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8.


《엄마와 딸》

 신달자 글, 민음사, 2012.12.28.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났다. 둘레에서는 내가 딸로 태어나리라고 여겼단다. 아들이란 몸으로 태어났는데 어릴 적부터 나는 계집애를 닮았다고 했단다. 자랄수록 가시내 아닌 사내처럼 보였을 테지만 언제나 어머니 심부름을 했고, 집안일을 꺼리지 않았다. 국민학교 5학년 무렵부터 ‘미래직업 : 가정주부’로 삼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했고, 참말로 ‘미래직업’ 둘쨋길로 ‘가정주부’를 적어 넣었다. 사내가 무슨 집안일을 하느냐고 곳곳에서 손가락질이었지만, 어느 한쪽만 맡을 집안일이 아닌 함께하면서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가꿀 집살림이라고 여겼다. 타고난 몸뚱이로 일거리를 가를 앞날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꿈을 북돋아 온누리에 어깨동무라는 빛줄기를 조금씩 퍼뜨릴 적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했다. 《엄마와 딸》을 읽었다.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면서 이녁 어머니한테는 언제나 딸인 글쓴이 생각이 조곤조곤 흐른다. 다만 글쓴이는 새길을 열거나 뚫기보다는 이 나라에서 굴레를 씌운 자리대로 어머니하고 딸이라는 길을 돌아보거나 짚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더욱 이 굴레나 수렁이나 틀을 부드러이 녹여내는 삶길로 새롭게 걸어가면서 싱그럽고 씩씩한 하루를 글로 담으면 훨씬 좋을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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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9.


《소소한 꽃 이야기》

 오사다 카나 글·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20.1.31.



꽃은 커야 하지 않고, 꽃은 눈부셔야 하지 않고, 꽃은 늘 펴야 하지 않으니, 꽃은 늘 꽃이니까. 들꽃은 들꽃이고 풀꽃은 풀꽃이다. 곁에 두고 돌보는 꽃이라면 곁꽃이거나 귀염꽃이 되겠지. 꽃송이가 함박만 해도 고우며, 꽃망울이 깨알만 해도 곱다. 《소소한 꽃 이야기》는 수수한 꽃을, 또는 조촐한 꽃을, 또는 자그마한 꽃하고 얽힌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대단해야 아름다운 만화가 되겠는가.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지켜보고, 우리 마을에서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며, 우리 삶터를 보듬는 눈비바람에 해님에 별빛을 헤아리면 넉넉하겠지. 고흥부터 상주까지 자동차를 함께 타고서 달렸다. 전라남도는 찻길에 거의 자동차가 없고, 전라북도를 지나 충청도로 접어드니 제법 있다. 후끈후끈한 찻길을 달리며 ‘바로 이 찻길에야말로 햇볕판을 붙이면 될 텐데’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시골 멧자락이며 숲이며 밭자락까지 햇볕판을 밀어붙인 벼슬아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숲을 밀면 서울도 망가지는 줄 모르고 그저 돈만 바라보는가? 찻길(고속도로)에 햇볕판을 세우면 햇볕도 잘 먹지만, 찻길에 햇볕에 덜 닳고 빗물에도 덜 다친다. 벼슬아치는 행정 핑계를 그만 대야지. 텅텅 빈 전라남도 찻길을 멀쩡히 둬서 뭘 하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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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6.


《너에게 친구가 생길 때까지 3》

 호타니 신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6.15.



