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3.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엘리자베스 키스·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 지음/송영달 옮김, 책과함께, 2020.6.10.



자전거 바람이에는 ‘던롭’하고 ‘슈뢰더’가 있는데, 고흥읍 자전거집에는 던롭 바람이를 안 판다. 옛날부터 자전거를 달린 사람이라면 으레 던롭 바람이인데 던롭 바람이를 다루지 않는다면 그 자전거집에서 새 자전거를 사라는 소리가 된다. 5000원짜리 바람이가 없어서 자전거를 못 탈 판이었는데, 서울마실을 하며 찾아간 오랜 단골 자전거집에 던롭 바람이가 있네. 멀쩡히 잘 파는 바람이를 들여놓지 않는다면 고흥 자전거집은 뭘 하겠단 뜻일까? 드디어 바퀴 바람이를 갈았다. 작은아이를 태우고 들길을 달린다. 사람들이 시골살이를 꺼리고 서울살이에 머무는 까닭은 어렵잖이 찾을 만하다. 뭐든지 서울에 다 있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도 서울에 몰렸으니까.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를 읽는다. 새로 나온 판에는 그동안 새로 찾아낸 그림을 더 싣는다. 제국주의 총칼을 앞세운 일본이 아닌, 수수하게 살림길을 잇는 한겨레를 찬찬히 마주하려고 했던 눈길을 엿본다. 우쭐거리는 정치권력을 따르지 않는 몸짓을, 살림자리를 가꾸는 여느 사람들하고 사귀면서 이 모습을 넉넉히 담으려고 하는 마음을 헤아린다. 엘리자베스 키스 님이 책에 쓰기도 했는데, 정치꾼뿐 아니라 먹물꾼은 삶을 등진 채 그들 주머니만 챙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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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2.


《강철의 신사 1》

 니시노모리 히로유키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2.8.25.



아침버스로 돌아가려다가 아침에 ㅅ출판사 대표님을 만나기로 한다. 곧 새로 나올 책을 놓고서, 또 2021년에 새로 지을 책을 놓고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만화책을 말하는 책을 내려고 여러모로 ‘만화 이야기’를 갈무리하는데, 단출하면서 새롭게 들려주는 만화노래를 쓰자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장만해서 갈까?” 하고 물으니 “김밥!”이라 하기에, 줄김밥 석 줄에 세모김밥 넷을 장만해서 등짐에 싣는다. 시외버스 네 시간 반을 입가리개를 하니, 또 고흥읍에 내려 택시로 갈아타면서도 입가리개를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드디어 집에 닿아 입가리개를 빨래그릇에 고이 내려놓고서 우리 보금자리 샘물로 몸을 씻는다. 돌림앓이가 걱정스러워 모든 사람한테 입가리개를 채우려고 들볶을 수도 있겠지만, ‘입을 틀어막는 길’이 아니라 ‘집하고 집 사이에 숲이란 틈’을,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 나무란 틈’을 서울부터 마련할 노릇이라고 느낀다. 찻길하고 거님길 사이에 나무가 우거지고, 그야말로 온나라가 푸르게 거듭나도록 나라살림을 돌보아야지 싶다. 저녁바람을 쐰다. 헌책집에서 찾아낸 《강철의 신사》 아홉걸음을 한달음에 다 읽는다. 재미있는데 판이 끊어졌다니 아쉽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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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1.


《애쓰며 서 있습니다》

 전기숙 글, 밤편지, 2020.2.25.



그제 이웃님하고 고흥부터 상주 괴산을 거쳐 서울로 오는 길에 챙긴 책은 딱 한 자락, 《애쓰며 서 있습니다》이다. 이 책은 어느 누리책집에서도 못 산다. 오직 마을책집에서만 만난다. 글쓴님은 경기 광명에서 〈책방 공책〉을 꾸리신단다. 나는 이분 책을 순천 〈도그책방〉에서 만났다. 어제 낮에는 고흥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요즈막 돌림앓이가 길어지면서 ‘고흥-서울’ 사이 시외버스가 하나 줄었고, 이 줄어든 때가 내가 늘 타던 때였다. 버스때가 어정쩡하다. 가만 보면 ‘고흥-목포’나 ‘고흥-장흥’은 아예 버스가 사라졌고, ‘고흥-광주’하고 ‘고흥-순천’도 버스가 꽤 줄었다. 자가용으로 다니란 소리일까? 아무튼 어제는 서울에서 길을 너무 헤매며 다리가 퉁퉁 부었다. 고흥 돌아갈 버스가 사라진데다 등짐이 책으로 가득해 무거운 터라, 신사동 길손집에서 묵기로 했는데, 아아, 신사동 길손집은 망원동 길손집보다 1만 원이 비쌌으나 훨씬 넓고 깨끗하고 시원해서 좋더라. 1만 원이 눅어도 좁고 추레하고 후덥지근하면 못 쉬지. ‘더 싼’이 아닌 ‘제대로 된’으로 가야지 싶다. 마을책집을 찾아가서 애써 ‘온돈 치르며 책을 사는 뜻’이란, ‘제대로 책빛을 가꾸는 손길’을 나누면서 같이 노래하려는 살림이 좋아서이다. ㅅㄴㄹ


