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8.


《세상의 소리 2》

 이시이 아스카 글·그림/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9.4.



어린이가 함께 읽을 만하도록 엮거나 짓거나 쓰기란 어려울는지 모른다. 어린이 마음이나 눈길이나 생각이나 사랑이나 숨결이 아닐 적에는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기가 어렵겠지. 그러나 어른이란 몸이 되기까지 어린이로 살아야 하는 나날이 있는 줄, 어린이라는 어제가 바로 어른이라는 오늘을 이룬 밑거름이자 살림꽃이라는 대목을 늘 되새긴다면, 어린이가 함께 읽을 만한 글이나 책을 여밀 만하다. 흔히들 ‘어린이가 알아듣기 어려울 듯하다’면서 함부로 쓰거나 그리는 어른이 많은데, 아니 ‘어린이는 아예 생각조차 안 하’면서 쓰거나 그리기 일쑤인데, 모든 인문책이며 문학책이며 만화책을 ‘어린이가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지 싶다. 《세상의 소리》는 두 자락으로 마무리짓는 짤막한 만화이다. 꽤 오랜만에 만난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만화책을. 군더더기 그림을 넣지 않으니 좋고, 엉큼한 줄거리로 뭔가 얄팍하게 어른들 눈길을 끌려고 하지 않으니 좋다. 이를테면 ‘아다치 미츠루’ 같은 만화는 짜증스럽다. 만화란 그렇게 얄팍하거나 구지레하지 않다. 온누리 소리를 들어 보자. 온누리를 흐르는 마음소리를 듣자. 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마다 깃드는 싱그러운 숨결을 맞아들여 보자. 어린이와 어깨동무하기에 만화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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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7.


《도둑맞은 달》

 와다 마코토 글·그림/김정화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10.3.30.



달을 훔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어른이리라. 달을 혼자 누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어른이리라. 달을 사고판다든지 달로 돈벌이를 삼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김없이 어른이리라. 아이라면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같이 놀자고 하겠지. 함께 살아가자고 하겠지. 어두운 밤을 곱고 환하게 비추어 달라고 속삭이겠지. 꿈을 담아 노래를 부르겠지. 《도둑맞은 달》을 그려낸 분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어른들이 꾸민 이 정치이며 경제이며 군대이며 학교이며 종교이며 과학이며 문학이며 예술이며 …… 하나같이 부질없지만, 아이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서 상냥하게 뛰어노는 착한 마음이기에 환한 낮도 어두운 밤도 언제나 아늑하게 흐를 만하다는 이야기를 담아내는구나 싶다. 어른이란 이들, 이 가운데 정치나 행정을 맡은 이들은 기껏 ‘막고 닫고 윽박’지르는, 이 틀에서 그친다. 큰고장에서는 행정안전문자를 마치 폭탄처럼 쏟아붓는다면, 시골에서는 하루 내내 시끄럽게 마을방송으로 떠든다. 이른바 말만 하는 어른이다. 말로만 떠든다. 나무를 심거나 씨앗을 묻거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노래를 하는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모처럼 온나라 학교가 한참 쉴 듯하다. 이때에 어른이란 이들은 아이하고 무엇을 하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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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6.


《나랑 자고 가요》

 광양동초 1학년 1반 어린이·김영숙 엮음, 심다, 2020.2.1.



책이란 멀리 있지 않다고, 언제나 오늘 우리가 스스로 짓는 하루가 오롯이 책이 된다고, 다른 사람이 지은 이야기만 책이 아니라고, 다른 사람이 알아보건 말건 쳐다보지 않고서 스스로 오늘 이곳을 사랑으로 마주할 적에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이야기를 길어올려서 책이 된다고 하는 대목을 생각한다. 처음에는 몇 마디 말이다. 몇 마디 말에 앞서 생각이다. 생각에 앞서 마음이요, 마음은 삶이란 터에서 생각이란 씨앗을 낳는다. 이 흐름이 삶에서 생각으로 자라고 서로서로 얼크러지는 이야기로 솟아오를 적에 어느덧 글로 옮기더니 책이란 꼴로 태어난다. 온누리 모든 어린이가 터뜨리는 즐거운 말이, 때로는 아픈 말이, 차곡차곡 이야기로 모이고, 이 이야기를 눈여겨본 손길이 있다면 책이 된다. 수수하거나 투박한 학급문집 하나는 얼마나 대단한 책일까. 《나랑 자고 가요》를 일군 아이들은 스스로 이야기였고, 스스로 생각이었으며, 스스로 책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 씨앗이 될 테고, 스스로 노래가 될 테며,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빛줄기가 되겠지. 느긋하게 놀면 쓸 이야기가 많다. 넉넉하게 나누면 할 이야기가 많다. 느긋하지 않거나 넉넉하지 않다면 우리한테 아무런 이야기가 흐르지도 샘솟지도 않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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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4.


