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7.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

 윤성근 글, 산지니, 2018.6.20.



전남 고흥에는 참고서하고 응큼잡지를 잘 보이는 데에 놓은 책집 말고는 없기에, 책숲마실을 하려면 순천으로 가는데, 곧잘 가던 〈형설서점〉은 낙안 쪽 폐교로 옮겼기에 이곳에 가는 길이 서울길 못잖게 멀다. 순천에 있는 여러 마을책집도 고흥 같은 시골에서 찾아가자면 서울길하고 맞먹는다. 찻삯을 모으고 하루를 바쳐야 다녀오는 책마실길이랄까. 큰고장 이웃님은 큰고장 곳곳에 마을책집이 있기에 더없이 아늑한 책살림을 누릴 만하다고 본다. 가만 보면 나 같은 시골사람은 책살림 누리기는 어려우니 스스로 도서관이 되어야 할 노릇인데, 마을책집이 한참 멀리 있더라도 숲이며 파란하늘이며 미리내를 늘 만나니, 이 대목에서는 참으로 아름답다. 누가 책하고 숲 가운데 무엇을 누리겠느냐고 묻는다면 “둘 다 누려야지요” 하고 말하리라.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는 서울 은평 한켠에서 2007년부터 마을헌책집으로 살림을 꾸린 나날을 갈무리한다. 책집지기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 지은 살림, 바라본 삶, 마주한 사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을 차곡차곡 여미었다. 글쓴님한테 헌책집은 어릴 적에 꽃쉼터였을 테고, 오늘은 꽃일터일까. 나는 어쩐지 모든 곳에 ‘꽃’이란 말을 붙이고 싶다. 우린 모두 꽃이자 씨앗이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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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6.


《할망소녀 히나타짱 1》

 쿠와요시 아사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11.15.



새로 써낸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몇 군데 마을책집에 부치러 우체국에 간다. 굳이 안 보내도 될 테지만, 어쩌면 그곳에서 진작에 이 책을 들여놓으셨을는지 모르지만, 돌림앓이라는 아픈바람이 부는 이즈막에 깊은 두멧시골에서 길어올린 노래바람을 살풋 누리면서 반겨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만화책 《할망소녀 히나타짱》을 진작부터 읽으려 하다가 놓쳤다. 이제 네걸음째 나왔던가. 책을 안 펴도 줄거리가 환히 보이지만 장만했고, 이쯤이면 어린이랑 함께 볼 만하겠다고 여겼다. 어떤 이야기이든 어린이하고 함께 누릴 만하도록 줄거리를 짜고 이야기를 엮으면 더없이 부드러우면서 상냥하게 달라지지 싶다. 가만 보면 그렇잖은가. 초등학교에서도 사회나 역사나 과학을 다 가르친다. 다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더없이 쉽게 풀어내거나 빗대어 이야기하지. 숱한 어른 인문책은 으레 ‘어른 눈높이’로만 쓰니까 말씨부터 엉성하고 어지러운데다가 자질구레하기까지 한데,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려는 눈빛으로 새로 쓴다면 군더더기가 차츰 걷히리라. ‘할망소녀 히나타’는 할망으로 죽은 삶을 거의 떠올리면서 아기로 다시 태어났다지. 히나타 할망소녀는 왜 다시 태어났는가를 머잖아 번쩍 하고 깨달으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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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3.


《기계 장치의 사랑 2》

 고다 요시이에 글·그림/안은별 옮김, 세미콜론, 2014.11.28.



며칠 앞서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기계 장치의 사랑 2》을 장만했다. 첫걸음을 읽고서 두걸음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 오래도록 잊었다. 고맙게 아직 판이 안 끊어졌다. 책이름처럼 ‘기계 장치’가 ‘사람 아닌 넋’으로 무슨 사랑을 어떻게 하는가를 다룬다. 한 줄로 간추리자면 ‘사람한테만 마음이 있다는 허튼생각을 집어치우라’가 이 만화책이 들려주는 고갱이라 할 만하다. 그린님이 선보인 《신 이야기》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흐른다. 그러니까 사람뿐 아니라 기계 장치도, 과자 껍데기도, 비닐자루도, 돌림앓이를 퍼뜨린다는 작은이도, 바람에 묻어나는 꽃가루도, 어미 새가 콕 집어서 새끼 새한테 갖다 주는 애벌레도, 저마다 마음이 흐르면서 사랑을 지핀다는 뜻이다. 짝을 맺거나 살을 비빈다고 해서 사랑이 되지 않는다. 짝맺기는 짝맺기일 뿐이고, 살비빔은 살비빔일 뿐이다. 사랑이라는 빛은 온누리 뭇숨결을 따사로우면서 참하게 어루만지는 고운 바람이라고 할 만하다. 그나저나 틀림없이 뒷걸음이 있을 텐데 싶어 아마존을 살피니 어느새 여섯걸음까지 나왔네. 게다가 일본책은 싸네. 세미콜론 출판사는 이 만화책이 안 팔린다는 핑계로 안 옮길는지 모르나, 제대로 읽히도록 먼저 마음을 기울일 노릇이지 싶다. ㅅㄴㄹ


