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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9.


《나의 히말라야》

 서윤미 글·황수연 그림, 스토리닷, 2020.6.20.



월요일을 맞아 우체국에 가려고 곁님한테 “어느 우체국에 갈까요?” 하고 물으니 “가까운 데.”라 한다. 그래,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리자. 며칠 바깥마실을 하는 동안 만난 분한테 띄울 책을 건사한다. 책숲에서 한창 책을 다 싸고서 등짐에 메고 우체국으로 가려는데 빗줄기가 내리꽂는다. 야, 시원하게 오는구나. 장대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천천히 달린다. 장대비 시골길을 다니는 자동차는 없고, 호젓이 여름비를 누린다. 우체국에 닿으니 온몸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 밖에서 물을 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비로 몸씻이. 빗물씻이는 살짝 비릿내가 나는데 ‘아, 구름이 되어 내리는 비는 워낙 바다에서 왔잖아?’ 싶더라. 바닷물이 빗물이 되니 빗물이 비릿했지. 아주 마땅한데 이제서야 깨닫네. 바깥마실을 하며 《나의 히말라야》를 읽었고, 집에 돌아와서 조금씩 마저 읽는다. ‘네팔’이라기보다 ‘히말라야’를 곁에 두고, 품에 안고, 마음에 심는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흐른다. 눈덮인 멧자락은 우리 눈망울이며 마음결을 달래며 씻어 주겠지. 여름에는 빗물이, 가을에는 열매가, 겨울에는 눈송이가, 봄에는 새싹이 우리 몸마음을 어루만져 주리라. 이웃님 누구나 푸른숲을, 푸른눈을, 푸른비를, 푸른말을 받아안는 마음이 되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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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7.


《엄마가 만들었어》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5.8.



집으로 돌아온 저녁. 순천서 고흥으로 들어오는 시외버스가 참 많이 사라졌다. 고흥에서 순천이나 광주 가는 시외버스도 그동안 꽤 줄었고, 고흥서 목포나 장흥 가는 시외버스는 아예 사라졌는데, 시골에서 시골을 잇거나 시골에서 이웃 고장으로 가는 버스길은 꽤 빠르게 줄거나 사라진다. 자가용으로 다니는 사람은 모르겠지. 아니, 버스 타지 말고 자가용을 사라는 뜻이리라. 옆마을이나 옆고장으로 가는 버스가 이렇게 줄거나 사라진다면, 시골로 와서 누가 살 만할까. 어린이·푸름이는 자가용을 못 몰고, 나이든 할매할배도 자가용 몰기 힘들다. 이런 얼거리를 쳐다보지 않고서 ‘귀농·귀촌 정책’을 편다는 지자체는 우습기만 하다. 《엄마가 만들었어》가 나온 지 꽤 되었다. 꾸준히 사랑받는 그림책일 테지. 어머니가 아이를 그리며 짓는 포근한 살림길을 담아내는 아름책이라 할 만하다. 어머니는 ‘돈·이름·힘’이 아니라 ‘즐겁게 웃는 얼굴이며 손길이며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려 한다. 집안에 살림돈이 적기에 집안이 어둡거나 힘들지 않다. 지자체나 나라에 돈이 적어서 지자체나 나라가 힘겹지 않다. 삶을 바라보는 따사롭고 넉넉한 눈빛을 밝힐 적에 비로소 아름마을이요 아름고장이 되겠지. 삽질 아닌 사랑이 서로 살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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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6.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 글/이세진 옮김, 청미, 2019.3.20.



아침 일찍 일어난다. 어제 대전에서 네 군데 책집을 들렀다. 장만한 책을 모두 짊어지고 길손집을 찾느라 애먹었다. 대전 기차나루 둘레 길손집이며 가게가 꽤 많이 닫았더라. 큰고장 한켠이 죽어버렸지 싶다. 대전시는 이곳을 75층 아파트로 바꾸면 살아나리라 여길까? 이 너른 골목마을을 새롭게 가꾸는 손길을 뻗기 어려울까? 텅 빈 골목마을에서 사이사이 몇 집을 허물어 숲정이로 가꾼다면, 그리고 빈집을 새로운 길손집이면서 도서관이나 책집이나 전시관이나 놀이터로 바꾸어 낸다면, 온누리 어디에도 없는 신나고 재미나며 사랑스러운 마을로 거듭나리라 본다. 집하고 가게만 빼곡한 도시개발은 이제 멈추길 바란다. 도시에는 숲정이가 있어야 한다. 천안으로 건너갔다가 상주로 간다. 밤새노래를 듣고 밤별을 올려다보는데 우리 보금자리보다 새가 적고 별도 적네. 속리산 기슭인데 그렇네. 《체리토마토파이》를 읽으면서 ‘살짝 시골스러운 외진 마을’에서 조용히 살림을 짓는 아흔 살 할머니 숨결을 좀처럼 못 느낀다. 옮김말 탓일까? 글쓴님이 ‘할머니 이야기’를 옮겨 새로 쓴 탓일까? 번역이든 창작이든 ‘어린이책·푸른책·어른책’ 말씨를 가른다든지, 시골살림·서울살림에 맞춘다든지, 이런 분은 아직 거의 없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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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5.


