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


《치로리 3》

 코야마 아이코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3.8.30.



어릴 적에는 보리를 볶은 다음에 물을 끓여서 노르스름하게 우려내어 마시곤 했다. 그때에는 잘 몰랐으나 인천이란 고장에서 수돗물 아니고는 마실 길이 없으니, 이렇게 했지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웬만한 집마다 볶은보리 우린 물을 마셨지. 먼먼 옛날에는 사람들이 물을 어떻게 마셨을까? 생각해 본다. 먼저 바닷물이 아지랑이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비를 뿌리고, 이 비는 숲으로 스미면서 풀꽃나무를 적시고 바위를 씻는다. 멧골에서 샘이 솟고 내를 거쳐 가람을 지나 바다로 돌아가는데, 사람은 샘물이나 냇물을 마셨지. 바다랑 하늘을 품으면서 숲내음이 깃든 물이니 구태여 이 물에 뭘 타거나 섞거나 끓일 까닭이 없다. 《치로리 3》을 읽는다. 우리나라는 2013년 석걸음이 끝이지만, 일본에서는 꾸준히 나오며 여덟걸음에 이른다. 뒷걸음을 옮기려나? 이대로 끝나려나? 더운나라에서 자라는 커피나무한테서 얻은 열매를 볶고 끓여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하게 달라진다고 하는 줄거리를 차분히 들려주는 만화책이다. 군더더기 없이 조용한 만화이다. ‘마스다 미리’ 만화가 나쁘지는 않으나 군더더기가 많다고 느낀다. 아니 수돗물 같달까. 다들 큰고장에 산다지만, 큰고장 이웃도 샘물맛을 누리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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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조예은 글·사진, 카시오페아, 2016.1.20.



오늘 하루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섯 벌에 이르는 빨래를 한다. 여름이로구나. 아니, 한참 비가 내리던 날이 그치고, 바야흐로 비 없는 날이 되면서 후덥지근한 날씨로구나. 이제 아이들은 덥다면서 하루에 서너 벌을 씻으며 땀에 전 옷을 내놓으니 이 옷을 그때그때 빨래한다.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무렵에는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싶으면 이내 물을 데워서 씻기고 빨래를 했지. 똥을 누어도 씻겼고, 참말로 날마다 숱하게 씻기고 갈아입히고 놀리고 재웠다. 아직은 내가 이모저모 다 챙겨야 하지만, 머잖아 아이들 스스로 저희 옷가지를 빨래하고 건사하지 않을까? 그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하다.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를 쓰신 분은 대전에서 마을책집 〈버찌책방〉을 꾸린다. 이 책은 스스로 일거리를 지어서 스스로 살림하던 때가 아닌, 아직 돈하고 이름값을 누리는 일터에서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지내면서 ‘나들이’로 숨통을 트던 이야기를 다룬다. 일거리를 스스로 짓지 않는 곳, 이른바 ‘회사·공장’이라는 터에서는 우리 생각이나 흐름에 맞추어 일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왜 ‘공무원스럽다’라 말하겠는가. 스스로 생각날개를 펴는 공무원이 이 나라에 몇쯤 될까? ‘나답게’ 사랑하고 살림하며 살고 싶기에 날개를 펴는 길에 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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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1.


《행복한 거인 존》

 아놀드 로벨 글·그림/이윤선 옮김, 미세기, 2009.7.27.