청주에 사는 이웃님을 만나러 순천마실을 한다. 이웃님하고 순천 마을책집 〈도그책방〉에 찾아간다. 계실까? 계시겠지. 끝여름 끝더위를 옴팡 누리면서 골목 한켠 〈도그책방〉에 닿는다. 장마에 더위에 더구나 돌림앓이에, 책집살림이 하루하루 가시밭길 같다고 말씀하시는 책집지기님 목소리에는 이 책집 한 곳으로 마을이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을 몸소 느끼고 지켜본 사랑이 흐른다. 가시밭길이기에 더욱 씩씩하게 일어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음걸이가 되려는 마을책집이란 얼마나 살뜰한 손길일까. 한밤에 별빛을 바라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미리내를 보았다. 그동안 비구름에 가려 밤별을 제대로 못 누렸다. 청주 이웃님은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 봤어요.” 하고 놀란다. “새벽 두 시부터 세 시 사이가 가장 밝아요. 이 별빛이 있기에 앞으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갈 생각이에요.” 만화책 《너에게 친구가 생길 때까지》는 모두 다섯걸음으로 나온다. 수줍고 떨려서 입으로 말을 못하고 그림종이에 글씨랑 그림으로 마음을 적는 꼬마한테 마음을 여는 고등학교 푸름이 이야기를 다룬다. 마음을 열기에 서로 동무일 테지. 마음으로 마주하기에 서로 반갑겠지. 마음을 나누기에 서로 웃으면서 오늘 하루를 짓고 누리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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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5.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



고흥으로 나들이를 온 이웃님하고 오랜만에 읍내 우람고인돌한테 찾아간다. 고흥이란 고장에서 열 해를 살며 ‘버려진 고인돌’을 곳곳에서 수두룩하게 보았다. 다른 고장에서는 고인돌로 여러 가지 일을 꾀하지만 고흥은 고인돌이 어디에나 흔하면서도 막상 이 고인돌을 살리거나 헤아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우람한 고인돌을 살살 쓰다듬고서 읍내 우람나무한테 간다. 어림하기로만 900살인 우람한 느티나무인데, 이 곁에 담배꽁초하고 술병이 늘 나뒹군다. 다른 고장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삼을 만한 우람나무여도 고흥에서는 그저 시달리는 나무이다. 《내가 진짜 공주님》라는 그림책은 일본에서 ‘들꽃순이(또는 들꽃공주)’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한글판하고 일본판을 살피면 옮김말을 엉뚱하게 적바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엉뚱한 옮김말에 책이름이어도 더없이 알차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지. 들판에서 들꽃을 아끼며 들꽃 품에 안겨 들놀이를 누리는 아이는 다른 잘나거나 이름난 공주는 내키지 않고, 수수하면서 짙푸른 ‘들꽃’이란 이름이 마음에 든다지. 틈날 적마다 다시 읽으며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아름그림책이다. 2020년 돌림앓이로 고단한 큰고장 이웃님하고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노래하고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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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4.


《바람의 새 집시》

 마리 프랑스 슈브롱 글·마틸드 마냥 그림/박정연 옮김, 같이보는책, 2015.6.17.



그림책 하나란 어떠한 사랑일까 하고 돌아보곤 한다. 흔하디흔한 그림책이 아닌, 그리 어렵지 않게 구경하는 그림책이 아닌, 이제까지 살아온 숨결을 사랑으로 담은 그림책이랑, 오늘부터 살아갈 슬기로운 살림을 새삼스레 얹은 그림책을 돌아본다. 《바람의 새 집시》를 처음 만난 날, 이 그림책이 참으로 놀랍구나 싶었다. 시원시원한 그림에 포근포근한 줄거리가 어우러진 그림책인데, 뜻밖에 거의 안 알려지거나 덜 읽힌 대목에도 놀랐고, 어쩌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제대로 읽히기 어렵겠네 싶기도 했다. 영어로는 수수하게 “Gipsy”란 이름으로만 나온 그림책이다. 새랑 동무가 되는 사람들 이야기를 새(까치) 눈길로 차분하게 보여주기만 하는데, “바람의 새”라는 말이, 아니 “바람새”라고만 하면 될 말이, 바로 ‘집시’란 발자취를 보여줄 단출한 한 마디로구나 싶었다. 틀에 박힐 뜻이 없이, 얽매일 생각이 없이, 언제나 홀가분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리려는 몸짓이기에 바람새이다. 풀꽃나무를 사랑하고 숲을 옴팡 껴안으면서 노래하려는 길이기에 바람새이다. 학교가 크거나 이름높아야 할까? 사람마다 스스로 눈부시면서 기쁘게 꿈꿀 노릇이지 않을까? 온누리 아이들한테 바람새 이야기가 마음으로 살며시 스며들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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