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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8.


《레스큐》

 김강윤 글, 리더북스, 2021.1.15.



아침 일찍 읍내로 간다. 먼저 서울로 가기로 한다. 서울에서 내리면 바로 일산으로 갈까 하다가 할머니가 어디에서 일하고 언제 마치는지 쪽글로 여쭌다. 저녁 여섯 시에 강남역 곁에서 마친다고 하시기에 그럼 그때에 만나 함께 일산으로 전철로 움직이기로 한다. 시외버스를 내리니 네 시간쯤 남는다. “할머니 만나러 가기 앞서 책집에 들러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흙서점〉으로 간다. 책집 곁에 붕어빵을 파는 가게가 있네. 작은아이는 주전부리를 누린다. 이윽고 전철을 타고 가다가 내려 천천히 걷는다. 가랑비가 오지만 즐겁게 맞으면서 걷는다. 〈메종인디아〉에 들러 느긋이 머물다가 자리를 옮겨 할머니하고 만난다. 《레스큐》를 읽었다. 불을 끄는 일도 맡지만, 무엇보다 뭇목숨을 살리는 일을 하는 ‘소방관’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집살림을 돌보는 일꾼도 ‘살림이’요, 이웃사람을 보살피는 일꾼도 ‘살림이’라 할 만하다. 밥옷집을 건사하며 아이하고 나눌 줄 알아 ‘살림빛’이요, 이웃사람이 느긋하면서 넉넉히 지내도록 돌아볼 줄 알아 ‘살림빛’이라 할 만하고. 어버이는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사랑을 배운다. 글님은 이웃사람을 살펴보면서 살리는 길을 가며 새롭게 사랑을 배우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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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7.


《작은 악마 동동》

 김수정 글·그림, 둘리나라, 2021.8.8.



큰아이하고 저자마실을 다녀온다. “아버지, 나한테도 무거운 것 줘요.” “음, 이만 해도 무겁지 않을까? 무거운 짐을 맡아 주어도 고맙지만, 찌끄러지면 안 될 부피가 큰 짐을 맡아 주기만 해도 고맙단다.” “무거운 짐을 다 들면 안 무거워요?” “너희 아버지는 너희 기저귀에 옷가지를 가득 챙긴 등짐을 메고 너희를 안고 걸으면서 힘들거나 무겁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 이러면서 늘 노래를 부르며 다녔단다.” “난 아기 적이 생각 안 나요.” “생각 안 나도 돼. 다 때가 되면 생각나기도 하지만, 네 몸에는 어릴 적에 누린 모든 놀이가 깃들었단다.” 아이들이 《아기 공룡 둘리》를 재미나게 오래 보았지만, 좀처럼 김수정 님 다른 그림꽃책은 못 건넨다. 다시 보면 볼수록 김수정 님은 그림꽃책은 어린이를 영 생각하지 않고서 그린 듯하다. 새로 그려서 선보인다는 《작은 악마 동동》은 너무 끔찍하다. ‘어른만 보는 그림꽃책’이라 하기에도 부끄럽다. 순이(여자) 옷을 벗긴대서 ‘어른 그림꽃책(성인용 만화)’이 될까? 이야기에서 줄거리를 찾고, 삶에서 이야기를 일구고,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하루로 삶을 그릴 적에 비로소 글이며 그림이며 그림꽃이 눈부시게 태어난다. 어린이를 잊은 사람은 꿈을 스스로 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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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6.


《피어라, 나팔꽃!》

 니시무라 유리 글·오카다 치아키 그림/조진화 옮김, 키위북스, 2015.11.20.



빨래를 하고 마을 빨래터를 치운다. 발을 말리면서 책을 읽는다. 등허리를 토닥이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틀 뒤에 인천마실을 한다. 집에서 마칠 일을 헤아리고, 밀린 마감글을 끝낸다. 구름을 보고 하늘빛을 읽는다. 풀잎을 쓰다듬고 바람을 마신다.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그리면서 무엇을 지을 적에 활짝 웃고 이야기꽃이 터질까? 오늘을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누구랑 동무하고 이웃할 적에 하하호호 신나면서 수다판을 벌일까? 《피어라, 나팔꽃!》은 아이들이 천천히 수수하게 짓는 어깨동무를 들려준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집에서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맞는다. 어른도 아이도 다르다. 어른도 아이도 제 삶이 있다. 아이들은 또래끼리 어울리면서 어떻게 스스로 마음을 키울까. 어른들은 바깥일하고 집안일을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차곡차곡 여밀까. 아이들을 마냥 또래끼리 두어도 좋은지 생각해 본다. 으레 “어버이 품에 오냐오냐 두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어버이 품에서 사랑을 제대로 느끼고 배울 때까지 느긋이 둘 노릇”이리라 생각한다. 너무 일찍 어버이 품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은 ‘홀로서기’가 아닌 ‘생채기·멍울’로 힘들다고 느낀다. 아이를 일찍 떨어뜨리는 터전일수록 아이들은 너무 힘들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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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5.


