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4.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

 김엘리 글, 동녘, 2021.6.30.



바람은 가라앉되 날은 찬 하루이다. 겨울인걸. 겨울은 더 춥고서야 봄볕으로 가려는구나 싶다. 그래, 넌 겨울이야. 난 봄을 그리는 겨울 끝에 섰어. 넌 신나게 바람을 일으키고 눈도 날리고 하늘을 꽝꽝 얼려 보렴. 난 네가 하는 모든 춤사위를 가만히 보면서 이 겨울을 누릴게. 저녁 다섯 시가 넘어도 해는 멧마루 너머에 있다. 참말로 겨울은 저문다. 읍내에 살짝 다녀온다. 함께 나선 작은아이는 꾸벅꾸벅 존다. 나는 언제나처럼 아이한테 어깨를 내주고, 한 손으로 토닥인다. 우리 어머니도 이러셨겠지.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은 오늘날 뜻있고 값진 줄거리를 들려줄 책이 될 만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소리를 앞세우느라 바쁜 탓에 그만 왜 목소리를 내고 누구하고 이야기를 펴려는가를 잊었구나 싶다. 글쓴이는 ‘싸움판(군대)’이 무엇을 하는 데인지 모르고, 싸움판에 끌려간 숱한 사내가 땅개(일반 보병)로 뒹굴면서 어떻게 시달리고 멍울이 맺히고 괴로운가를 모른다. 싸움판에서 휘둘리고 바보가 된 사내 가운데 이 멍울을 슬기로이 다스리는 사람도 있되, 그만 바깥(사회)에서 그대로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왜 나라(정부)는 싸움판(군대)을 키우는가?”를 짚고 따져서 풀어야 해묵은 찌꺼기를 걷어낼 만하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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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3.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세!》

 마리오 라모스 글·그림/염미희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2004.11.20.



새벽 여섯 시가 아직 환하지는 않으나 제법 밝다고 느낀다. 아침 일곱 시면 둘레가 환하다. 저녁 여섯 시에도 꽤 밝다. 이제는 일곱 시쯤 되어야 어둡다. 구름은 가벼이 하늘을 덮으며 썰물처럼 흘러간다. 이러한 하루를 느끼면서 끝겨울을 맞이한다. 한겨울부터 ‘곧 봄이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끝겨울에 이르면 ‘막바지 추위가 오겠구나’ 하고 느낀다. 하루하루 새롭게 흐르기에 빛난다. 모든 날은 다르게 우리를 감싸고, 스스로 그리는 생각에 따라서 천천히 오늘을 누린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세!》는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아이들도 나도 반가이 읽고 되읽는다. 자리맡에 놓고서 이따금 들추고 또 들춘다. 그림책은 되읽으며 재미있기에 손에 쥔다고 느낀다. 적잖은 어른들은 그림책에 ‘어린날 응어리’를 풀어내려고 하는데, ‘그림책으로 응어리 풀기’가 나쁘지는 않되, 아이들한테 ‘응어리’를 물려주고서 ‘미움·짜증’을 자꾸 생각하도록 부추기고 싶을까? 어둠은 나쁘지 않다. 응어리는 어둠빛이 아니다. 늑대는 나쁜놈일까? 우리가 저마다 겪은 삶을 아이에 앞서 어른부터 스스로 새롭게 깨닫고 사랑하여 가꾸는 길을 담기에 비로소 그림책이요 어린이책일 테지. 린드그렌 할머니는 어떻게 멍울을 아름다이 녹였을까 생각하자.


#MarioRamo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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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2.


《프랭클린의 날아다니는 책방》

 젠 캠벨 글·케이티 하네트 그림/홍연미 옮김, 달리, 2018.8.16.