해마다 봄부터 마당 한켠에 잔뜩 쌓이는 후박가랑잎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여름 한복판에 슬슬 쓴다. 오늘부터 쓸어서 뒤꼍으로 옮긴다. 뒤꼍길은 이내 후박가랑잎으로 덮인다. 가랑잎을 맨발로 밟으면 바스락버스럭 소리가 싱그럽다. 여러 달 쌓인 가랑잎 밑에는 지렁이가 옴찔꿈찔 춤을 추고, 어느새 태어난 새로운 흙이 소복하다. “올해에도 애썼구나? 너희 힘으로 우리 집은 해마다 까무잡잡 구수한 흙이 넘치네!” 가랑잎 쓸기를 조금만 하려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재미나서 빠져든다. 다른 일을 잊는다. 땀을 후줄근히 흘리고서야 멈춘다. 《행복한 거인 존》은 ‘즐거운 거인’이 아닌 ‘그냥 큰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이다. 이웃나라에서 처음 나올 적에는 구태여 ‘기쁘다·즐겁다’란 말을 안 붙이는데, 왜 군더더기처럼 이 꾸밈말을 붙일까? 이런 책이름은 외려 속이야기하고 멀어지도록 이끌지 않을까? 큰아이가 꿈꾸고 살아가며 바깥누리를 돌아다니면서 새롭게 배우는 살림보다는 ‘무엇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도록 외곬로 밀어내지 않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는 스스로 즐겁지 못한 탓에, 굴레나 틀에 뻔하게 갇히기 마련인 터라, 자꾸자꾸 ‘즐거운’이란 꾸밈말을 안 붙이고서는 못 견딜는지 모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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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9.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가평 어린이 글·전국초등국어교과 가평모임 글보라 엮음, 삶말, 2020.6.10.



작은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달린다. 하늘은 구름이 하얗고 바람이 파라면서 싱그럽지만, 땅은 농약바람으로 매캐하다. 뿌리는 사람 스스로 지칠 농약이요, 먹는 사람도 고단할 농약일 텐데, 이 농약을 농협에서 앞장서면서 팔아치우고, 나라에서는 농약을 쓰라고 북돋운다. 나라에서는 농약·비료·비닐·기계 없는 흙살림을 들려주지 않고 알려주지 않는다. 돈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모두한테 이바지하는 푸른길을 안 알리는 셈인데, 돈이 들지 않는 길이라면 벼슬아치 스스로 떡고물을 얻지 못한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농림수산부는 해마다 어마어마하게 목돈을 쓰지만, 막상 그 돈은 누구한테 갈까? 유리온실에 전기로 수돗물을 끌어들여 뽑아내는 스마트팜에 대는 뭉칫돈은 참말 우리한테 이바지할까? 풀바람이 땅도 숲도 마을도 사람을 살린다. 바닷바람을 쐬고 싶었건만, 바닷가는 놀이철이라며 더더욱 매캐하다.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를 읽는다. 가평 어린이는 가평이란 고장을 얼마나 사랑하면서 그 터를 가꾸는 살림길을 학교나 마을이나 집에서 배울까? 이 아이들이 동시로 털어놓는 이 여릿여릿한 마음을 고루고루 귀여겨듣기를 빈다. 아이들은 꽃으로 피어나는 소꿉놀이를 하려고 이 땅에 왔건만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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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0.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1》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5.1.25.



아침에 매미 허물을 하나 본다. 모과나무 곁에서 돋은 모시잎에 남겨 놓았네. 요즈막에 비가 오래도록 많이 온 탓인지 허물은 온통 흙투성이. 매미는 허물을 벗을 적에는 흙투성이 아닌 아주 새몸이었겠지. 진흙은 허물에 남기고서, 이제 이 허물을 내려놓으면 하늘을 날며 바람을 노래할 수 있다는 꿈으로, 엉금엉금 한 발씩 떼면서 낡은 몸을 천천히 벗었겠지. 우리는 오늘 어떤 몸일까? 어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낡은 마음을 날마다 털면서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일까? 아프고 멍울진 몸을 나날이 씻으면서 새삼스레 가꾸는 아침일까?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1》을 보고 나서 뒷걸음을 잇달아 장만해서 읽는다. 처음에는 사람사냥꾼한테 붙들린 탓에 모두 잃어야 했지만, 이내 사람사랑을 새롭게 꿈꾸는 마음으로 걸어가는 나날을 그리는 만화책이다. 다섯 해나 미루고서 읽는데, 그린님 다른 만화책을 열 몇 해 앞서 장만해 놓고 아직 한 쪽조차 안 펴기도 했다. 왜 진작 안 읽었을까 싶으면서도, 예전에는 다른 책을 보느라 바빴고, 다른 숱한 책을 읽어 왔기에 이 만화를 한결 넉넉히 맞아들일 만하지 싶기도 하다. 우리는 물로 씻고, 물이 되며, 이 물에 꿈을 담는다. 활짝 열어도 새우리는 새우리일 테고, 금으로 꾸며도 울타리는 울타리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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