https://www.instagram.com/bookroom_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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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0.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미야모토 후쿠스케 글·그림/최형선 옮김, 미우, 2011.10.30.



서울서 아침 일찍 하루를 연다. 망원역 곁에 있는 길손집에서 묵은 터라, 코앞에 있는 ㅊ출판사에 찾아가서 얼굴만 내민다. 고흥에서 서울까지 왔으니, 요즈음 같은 때에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서로 얼굴 보며’ 잘 계신지를 묻고서 다음 일을 하러 가자고 생각한다. 출판사 대표님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책 짓는 재미’를 잔뜩 잃었다고 말씀한다. 돌림앓이 탓에 ‘새책을 내놓고도 글쓴님하고 조촐하게 저녁자리를 아예 하지 못’하고, 출간계약서도 우편으로 주고받으니 ‘사람하고 사람을 이야기로 잇는 길’인 책을 내지만 ‘사람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날’을 언제 되찾으려나 까마득해서 고단하다고 덧붙인다. 서울은 사람이 워낙 많으니 돌림앓이 하나로도 그야말로 큰고장이 통째로 멈춘 듯하다고 여길 만하다. 부디 이 서울이 숲을 되찾으면서 널널하기를 빌 뿐이다. 저녁에는 강아랫마을로 넘어가서 길손집을 새로 잡았고,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를 읽었다. 줄거리가 톡톡 튀는 만화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10억을 아이들한테 남기고 죽은 아버지는 ‘남긴 돈을 다트놀이’를 해서 ‘다 받거나 사회기부를 하거’나 하랬다지. 즐겁게 살자는 마음이 빛이다. 딱딱하면 웃음이 없다. 서울서 매미소리 못 들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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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7.


《온탕 대 냉탕》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아이들과 최지혜 글·엄정원 그림, 한솔수북, 2020.8.17.



어제 순천마실을 하고서 밤늦게 돌아온 터라 아침부터 뻑적지근하다. 눈부신 햇볕을 맨몸으로 고스란히 받으면서 살살 춤을 춘다. 해님이 드리우는 빛줄기에 따라 흐르는 바람결을 마음으로 짚으면서 손발을 놀린다. 기운이 처질 적에는 눈을 감고서 해바라기를 한동안 하면 찌릿찌릿 새기운이 오른다. 기운이 빠질 적에는 맨발로 풀밭에 서거나 나무를 안으면 짜릿짜릿 새숨결이 솟는다. 이러다가 나비가 가볍게 옆을 스치고 날면, 멧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면, 갓 깨어난 매미가 우렁차게 수다를 떨면, 이 여러 살림으로 빙그레 웃음이 돈다. 《온탕 대 냉탕》은 아이들이 여민 글을 한묶음으로 보여준다. 도서관 한 곳을 꾸준히 드나든 아이들이 애써 글 몇 자락씩 펼쳐 주었구나. 어른들한테 물든 티를 아이들 글에서 엿보기도 하고, 아직 물들지 않은 맑은 눈망울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도서관지기가 아이들한테 ‘글감을 따로 세우지 않’거나, 글감을 세우려 했다면 ‘오늘 본 꽃’이나 ‘오늘 만난 나비’나 ‘오늘 나무하고 속삭인 이야기’를 쓰도록 하면 좋았을 텐데 싶다. 아이는 어른 눈치를 보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어른 살림을 눈여겨보면서 사랑어리고 슬기로운 눈빛을 보려고 태어난다. 이 결을 알면 참 좋겠는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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