《바람의 맛》

 김유경 글·그림, 이야기꽃, 2015.12.15.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에 서면 바람맛을 보자고 이야기한다. 어제하고 다른 바람결을 느끼고 오늘 새로운 바람빛을 보면서 하루를 어떤 그림으로 지을는지를 생각하자고 노래한다. 마을 어른들이 마늘밭에 농약을 뿌리는 날에는 농약이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퍼진다. 이런 곳에는 벌나비가 찾아가지 않고 개구리도 풀벌레도 모두 달아나서 고요하다. 소리쟁이를 뜯어서 혀에 얹는다. 겨울을 품고서 봄을 그리는 풀잎에 서린 바람맛이란 들큼들큼하면서 보드라운 빛이다. 바알간 빛이 옅게 흐르는 매화잎에 코를 대고 큼큼 맡는다. 달콤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빛이다. 이 맛이며 빛이며 결을 읽는다면 우리가 짓는 밥살림을 비롯해 옷살림이며 집살림이 고루 아름답겠지. 《바람의 맛》을 펴면서 왜 ‘바람맛’이라 않고 구태여 ‘-의’를 넣는지 아쉽다만, 글말에 길든 어른들은 으레 이렇다. 된장맛, 간장맛, 고추장맛을 담는 밥차림이겠지. “된장의 맛·간장의 맛”이 아니다. 풀을 먹으며 풀맛을 볼 뿐, “풀의 맛”을 보지 않는다. 하늘을 보자. 우리는 ‘하늘빛’을 볼 뿐, “하늘의 빛”을 보지 않는다. 맛에 군더더기를 씌울 까닭이 없듯, 말에도 군더더기를 붙일 까닭이 없는 줄 안다면, 집집마다 새로운 맛길을 열 만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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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23.


《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글·그림/양미화 옮김, 창비, 2007.5.21.



고구마를 더없이 잘 먹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고구마를 잘 먹으면 고구마만 먹으며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감자를 잘 먹는 큰아이를 보다가 생각한다. 감자를 잘 먹으니 감자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다만 하나만 먹고살면 재미없을 날이 올는지 모르니, 굳이 하나만 먹어야 하지는 않겠지. 쌀밥에 고구마나 감자를 묻어서 끓여도 좋다. 고구마랑 감자에다가 당근이랑 밤을 같이 쪄도 좋다. 찐 고구마를 으깨어 새로운 먹을거리를 마련해도 재미나다. 먹는 길이란 다 다른 우리가 저마다 살림을 짓는 길만큼 수두룩하다. 《아주 아주 큰 고구마》는 아이들이 아주아주 커다란 고구마를 척 캐내어 갖가지 놀이를 하고 배터지게 누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아주 큰 고구마를 캐려면 아주아주 큰 밭이 있어야 하려나? 아주아주 큰 고구마를 척 놓고서 놀려면 아주아주 큰 빈터가 있어야 하려나? 아주아주 큰 고구마를 캤으니 지렁이도 풀벌레도 공벌레도 새도 부를까? 곰도 멧돼지도 고라니도 부를까? 이웃집도 부르고 이웃나라도 부를까?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냠냠짭짭, 저마다 즐기는 밥차림에 따라 갖가지 고구마잔치를 벌여 볼까? 살림, 사랑, 평화는 먼 데에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 넉넉히 지어서 다같이 나누면 모두 이룬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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