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9.


《소녀 신선 1》

 효미 글·그림, 애니북스, 2018.8.3.



작은아이가 거들어 책숲 얘기종이 〈삶말 52〉을 수월하게 부친다. “애썼어. 고마워. 네가 도와서 일찍 마쳤네.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다녀올까?” 두 아이가 갓난쟁이였던 무렵에는 이 아기를 품에 안고서 한 손으로 느릿느릿 얘기종이를 꾸렸다. 왼손으로는 아기를 토닥이면서 노래를 부르고, 오른손으로는 글월자루에 주소를 적었지. 그때에는 이레가 걸리던 일이 요새는 한두 시간이면 끝. 그야말로 무럭무럭 기운차게 자라는구나. 《소녀 신선》 첫걸음을 읽었다. 두걸음·석걸음이 나란히 있으나 첫걸음부터 읽기로 했고, 첫걸음을 다 읽고서 뒷걸음은 굳이 안 읽기로 한다. 줄거리가 뻔해서. 그림감은 재미나게 잡았구나 싶은데, 이 그림감을 풀어내는 줄거리가 ‘남녀 사이 뻔한 실랑이, 이 실랑이를 둘러싼 실타래’에서 그치고 만다. 더구나 이 실랑이랑 실타래를 질질 끈다. 그런 실랑이·실타래를 안 그려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여기에 너무 매이니 뻔하단 소리이다. 《란마 1/2》이라든지 《경계의 린네》라든지 《이누야샤》 같은 만화를 보면서 줄거리·이야기·그림감을 어떻게 엮으면서 실랑이·실타래를 알맞게 풀어내느냐를 배우길 빈다. 붓질만 잘한대서 만화가 되지 않는다. 붓질에 담는 눈길하고 생각이 빛나야 만화가 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득 생각하기로

예전보다 퍼센트가 떨어졌지 싶다.

예전에는 이보다 높았지 싶은데.


그러나,

1%도

0.1%도 아닌

0.09%라 하면서

0.0몇 %라는 자리에 있다니

대견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넌 참말 책만 보는 바보야!"라 

해야 할 만할까.


나는 책을 온갖 곳에서 다 사기에

온갖 곳에서 갖은 책을 사느라 쓴 돈을

모조리 따지면,

오롯이 책값으로 돈을 쓴 살림으로,

개인으로서 책을 사서 읽은 살림으로..

아마 0.00이나 0.000몇이 될는지 모른다.


그런데

수집가나 납품책을 다루느라

매출을 늘린 사람을 뺀,

그저 책을 사서 읽은 살림만 놓고 보면

0.0000몇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


그래,

"난 바보다. 책만 사읽어댄 바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0.

.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

완다 가그 글·그림/신현림 옮김, 다산기획, 2008.9.30.

.

.

쓸쓸한 죽음이다. 비서가 성추행 고소를 한 지 얼마 안 되어 자리에서 사라진 분이 조용히 혼자 죽었다고 한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개를 숙이고 값을 치를 노릇이요, 잘못을 빈다는 말을 그 비서를 비롯해 서울사람이며 온나라 사람 앞에서 할 일이 아닐까. 서울시는 닷새씩 ‘서울특별시장’을 치른다고 밝힌다. 죽은이를 고이 떠나보내고픈 마음은 알겠으나, ‘산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먼저 털어놓아야 하는가부터 생각해야 앞뒤가 맞지 않을까? 정의연 우두머리를 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분은 언제쯤 검찰에 나갈까? 아직도 주먹다짐을 일삼는 운동선수는 언제쯤 손목아지를 분지를 수 있을까? 이 나라 아이들은 언제쯤 갑갑한 시멘트굴레랑 입시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을 노래하며 누릴 수 있을까? 남들이 ‘적폐세력’이 아니라, 바로 푸른지붕을 둘러싼 180자리가 몽땅 ‘고인물’이지 않은가? 그대들 180자리 아저씨 아주머니여, 부디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 같은 그림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아기 똥기저귀를 갈아 보았는가? 아기를 안고 어르며 자장노래를 불러 보았는가? 그대들이 집안일을 즐겁게 할 줄 아는 살림길이라면, 어떠한 바보짓이나 잘못이나 말썽도 불거지지 않으리라. 이제 책상맡을 떠나라. 부엌하고 마당으로 나가라. ㅅㄴㄹ

.

