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글·그림, 남해의봄날, 2020.6.15.



오늘은 금요일. 서두르자. 책숲 얘기종이 〈삶말 52〉을 엮어서 종이로 뽑는다. 세 시 버스는 글렀고 다섯 시 버스를 아슬아슬. 읍내에 닿아 글살림집에서 100자락을 뜬다. 이제 볼일은 마쳤고, 아이들 먹을거리를 가게에 들러 장만하고서 버스를 기다린다. 요즈막 다닌 여러 마을책집에서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들추었지만 안 샀다. 앞서 낸 책하고 대면 살짝 달라졌구나 싶지만, 얼개는 엇비슷하고, 그린님이 마을가게를 어떻게 찾아가는가를 듣고는 딱히 사고픈 생각이 안 들더라. 마을가게는 마을에 뻘쭘하게 있지 않다. 말 그대로 마을에 있다. 큰고장에서는 ‘골목가게’일 텐데, 골목 한켠에 외따로 있지 않다. 마을가게이건 골목가게이건 마을이나 골목에서 복판이나 마당을 차지한달 만하다. 사람들이 두런두런 모이고, 아이들이 홀가분히 뛰어놀던 터 가운데 한켠이다. 그린님은 ‘구멍가게’하고 ‘가게나무’만, 때로는 자전거를 곁들여 도드라지게 그리는데, 막상 마을이나 골목이 없다. 왜 그런가 했더니 마을을 안 걸으셨구나. 가게를 둘러싼 마을이며 골목을 마을사람이나 골목사람처럼 늘 걸으며 지켜보면 그림결은 확 달라질 테지. 마을을 안 걸으니 틀이 좁다. 그림에 바람이 안 흐르고 햇살하고 그림자가 없다. 차갑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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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


《조선의 문을 열어라》

 손주현 글·이해정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5.23.



노랗게 익는 매화알 먹는 멧새를 바라본다. 새가 저렇게 반기면서 냠냠 누리는데 그냥 둘까? 아니지, 새만 먹으라고 돌보는 우리 집 나무는 아니니, 우리도 좀 누릴까? 새는 언제나 밥값을 치른다. 곳곳에 나무를 심어 주고, 하루 내내 노래를 들려준다. 우리가 바라는 자리마다 알맞게 온갖 나무씨를 몸에 품고 찾아와서 콕콕 심어 주는데, 새처럼 훌륭한 ‘나무심기 일꾼’이 또 있을까? 아, 다람쥐도 있지. 개미도 있고. 《조선의 문을 열어라》를 처음 펼 적에는 ‘어린이 역사책에 지겹도록 흔한 조선 이야기’보다는 ‘어린이 역사책에 좀처럼 안 드러나는 고려 이야기’를 다루는구나 싶어서 눈여겨보았다. 그렇지만 여느 사람들 살림살이가 아닌 왕씨랑 이씨랑 임금 언저리 이야기에 치우치느라 아쉽더라. 이렇게 아쉬울 적마다 “그럼 그대가 손수 쓰시지?”처럼 핀잔하는 분이 있는데, 내가 스스로 발자취 이야기를 쓴다면, 고려도 고구려도 발해도 옛조선도 아닌, 삼만 해나 삼십만 해나 삼십억 해를 아우르는 별빛노래를 그리고 싶다. 가까운 발자취도 그려내면 좋겠지만, 너무 다른 책·글에 기대어 어린이 역사책을 엮는 듯하다. 더구나 99.9가 아닌 0.1조차 안 되는 임금·벼슬아치·구실아치·먹물 틀에 너무 갇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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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


《판도라》

 빅토리아 턴불 글·그림/김영선 옮김, 보림, 2017.9.20.