#ごうだよしいえ #業田良家 #機械仕掛けの愛

https://www.amazon.co.jp/s?k=%E6%A9%9F%E6%A2%B0%E4%BB%95%E6%8E%9B%E3%81%91%E3%81%AE%E6%84%9B&ref=nb_sb_n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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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5.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

 소심한책방·손목서가·고스트북스·달팽이책방·유어마인드·동아서점 쓰고 펴냄, 2019.12.27.



여러 고장에서 마을책집으로 책살림을 잇는 여섯 곳이 여섯 가지 이야기를 저마다 꾸려서 책 한 자락으로 갈무리했다. 여섯 책집 이야기는 《책이 모인 모서리 여섯 책방 이야기》라는 이름이고, 누리책집에서는 이 책을 못 사지 싶다. 여섯 책집을 찾아가면 만날 테고, 그 여섯 책집에서 책을 받는 작은 마을책집에서는 만날 수 있으리라. 나는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펴내는 ‘달팽이 트리뷴’이라는 신문을 다달이 1만 원을 내고서 받아보기에, 책값을 얹어서 포항 ‘달팽이 판’으로 장만했다. 여러 책집지기가 쓴 글에 나오기도 하지만, 한복판은 서울이 아니다. 한복판이란 우리가 살림을 지으며 사랑하는 보금자리가 있는 이 마을이다. 여섯 고장은 저마다 온누리에서 한복판이요 아름다운 터전이며, 여섯 모서리 여섯 책집은 여섯 가지 한복판이자 여섯 갈래 노래밭이지 싶다. 여섯 목소리는 여섯 책집이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가를 여섯 빛깔로 들려준다. 나라 곳곳 모든 마을책집이 저마다 “우리 책집 이야기”를 조곤조곤 갈무리해서 선보인다면 좋겠다. 누가 취재·인터뷰를 해서 나오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되, 하루하루 마주한 햇살을, 햇살 같은 책을, 햇살 같은 책손을, 햇살 같은 책집지기 꿈을 노래한다면 무척 곱상하겠지. ㅅㄴㄹ


https://blog.naver.com/snailbooks/22176441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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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14.


《나만이 없는 거리 2》

 산베 케이 글·그림/강동욱 옮김, 소미미디어, 2015.3.1.



하루를 돌릴 수 있다면, 하루를 되감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 만할까. 몇 초나 몇 분을 도로 감아서 아까 한 어떤 몸짓이나 말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몸짓이나 말을 펼 만할까. 어린이로 살던 때에는 말을 더듬느라, 푸름이로 살던 때에는 수줍어서, 스무고개를 넘는 동안에는 둘레 어른들 윽박힘에 눌려서, 마음이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때에 몇 분쯤 되감아서 자꾸자꾸 살아낸다면 나는 마음속 말을 고스란히, 이러면서도 부드럽고 따스하게 읊을 줄 알았을까. 《나만이 없는 거리 2》를 보며 ‘되감는 삶’을 떠올리는데, 되감아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되감지 않고도 고이 흐르는 이 자리에서 한결 씩씩하거나 새롭게 일어서서 마주할 만하지 싶기도 하다. 이 만화는 틀림없이 ‘굳이 더는 되감기를 하지 않고도 오늘 이곳에서 동무랑 어머니를 믿고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는 길’을 다루겠지.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볼 만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 하고 그려 볼 만하다. 생각하면서 바뀐다. 꿈꾸면서 달라진다. 하루하루 그리면서 어제이며 오늘이 새롭다. 어제를 바꾸려고 용을 써도 되겠지만, 이보다는 오늘을 가꾸며 사랑하려고 힘을 쓰는 쪽이 한결 즐거우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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