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8.


《산과 식욕과 나 1》

 시나노가와 히데오 글·그림/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11.1.



멧마실을 한다면 사람들이 으레 오르내리는 길이 아닌, 사람 발자국이 안 난 고즈넉한 데로 가고 싶다. 멧길을 오래 걸을 까닭은 없다. 어느 사람 목소리도 발길도 안 닿는 곳에서 가만히 나무를 안거나 바위에 앉거나 풀밭에 맨발로 서서 숲노래를 듣고 싶다. 눈을 가만히 감고서 숲에 흐르는 바람을 마시고 싶다. 온몸으로 스미는 숲내음을 맡고 싶다. 이러다 보니 《산과 식욕과 나 1》는 멧마실 이야기를 다루기에 눈길이 가면서도 ‘애써 멧마실을 하면서 밥타령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제까지 안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하나쯤은 들여다볼까 생각하며 첫걸음을 읽는다. 곰곰이 끝까지 넘기는데, 큰고장에서 여느 회사원으로 일하는 분이라면, 적어도 토·일 이틀쯤은 입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멧길을 타고는 혼자서 도시락이든 주먹밥이든 라면이든 누리면서 짜증스러운 닷새를 풀어내기도 해야겠구나 싶다. 이틀 동안 멧길을 걸으면서 닷새치 찌꺼기를 털어낸달까. 큰아이가 짐순이 노릇을 하기로 해서 둘이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에서 오며 가며 동시를 두 자락 새로 쓰고, 책도 한 자락 다 읽는다. 돌림앓이가 걱정이라면 한여름 시골버스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참 드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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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7.


《라라라 1》

 킨다이치 렌주로 글·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7.6.25.



이웃님이 전화를 건다. ‘about’이란 영어를 흔히 ‘-을/-를’로 옮기기는 하는데, 덜커덕 ‘about’ 한 마디만 쓴 자리는 어떻게 옮겨야 할는지 모르겠단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영어 말씨가 있다면, 우리한테는 우리 말씨가 있으니, ‘about’으로 무엇을 나타내고 싶은가를 흐름을 놓고 보면 어렵잖이 풀 만하다. 이를테면 ‘무엇’이나 ‘누구’나 ‘왜’로 풀어도 된다. ‘어떤’이나 ‘이야기’로 풀어도 되겠지. 《라라라 1》를 읽는다. 세 해 앞서 나올 적에 얼핏 눈이 갔지만 장만하지는 않았다. 겉그림 때문에 건너뛰었는데, 그 뒤로 잇달아 나오기에, 또 나이로 거는 만화가 아니기에, 겉그림에 숨은 다른 뜻이 있겠다고 여겼다. ‘살림꾼(가정부)’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사내하고 의사로 일하는 가시내가 얼크러지는 줄거리를 다루는구나 싶은데, 뒷걸음을 다 보아야 알 테지만, 오늘날 흐름 가운데 한켠을 짚는 만화가 되리라 본다. 길은 스스로 찾으려 하기에 찾는다. 삶은 스스로 지으려 하기에 삶이 된다. 사랑은 스스로 길어올리려 하기에 언제나 새롭게 샘솟는다. 고흥은 비가 더 안 오려 한다. 그러나 여태 내린 비가 꽤 많으니 비가 안 오더라도 후덥지근하다. 해가 사흘쯤 나오면 누그러지겠고, 닷새쯤 나오면 시원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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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6.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길상호 글, 걷는사람, 2019.9.30.