곁님이 문득 “오늘날처럼 온누리 말이 갈라진 적이 없지 않나요?” 하고 묻는다. 그렇다. 오늘날은 누리그물(인터넷)이 확 퍼질 뿐 아니라, 유튜브를 비롯해 숱한 나라가 언제 어디에서나 말을 섞고 얼굴을 마주하는 길을 열었는데, 정작 말은 더 쪼개지거나 갈라진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말은 허벌나게 벌어진다. ‘우리말다운 우리말’을 배우는 어린이는 없다시피 하고, 가르칠 줄 아는 어른도 없다시피 하다. 이런 민낯은 까마득하거나 아찔할 만하지만, 언제나처럼 내가 할 일을 조용히 한다. 새벽부터 여덟 시간을 들여 ‘빗·빚·빛·비’하고 얽힌 말밑(어원) 수수께끼를 손질하고 보태었다. “아, 마쳤구나!” 하고 느끼며 때를 보고서야 여덟 시간을 꼼짝않고 앉아서 이 일을 한 줄 깨달았다. 《프랭클린의 날아다니는 책방》은 작은아이랑 책집마실을 하는 길에 군산에서 장만한 그림책이다. 토실토실 미르(용)하고 빨강순이(빨강머리인 가시내)하고 책빛을 새로 여는 줄거리를 보드랍게 담았다. 큰아이가 웃으면서 읽었다. “저쪽 나라 용은 뚱뚱하네?” 듣고 보니 우리나라 미르는 날씬하면서 몸이 길고 뿔이 크다. 중국 미르는 뿔이 작다. 아름다운 그림책은 사랑스럽다. 뜻있는 줄거리보다 오롯이 ‘사랑’을 담기를 빈다.


#Franklin'sFlyingBookshop #JenCampbell #KatieHarnett


ㅅㄴㄹ


뚱뚱미르라고 말했지만

'숲노래 아름책'으로 꼽는다.

뚱보미르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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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마크 포사이스 글/홍한결 옮김, 윌북, 2020.9.14.



설날이다. 조용하게 시골집에 머문다. 이쪽 집에도 저쪽 집에도 안 간 지 꽤 된다. 언제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다녀왔는 지 생각도 안 난다. 설이나 한가위는 모처럼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꽃을 펴는 자리일 수 있으나, 아직 이런 살림으로 가자면 제법 먼 우리나라이지 싶다. 굴레나 틀이 아닌 ‘보금자리’나 ‘둥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앞길이 캄캄하리라.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을 곁님한테 건네려고 장만했는데, 곁님이 죽 읽고는 재미없다며 돌려주었다. 글쓴이가 펴는 생각이 틀리거나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곁님이 궁금하게 여기는 영어하고 아주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곁님한테서 돌려받은 책을 곰곰이 읽고 보니 우리말이 걸어온 길을 살피는 나로서도 몹시 따분했다. 그런데 이런 책이 우리말로 나오고, 꽤 팔리는구나. 하긴. 나는 우리나라 연속극·영화를 하나도 안 보지만 둘레에서는 흔히 보더라. 우리 집은 ‘오징어게임’이고 ‘넷플릭스’이고 안 쳐다보는데, 둘레에서는 참 흔히 보더라. 누구를 만나지도 않고 누구한테 찾아가지도 않는 조용한 설날이다. 나는 설날이면 책집마실을 하면서 고요히 생각밭에 잠기기를 즐긴다만, 시골에서는 그냥 가만히 별바라기에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지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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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31.


치하루 씨의 딸 1

 니시 케이코 글·그림/전가연 옮김, 서울문화사, 2015.3.30.



달셈(음력) 설날을 앞둔 오늘은 포근하면서 밝은 하루이다. 아침에는 해가 밝고, 낮에는 하늘이 밝고, 저녁에는 별이 밝다. 나는 시골로 삶터를 옮긴다고 할 적에 ‘바람’을 꽃등으로 살폈고, 곁님은 ‘물’을 꽃등으로 살폈다. 큰아이는 ‘놀 마당’하고 풀꽃나무를 꽃등으로 살폈고, 작은아이는 품에 안겨 무엇이든 만져 보기를 바랐다. 곧 봄이로구나. 달종이로 해를 따지지는 않으나, 1월을 마치고 2월로 들어설 적에는 “아, 신나게 얼어붙은 겨울이 이제 녹아가는구나!” 하고 느낀다. 《치하루 씨의 딸 1》를 읽었다. 그린이가 순이돌이를 함께 안 그리고 순이만 그리니 제법 볼만하다고 느낀다. 니시 케이코 님이 선보이는 그림꽃은 참으로 읽어내기에 뻑적지근하다. ‘사랑’이 아닌 ‘좋아한다’는 얼거리로 순이돌이를 친친 얽어매는 줄거리를 짜니, 읽는 사람도 거북한데 그리면서 스스로 안 거북할까? 혼자 사는 할머니랑 늙어가는 딸을 그리는 줄거리는 쳇바퀴로 짜맞추는 마스다 미리 책에 대면 훨씬 낫다고 느낀다. 올해는 설날 언저리에 조용하다. 지난해 한가위까지만 해도 서울내기(시골을 떠나 서울로 간 사람들)이 저녁이 되기 무섭게 불꽃놀이를 하는 소리에 귀가 아프고 매캐했는데, 올해는 얌전하구나. 숨을 돌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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