오랜만에 큰아이하고 읍내로 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로 한다. 여태 입가리개를 한 적이 없이 집에서 조용히 지내던 큰아이는 처음으로 하는 입가리개가 매우 벅차다. 집에서 놀며 스스로 배우는 아이라서 어디로도 굳이 나갈 일이 없으니 입가리개를 할 일조차 없다가 처음으로 하니까 얼굴이 더워서 힘들었다는데, “그래도 버스 플라스틱 냄새를 가려 주니 좋네요.” 하고 덧붙인다. 그러게. 그렇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아직 아이들이 없이 혼자 살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2007년 무렵까지, 충주에서 서울로 자전거를 달릴 적에 입가리개에 물안경을 했다. 길에서 차방귀가 엄청났으니까. 입코를 가리니 버스나 가게에서 흐르는 갖은 화학약품 냄새를 살짝 가릴 만하지. 그림책 《판도라》는 어느 만큼 사랑받았을까. 버림치를 손질해서 살림으로 건사하기를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새를 만나며 ‘산 숨결’은 섣불리 뚝딱할 수 없는 줄 처음으로 깨닫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마침 요즈막하고 어울리는 얘기이다. 방역이나 입가리개나 백신이 나쁠 일은 없지만, 밑바탕을 바꾸어 내지 못한다. 돌림앓이나 몹쓸것이 불거지는 ‘도시물질문명’을 달래거나 씻는 숲길을 헤아리지 않으면, 서울 한복판에 나무를 안 심으면 다 마찬가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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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30.


《전염병 전쟁》

 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20.6.10.



숲이며 풀밭에는 어김없이 벌레가 있다. 나무에도 벌레가 함께 있다. 나무마다 다 다른 벌레가 깃들고, 다 다른 나비가 깨어난다. 나무를 집으로 삼아 지내는 벌레는 나뭇잎을 갉고 나무줄기를 파기도 하지만, 나무꽃이 피면 꽃가루받이를 해주지. 풀밭에서도 매한가지.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배추를 갉는다지만, 이 애벌레가 나비로 깨어나면 배추꽃이 흐드러질 적에 꽃가루받이를 해준다. 사람이 안 버린다면, 풀밭이며 숲이며 바다에는 쓰레기가 없다. 작은 벌레가 모든 주검이며 찌꺼기를 낱낱이 갉아먹으며 없애니까. 사람이 없는 숲이며 들이며 바다가 왜 깨끗하며 아름다울까? 다 다른 목숨붙이가 저마다 고루 얽히면서 사이좋게 지내기 때문이지. 《전염병 전쟁》을 읽으며 오늘날 돌림앓이를 다시 생각한다. 이 나라를 비롯해 어디이든 하나같이 ‘백신’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 버릇하지만, 백신만으로 될까? 더 밑바닥을 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만 빼곡한 데에서 돌림앓이가 퍼진다. ‘꽉 막힌 시멘트집’에 벌레 한 마리라도 있는가? 풀 한 포기나 꽃 한송이라도 있는가? 서울·대구·인천·광주 한복판에 나비가 날거나 잠자리가 춤추거나 제비가 있나? 지렁이·공벌레·개미뿐 아니라 푸나무가 함께 있지 않다면 돌림앓이는 안 수그러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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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8.


《미기와 다리 1》

 사노 나미 글·그림/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9.7.31.



우수수 떨어진 매화알을 본다. 노랗게 익어가는 매화알은 봄에 핀 꽃하고 닮은 냄새를 퍼뜨린다. 하얗다가 푸르다가 노오랗게 여러 모습인 셈인데, 해마다 새로운 빛으로 무럭무럭 큰다. 우리가 나무 곁에서 살아가는 줄 안다면 나무처럼 해마다 새로운 빛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숨결을 확 퍼뜨릴 만하지 싶다. 《미기와 다리》 첫걸음을 읽는다. 퍽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외톨집에서 자라야 한 짝둥이 이야기이네. 마음은 둘이면서 마치 한몸처럼 움직이는 짝둥이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어머니 죽음을 갚는 길을 가고 싶을까. 둘이서 서로 아끼며 살림을 짓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을까. 언뜻 보자면 놀랍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안쓰럽네 싶다. ‘만화이니까, 만화에 나오는 얘기이니까’ 하고만 여기기 어렵다. 참말로 적잖은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손길을 모르는 채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떨어져 자라야 한다. 이 나라는 무척 오래도록 ‘아기 장사’를 했다. 아이는 돈있는 집에 가야 넉넉하거나 즐겁게 자라지 않는다. 아이는 상냥하며 즐거운 집에 가기에 비로소 넉넉하면서 즐겁게 배우고 자란다. 나라도 학교도 마을도,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이 대목을 자꾸만 잊는 오늘날이라고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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