#TheStoryofaManWhoWantedtodoHousework #GoneisGone #WandaGa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5.

.

《베로니카, 넌 특별해》

로저 뒤봐젱 글·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 2008.4.30.

.

.

마을에 어느 분이 새로 들어와서 집을 지었다는데, 또 어제는 마을사람을 불러 면소재지 밥집으로 가서 모둠밥을 먹었다는데, 집일이 많기도 하지만 모둠밥 먹으러 가자는 마을방송을 못 들었다. 새 매실잼을 졸이려고 어제는 아침부터 매나무를 타고 노란 매화알을 실컷 땄는데 마을방송 없던데. 마을 윗샘을 한창 치우는데 빨래터 바닥에 깨진 병조각이 잔뜩 있더라. 함께 물이끼를 치우던 작은아이더러 얼른 밖으로 나가라 하고는 부스러기까지 눈을 밝혀 끄집어냈다. 얼마나 철딱서니없는 짓인가. 마을 할매들한테 병조각을 보여주면서 누가 이랬느냐고 물으니 ‘서울내기 애기’가 그리하는 짓을 보았다고들 한다. “거게 돌 많지 않습디까. 어디서 그런 짱돌을 주워 와서 던지던지 …….” 마을 할매는 ‘서울내기 애기’가 샘터며 빨래터에 돌을 던지고 병을 던져 깨뜨리는 꼴을 보고도 안 말리셨을까. 나무라거나 말렸는데도 그렇게 막짓을 했을까. 1961년에 처음 나온 《베로니카, 넌 특별해》는 물뚱뚱이가 서울구경을 다녀온 줄거리를 다룬다. 숲아이 베로니카는 자동차도 가게도 뭐도 대수롭지 않다. 숲아이답게 놀고 노래한다지. 개구쟁이랑 마구잡이는 다르다. 놀이랑 막짓은 다르다. 모름지기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뭘 보여줘야 할까. ㅅㄴㄹ

.

#Veronica #RogerDuvois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4.

.

《혁명노트》

 김규항 글, 알마, 2020.2.1.

.

.

‘혁명(革命)’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노트(note)’는 “어떤 내용을 기억해 두기 위하여 적음”이라 한다. 둘 다 우리말이 아니다. 우리말은 ‘갈아엎다·깨뜨리다·뒤엎다·뜯어고치다·바꾸다·뒤집다’요, ‘적다·쓰다’이다. 대전마실을 하며 〈버찌책방〉에서 장만한 《혁명노트》를 밥을 지어 차리는 틈새랑 매실잼을 졸이는 겨를에 읽는다. 틀림없이 싹 갈아엎고 싶은 뜻을 쓴 글일 텐데, 뭔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만 한글이고 순 일본 한자말하고 영어네.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글로 지식을 익힌 먹물붙이 글 같다. 이런 낡은 말로 새롭게 생각을 펼 길이 있을까. 우리는 《목민심서》란 책을 읽기 어렵다. 한문으로 썼기에 한문을 모르고서야 못 읽는다. 일본 한자말하고 영어로 쓴 글은 누가 읽을 만할까. 예부터 내려온 ‘먹물 지식 기득권’ 말씨를 따라야 혁명이 될까? 아, 이 나라 먹물꾼은 스스로 달라질 낌새가 없구나. “새 술은 새 자루에”란 말도 있고, ‘새물결’을 바란다면, 썩어문드러진 이들이 이 나라에 끌어들인 썩어문드러진 모든 말씨를 낱낱이 집어치우든지 날마다 한두 가지씩 꾸준히 추스르거나 솎아내며 ‘거듭날’ 노릇 아닌가.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