《도시의 마지막 나무》

 피터 카나바스 글·그림/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2.3.20.



엊저녁을 돌아본다. 여태 떠남터(장례식장)에서 노래꽃을 석 벌째 올렸다. 노래는 기쁠 적에도 부르고 슬플 적에도 부른다. 노래는 스스로 빛나려고 부르면서 스스로 꿈꾸거나 사랑하려고 부른다. 사람들이 모두 단잠에 든 새벽나절에 짐을 추슬러서 나온다. 엊저녁처럼 조용히 기차나루까지 걷는다. 안개가 짙다. 밤새 형광등이 내리쬐는 곳에서 보내다 보니 머리가 지끈하다. 고흥집에는 아침해가 밝을 무렵 돌아오는데, 몸이 안 풀린다. 낮잠에 들어도 몸이 뻑적지근하다. 나는 바깥일을 보느라 이따금 ‘형광등 나라’인 큰고장을 오가지만, 하루 내내 형광등에 몸을 내맡기는 서울사람은 이녁 기운을 다 갉아먹는 셈일 텐데, 어떻게 버티려나? 《도시의 마지막 나무》를 떠올린다. 나무도 풀꽃도 형광등을 안 반긴다. 사람들이 밤새 형광등을 켜 놓으면 나무도 풀꽃도 시름시름 앓는다. 여느 일터뿐 아니라 돌봄터(병원)조차 형광등이 환하니, 다들 목숨을 갉아먹는 수렁이다. 해가 지면 자는 풀꽃나무처럼, 해가 지면 쉴 사람이다. 햇볕을 쬐고 햇빛을 받고 햇살을 누릴 적에 튼튼한 몸하고 마음으로 살아간다. 서울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잿빛집을 치우고서 숲을 넓힌다는 얘기는 없다시피 하다. 땅도 하늘도 바다도 망가뜨리면 다같이 죽음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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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4.


《파도수집노트》

 이우일 글·그림, 비채, 2021.9.17.



엊저녁에 고흥으로 돌아와서 등허리를 펴며 쉬는데 낮나절에 쪽글을 받는다. 담양에서 질그릇을 빚는 이웃님하고 살던 곁님이 저승길로 떠났다고 한다. 몸을 추스르고 집안일을 얼른 갈무리하고서 저녁에 바삐 곡성으로 달린다. 순천을 거쳐 곡성나루에 닿아 떠남터(장례식장)까지 걷는다. 시골 읍내는 저녁에 조용하다. 풀벌레 노랫소리를 품는다. 시외버스에서 ‘푹’이라는 노래꽃(동시)을 썼다. 떠난분한테 올리면서 남은분한테 건네는 글이다. 몸을 내려놓으신 분은 고이 나비가 되어 숲을 날면 좋겠다. 마음을 내려놓으신 분은 홀가분히 꽃이 되어 숲을 빛내면 좋겠다. 《파도수집노트》를 읽었다. 책끝에 글님 딸아이가 적어 준 글자락이 있어서 장만했다. 쉰 줄이 넘고서 물결타기를 즐기는 삶길을 담았다. 물결을 타든 멧자락을 타든 자전거를 타든 스스로 즐겁게 하루를 노래한다면 넉넉하다. 타기에 달리고, 달리기에 나아가고, 나아가기에 서고, 서기에 돌아온다. 눈치를 본다면 삶이 없고 쳇바퀴가 있다. 걱정을 안는다면 살림이 없이 늪이 있다. 그나저나 바닷물은 맨몸으로 맞이하고 맨살에 맨발에 맨손으로 마주할 적에 우리 몸을 살리는 포근한 물살이 된다. 헤엄을 잘 치는 모든 숨붙이는 바다에서 사람처럼 천을 걸치지 않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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