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1.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이은채 글, 스토리닷, 2020.8.8.



대구에서 초등학교 샘님으로 일하는 이웃님 다섯 분이 우리 책숲으로 찾아온다. 자분자분 이야기하다 보니 하루가 쉽게 흐른다. 2020년에 대구만큼 고단한 고장이 또 있었을까. 바로 그 대구에서 어린이하고 삶을 사랑하는 말글살이를 헤아리려는 이분들이 모쪼록 새롭게 기운을 내시면서 더욱 날갯짓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오늘은 해가 쨍쨍 나다가, 비가 억수로 퍼붓다가, 구름이 잔뜩 흐르다가, 구름 사이에 새파란 하늘이 나다가, 바람이 잔잔하다가, 바람이 휭 불다가, 갖은 날씨가 굽이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를 며칠째 조금씩 읽는다. ‘yoga’란 무엇일까? 이 산스크리트말을 우리말로는 어떻게 풀이하면 어울릴까? 몸이랑 마음을 하나로 묶는다고 한다면 ‘한짓’이 되려나. 하나가 되려는 몸짓. 한결·한빛·한숨·한길이 되려는 몸짓이라고 생가하면서 요가를 한다면 이 몸짓이 어렵거나 쉬운 흐름이 아니라, 마음을 몸으로 어떻게 담아내면서 몸은 마음을 어떻게 그리는가를 차근차근 떠올릴 만하겠지. 오래도록 잇는 깊은 ‘한짓’이 있다면, 오늘 새삼스레 풀어내는 ‘한짓’이 있다. 지난날 어린이를 헤아리며 오늘날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면서 아름다이 자라날 배움길을 그려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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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3.


《내게 아주 특별한 선물》

 베라 B.윌리엄스 글·그림/최순희 옮김, 느림보, 2005.5.16.



이제는 비가 걷히고 해가 나는 날이다. 그동안 기다리던 햇볕말리기를 한다. 집안에 있는 천살림이며 나무살림을 꺼내어 볕이 잘 드는 곳에 내놓고서 말린다. 한참 말리고서 뒤집고, 또 한참 말리고서 뒤집는다. 햇볕을 먹는다. 둘레에서는 장마가 끝나니 찜통이라고 말하던데, 한낮이 찜통은 아니다. 나무 곁에 서 보자. 나무가 베푸는 싱그러우면서 시원한 바람을 누려 보자. 우리 보금자리나 일터에 나무가 없다면 나무를 심자. 선풍기나 에어컨이 아닌 나무바람을 맞아들이는 삶터를 가꾸자. 커다랗게 올려세우는 시멘트집이 아닌,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로 그윽한 숲이며 숲정이로 돌보자. 앞으로 나무가 우람한 숲을 누린다면 이 나무를 조금조금 얻어 나무집을 지을 만하겠지. 우리가 갈 길이라면, 숲에서 살림살이를 얻고, 숲을 사랑으로 돌보며, 저마다 숲돌이·숲순이로 사랑하는 마음을 기른다면 좋겠다. 《내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아이가 스스로 어떤 살림을 받거나 누리고 싶은가 하는 대목을 따사로이 그려냈다. 우리나라 그림님도 이런 그림책을 그리고, 이런 글책을 쓰면 좋겠다. 학교나 학원 얘기는 이제 그만 그리거나 쓰고, 시원한 바람 이야기를 그리고 쓰면 좋겠다. 나무 곁에 서며 가을이 코앞인 줄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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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2.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글, 인플루엔셜, 2020.8.12.



