을 쉬며 글손질을 하다가 쉬다가 며칠 묵히다가 다시 글손질을 했다. 차마 아이들한테 못 읽히겠다. 우리가 아예 ‘풀잎 그림책’을 새로 쓰자고 생각한다. 이웃나라 그림책을 쓰신 분은 ‘어려운 그 나라 말’을 썼을까, 아니면 가장 쉽고 부드러우며 사랑스러운 그 나라 말을 썼을까. 철마다 빛이 다르듯 사람마다 빛이 달라 고장말·마을말이 있다. 사투리로 옮겨 본다면 얄궂은 말씨가 어린이책이고 어른책에 불거질 일이란 거의 없다. ㅅㄴㄹ














(12쪽) 봄날의 합창. 봄이 왔다는 건 새들에게 딱 한 가지 뜻이에요. 짝을 찾을 때라는 것이지요. 동트기 전, 새들의 노래로 숲은 소란스러워져요 … 새들은 큰 소리로 서로의 짝을 불러냅니다. 

→ 봄노래. 봄이란 새한테 이런 뜻이에요. 짝을 찾을 때랍니다. 동트기 앞서, 새가 부르는 노래로 숲은 시끌시끌해요 … 새는 큰 소리로 서로 짝을 불러냅니다.


(13쪽) 사랑의 보금자리. 따뜻한 봄날, 짝을 찾은 새들은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로 분주해져요.

→ 사랑스런 보금자리. 따뜻한 봄날, 짝을 찾은 새는 새로운 아이를 맞으려고 바빠요.


(14쪽) 나무들의 변신. 긴 겨울이 끝나면 나무들은 변신을 시작합니다 … 구불구불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면, 작은 잎들이 한 줄로 드러나지요.

→ 달라지는 나무. 긴 겨울이 끝나면 나무는 달라집니다 … 구불구불한 소용돌이를 지으면, 작은 잎이 한 줄로 드러나지요.


(15쪽) 뿌리를 내리고 초록 싹을 밀어 올려요. 곤충들의 한살이로 시작되지요. 봄의 곤충 나비가 이제 막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려 하고 있어요.

→ 뿌리를 내리고 푸른 싹을 밀어 올려요. 이제부터 풀벌레 한살이예요. 봄에 깬 나비가 이제 막 새로운 한 해를 열려고 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