며칠 앞서 광주마실을 하는 길에 〈검은책방흰책방〉을 찾아갔다. 문학을 사랑하는 지기님은 오롯이 시집이랑 소설책이랑 수필책으로, 때로는 고양이 책하고 여러 가지 인문책으로 그 터를 가꾸신다. 구석구석 스민 손길을 느끼며 어떤 시집을 챙길까 하고 살피다가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를 집었고, 그날 밤에 읽는데, 글줄마다 턱턱 걸렸다. 글이랑 글을 너무 짜맞춘 티가 난달까. 왜 글을 짜맞추어야 할까. 왜 글을 문학스럽게 꾸며야 할까. 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펴면 된다. 들려줄 말이 있으면 저마다 새로운 가락으로 노래하면 된다. 틀에 매거나 얽어야 하지 않은데, 왜 시라고 하는 글은 꼭 이렇게 해야 문학스럽다고 여길까? 문학상을 받는 시를 보면 하나같이 ‘틀’이 있고, 이 틀을 따르지 않으면 문학상은커녕 시집으로 태어나지도 못한다. 졸업장을 주는 학교 같은 문학이다. 대학입시처럼 줄세우는 문학판이다. 비가 와도 비에 젖지 않으면서 비에 젖은 척을 하는 문학이고, 볕이 나도 볕바라기를 않으면서 해바라기만 읊는 문학이다. 우리 언제쯤 울타리를 허무는 오늘이 될까. 우리 앞으로 허물없이 춤추고 놀 줄 아는 어린이다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꽃이푸는 나날이 될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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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5.


《말도 안 돼!》

 미셸 마켈 글·낸시 카펜터 그림/허은미 옮김, 산하, 2017.10.18.



“자전거 타기 좋은 하늘이네요.” 하는 한 마디에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올해 들어 작은아이하고 빗길 자전거를 꽤 즐겼는데, 빗길에서는 비내음으로, 볕길에서는 볕내음으로, 밤길에서는 밤빛으로 느긋하게 들바람을 쐰다. 그동안 자전거를 숱하게 달렸는데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라고 말한 적은 잦아도 “자전거 타기 좋은 하늘”이란 말은 해본 적이 드물지 싶다. 그래, 하늘을 보고 달리는 길이지. 하늘을 보면서 바람을 마시고, 하늘을 마시며 살아숨쉬는 기운을 북돋우고, 하늘로 북돋우면서 오늘이 반갑다. 《말도 안 돼!》는 어린이책을 오로지 어린이책으로 아끼려는 숨결이 언제 어떻게 누구한테서 비롯하면서 퍼졌는가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옮김말은 영 아쉽지만, 이런 그림책도 있구나 싶어 놀랍다. 책장사로 돈을 벌 마음도 있지만, 언제나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책으로 놀이하는 마음을 건사하려고 했기에 삶터를 바꾸고 삶길을 새로 열었을 테지. 무늬로만 책이 되지 않는다. 겉모습으로만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속살로 책이 되고, 속사랑으로 이야기가 된다. 예쁜 척하는 글이나 그림으로는 어린이책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서는 입시지옥을 걷어치우면서 참사랑·참마음을 가꾸는 손길이어야 어린이책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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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4.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1》

 니시모리 히로유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7.9.25.



올해 들어 풋감이 많이 떨어진다. 비랑 해가 알맞게 갈마들지 못한 채 오래오래 빗줄기가 온나라를 덮은 탓이다. 이 풋감을 달콤가루에 재우면 멋진 단물을 얻을 수 있지만, 광주마실을 하고서 등허리를 쉬느라 일을 미루었더니, 풋감은 어느새 흙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비가 드물고 해만 오래 난다면 이런 날씨가 되는 까닭이 있고, 해가 드물면서 비만 오래 내린다면 이런 날씨가 되는 까닭이 있지. 앞으로 어떤 날씨가 될는지 걱정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바뀌는 날씨가 어떤 뜻인가를 읽어야지 싶고, 말해야지 싶으며, 알아야지 싶다. 왜 물벼락 같은 비가 쏟아질까? 우리 삶자리가 어떤 얼개이기에 하늘은 그런 비를 내릴까? 돌림앓이가 그토록 퍼지면서 하늘길이 그렇게 많이 끊어졌어도 우린 아직 뭐가 뭔지를 안 깨달으려는 살림길이 아닐까? 이명박이 ‘4대강 막삽질’을 했다고 나무란 문재인 정권은 ‘남해안 관광벨트 20조 10년 사업’을 편다고 밝혔다. 끔찍하다. 남해안은 바다가 국립공원이거든? 건드리지 말아라. 삽질하지 말아라.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같은 만화책을 같이 읽자. 냇물뿐 아니라 숲도 바다도 함부로 시멘트 퍼붓는 삽질로 건드릴 생각을 말아라. 너희가 받는 달삯이 꽤 많잖니? 뒷돈벌이 좀 집어치우라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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