어제 낮에 작은아이가 부채를 어디에 잃었다고 한다. 어제 우리 책숲에 찾아온 이웃님하고 다닌 길을 자전거를 몰며 돌아다니며 묻는데 어디에도 없다. 설마 싶어 이웃님한테 쪽글을 남겼더니, 이웃님 자동차 뒷자리 한켠에 부채가 있더란다. 부채를 잃은 작은아이더러 아침에 글월을 쓰라고 얘기한다. 부채를 우리 집으로 보내 주시면 고맙겠다는 뜻을 손글로 적도록 하고, 나는 동시를 새로 써서 우체국에 가서 띄운다. 엊저녁에 부채 하나 찾으려고 벌인 실랑이를 떠올리며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시골버스에서 읽는다. “필요한 순간” 같은 말씨야 요새 어른이라면 흔히 쓸는지 모르지만, “곁에 둘 때”처럼 꺼풀을 벗겨서 쓰면 한결 부드러우리라 본다. “다시 수학을 곁에 둘 때”라든지 “다시 수학을 생각할 때”처럼 말씨를 조금 바꾸기만 해도 수학이라는 길을 우리 삶자리 어디에 두면 달라지는가 하는 대목을 엿볼 만하다. 수학이란 풀잇길이나 틀만이 아니다. 우리말 ‘셈’이 가리키듯 ‘셈 = 세다 = 헤다 = 헤아리다 = 생각’이다. ‘셈’이란 낱말을 얕보는 이가 꽤 많던데, ‘셈 = 생각’이요, ‘셈 = 슬기로 나아가는 생각길’이다.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는, 이 네 가지가 바탕이 되어 모든 실마리를 잇고 엮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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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0.


《여섯 사람》

 데이비드 매키 글·그림/김중철 옮김, 비룡소, 1997.6.15.



큰바람이 일렁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이 큰바람은, 긴 장마는, 바로 이 땅에 더러운 찌끄러기가 많기에 하나하나 쓸고 씻어내려는 하늘짓이지 싶다. 전남 고흥군은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이란 이름을 내걸면서 고흥만 갯벌 논자락을 밀어내고서 아스팔트를 깔면서 ‘무인군사드론’을 띄우는 길을 착착 밀어붙인다. 처음에는 ‘경비행기시험장’이라 내걸다가 어느새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으로 바꾸는데, 이곳에서 참말로 그동안 ‘무인군사드론’을 국방과학연구소와 손잡고서 짬짜미로 몰래 띄웠다.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에 돈을 옴팡지게 쏟아붓고, 이 전쟁무기를 다른 나라에 팔려고 한다. ‘군사과학’은 오늘날 가장 돈이 잘 벌리는 길이라고 한다. 《여섯 사람》이라는 그림책은 여섯 사람이 여섯 사람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만가만 보여준다. 그들 손아귀에만 쥐려고 하는 마음을, 한 톨도 이웃하고 나눌 생각이 없는 마음을, 한 톨이라도 나누기보다는 총칼을 갖추어 되레 옆마을을 쳐부수고서 옆마을 씨앗을 빼앗으려는 마음을, 참으로 잘 그려낸다. 우리는 총칼을 언제 줄일는지 알 길이 없다. 총칼은 평화를 지킬 뜻이 아니라, 평화를 깨부술 뜻으로 갖추기 마련인데, 국방비란 싸움돈인데, 우리는 이 대목을 어느새 잊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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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9.


《펜과 초콜릿 1》

 네무 요코 글·그림/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1.12.15.



자전거 바람이를 다시 손질한다. 꽤 길게 찢어진 자리가 잘 안 붙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척 붙어 준다. 구멍때우개는 둘 남는다. 이 때우개는 열 몇 해가 넘은 아이인데 용케 아직도 쓸 만하다. 다 떨어지기 앞서 새로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비가 잦아 파리가 없다시피 한다. 그러나 모기는 잔뜩 있지. 물기운이 넘치면 모기는 더 많이 깨어나고, 이때에 파리는 죽어난다. 볕기운이 가득하면 파리는 더 많이 나타나며, 이때에 모기는 시들한다. 비바람이 찾아든다. 비바람을 맞으면서 놀다가 쉰다. 일손도 쉬기로 한다. 만화책 《펜과 초콜릿 1》를 쥔다. 이 만화를 읽으며 처음 깨닫는데, 그린이 네무 요코 님은 도쿄에서 꽤 먼 작은고장(작은도시)에서 산다고 한다. 어쩐지, 그동안 보던 만화결이 여느 ‘서울(도쿄) 만화님’하고 다르다 싶더라. 우리나 일본이나 서울(도쿄)에서 지내며 일하는 사람은 한결 빈틈없어 보이면서 여러모로 바쁘구나 싶은 티가 난다. 서울(도쿄)하고 꽤 떨어진 고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빈틈없이 그리기만 하지 않더라. 살며시 틈을 놓는달까. 느긋하게 사이를 둔달까. 작은고장에서도 먼 시골에서 살면 이 틈은 한결 넉넉하고 너그럽다. 시골하고도 먼 숲에서 살면 틈이 아닌 ‘트인 눈빛’을 담아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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