《아빠, 나 사랑해?》

 바버라 엠 주세 글·바버라 라발리 그림/김서정 옮김, 중앙출판사, 2006.7.4.



새벽나절에 하루를 연다. 아침에 빨래를 한다. 이러고서 짐을 꾸려 길을 나선다.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을 사러 천안으로 가려 하는데, 대전에 먼저 들러서 대전 마을책집하고 헌책집을 찾을 생각이다. 고흥에서 순천 거쳐 대전에 닿으니 낮 두 시 반 무렵. 멀기는 머네. 대전 지하철을 타고서 맨끝인 반석으로 간다. 책집은 어디쯤 있으려나 어림하면서 걷는다. 손바닥쉼터가 있고, 건너켠에 야트막한 나무밭이 보이는 골목에 〈책방 채움〉이 있네. 더욱이 이곳에서 조금 걸어 냇물을 가로지르면 〈버찌책방〉도 있구나. 두 책집에서 장만한 책을 냇가에 앉아 물소리랑 햇살이랑 나무그늘을 누리면서 읽으면 매우 느긋하면서 즐거웁겠구나 싶다. 마을책집은 마을에 깃들기에 이렇게 아늑하리라. 《아빠, 나 사랑해?》는 다시 나올 수 있을까? 뜻깊게 태어났다가 조용히 사라진 그림책이 많다. 새로 나오는 그림책도 많으나, 어쩐지 어른스럽기만 하면서 ‘놀이하는 어린이다운 신나는 아름다움’하고 동떨어진 그림책도 많다. 아프리카 들판에서 아이한테 ‘사람으로 자라나는 즐거운 하루’를 슬기롭게 들려주는 이 그림책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헌책집에서 찾아낼 이웃도 있을 테고, 새로 꾸며서 선보일 이웃도 있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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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6.24.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

 니나 레이든 글·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이상희 옮김, 소원나무, 2018.3.10.



쇠무릎을 쓰다듬는다. 달개비잎을 훑어 아이들한테 하나씩 건넨다. “무슨 풀이야?” “네 혀로 느껴 봐.” “음, 맛있는데? 달아!” “그래, 그렇게 여름에 달달한 풀이라 ‘달개비’인 듯해.” 고들빼기가 오르고 도깨비바늘이 오른다. 여름에는 여름풀이 싱그러이 오른다. 이 풀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아, 우리 보금자리가 앞으로 한결 깊고 너르며 하늘빛 담뿍 담는 신나는 숲으로 자라면 참으로 기쁘겠구나. 《나에게 작은 꿈이 있다면》에 나오는 아이는 어떤 꿈을 마음자리에 씨앗으로 묻을 만할까. 우리는 어버이로서 아이가 스스로 어떤 꿈을 헤아리고 사랑하면서 나아가도록 돌보면 아름다울까. 이 대목을 같이 생각하면 좋겠다. 아이 앞길을 걱정하는 마음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꿈을 북돋우면서 가꾸는 길에 어버이로서 길동무도 되고 이슬떨이도 되면서 함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살림을 짓는 마음이기를 빈다. 우리는 즐겁게 노래하려고 이 별에 왔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면서 꿈꾸려고 어버이한테 왔겠지. 어른이란 몸이 되어도 마음은 늘 아이다울 적에 해맑게 춤추면서 이야기하는 어버이 살림을 짓지 않을까? 그림책을 곱게 덮는다. 이러한 숨결이 흐르는 그림책을 이 나라 어른도 눈여겨보고 새롭게 지으면 더없이 반갑겠다. ㅅㄴㄹ


#ifihadalittledream #NinaLaden #MellisaCastr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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