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9.


《쓰레기 용사 2》

 로켓상회 글·나카시마723 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1.5.31.



이제 우리 마을에서 빨래터는 사라졌다. 샘터는 무늬는 남되 샘터 같지 않다. 예전 빨래터하고 샘터일 적에는 우물자리도 싱그러웠으나, 잿빛(시멘트)을 들이부으면서 서울 청계천 비슷하게 꾸며 놓은 모습은 볼썽사나울 뿐 아니라, 물길이 제대로 안 흐르기도 하고, 물이끼가 훨씬 많이 낀다. 더구나 다슬기가 살아갈 틈이 없다. 숲이며 풀꽃나무를 안 쳐다보는 이들이 오직 돈만 바라보면서 잿빛으로 뚝딱거리면 다 망가뜨린다. 옛사람은 우물을 어떻게 팠겠는가? 옛사람은 샘터하고 빨래터를 어떻게 그려서 지었겠는가? 흐르는 물이 ‘흐르는 물’로 있도록 하려면, 바로 이곳에서 물을 긷고 빨래를 해야 한다. 겉모습만 쳐다보고 꾸미거나 만지려 들면 다 망가뜨린다. 《쓰레기 용사 2》을 읽었다. 석걸음이 나오면 읽을까 말까 망설인다. 줄거리가 너무 뻔히 보인다. 나중에 한걸음만 더 장만할까? 아직 모르겠다. 오늘 우리 집 뒤꼍에 살짝 내려앉은 꿩을 보았다. 작은아이는 마당에서 뛰놀다가 온집안을 불렀다. “저기 봐. 하늘에 수리가 있어.” 바람을 타면서 빙그르르 도는 수리는 멋스러우면서 기운차다. 까마귀 두엇이 수리 밑으로 날아가는데 수리는 안 쳐다보는 듯하다. 높이높이 돌면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바라보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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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오늘 읽기 2022.2.8.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

 노부미 글·그림/이기웅 옮김, 길벗어린이, 2016.5.15.



여섯 달을 곰삭이면서 매듭을 지은 꾸러미를 몽땅 고쳐쓰기로 한다. 여섯 달 동안 숱하게 고쳐써서 꾸러미로 엮었는데, 아직 너무 어렵다고 한다. 들려주려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을까. 어쩌면 그럴는지 모른다. 이제는 책 하나를 내놓으려면 얄팍하거나 아주 두껍거나 해야 한다지. 안 읽을 사람은 몇 줄만 있어도 길다가 투덜투덜이고, 읽을 사람은 즈믄 줄이 넘더라도 아쉽다고 여긴다. 고쳐쓰면 새롭게 피어나리라 여기면서 어떻게 또 고쳐쓸까 하고 생각해 본다.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는 즐겁게 여민 그림책이다. 다만 줄거리가 살짝 뻔하다. 그림님이 선보이는 그림책은 모든 줄거리도 ‘똑같다’고 할 만하겠더라. 모름지기 ‘이야기’는 똑같을 만한데 줄거리까지 똑같으니 어쩐지 아쉽다. 서울(도시)에서 사는 사람을 그렸다면, 이다음에는 숲이나 시골이나 바다나 섬에서 사는 사람을 그릴 만할 텐데? 어머니를 그렸다면, 그다음에는 아버지를 그릴 만할 텐데? 확 새롭게 그리기란 어려울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한 달을 삭이고 두 달을 기다리노라면 어느새 새롭게 꽃이 피더라. 이대로도 나쁘지는 않지만 줄거리뿐 아니라 이야기도 뻔한 터라, 우리 집 아이들은 슥 훑고서 다시 들춰볼 생각을 안 하더라. 나도 그렇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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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7.


《로봇,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카렐 차페크 글/김희숙 옮김, 모비딕, 2015.4.28.



읍내이든 바깥으로 나갈 적에는 시골버스를 탄다. 시골버스를 탈 적마다 시끄럽다. 이야기 아닌 거친말·막말이 춤추는 시골 푸름이 수다 탓이다. 이래저래 온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언제나 그 고장 버스나 전철을 타는데, 고흥처럼 어린이·푸름이가 거친말·막말을 일삼는 곳을 못 봤다. 다만, 고흥이든 다른 고장이든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는 어버이’는 드물다. 요샌 으레 부릉이를 몰면서 다니니, 여느 어린이·푸름이가 얼마나 끔찍하고 사납게 죽음말을 주고받는지 모르는 어른·어버이가 많으리라. 아이들은 왜 거친말을 할까? 누구한테서 들을까? 아이들은 왜 막말을 일삼을까? 어디에서 배웠을까? 우리 집에는 보임틀을 들이지 않았고, 우리나라 연속극·영화·소설은 아예 안 쳐다본다. 말을 말답게 담거나 들려주는 연속극·영화·소설은 없다고 느낀다. 모두 싸움박질이고 시샘질이며 따돌림질이다. 《로봇,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을 드디어 읽었다. 카렐 차페크 님은 이런 이야기를 그 옛날에 썼구나. 새삼스럽지만 글님이 살던 지난날이나 우리가 사는 오늘날이나 매한가지이지 싶다. ‘스스로(나)’를 바라보기보다는 ‘나라(정부·사회)’를 쳐다보느라 빛을 잊으면서 사랑을 잃어 가기에 모두 틀에 박힌 쳇바퀴로 구르지 싶다.


ㅅㄴㄹ

#RUR #KarelCap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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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6.


《크리스마스를 갖고 싶어》

 잰 브렛 글·그림/김재원 옮김, 통큰세상, 2014.8.1.



미역국을 끓인다. 곁님이 큰아이를 밸 무렵부터 미역국을 허벌나게 끓였다. 우리 집에 있는 가장 커다란 솥으로 가득가득 끓였지.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을 하다가, 고기가 없는 미역국을 하다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무미역국을 하다가, 이런 미역국 저런 미역국을 끝없이 끓였다. 곁님이 배추를 잘 드시기에 배추미역국도 자주 했다. 요새는 미역국에 고기는 아예 없이 배추를 바탕으로 끓인다. 굳이 ‘채식 미역국’ 같은 이름은 안 쓴다. 바다를 머금은 미역빛을 헤아려 ‘푸른 미역국’ 같은 이름이라면 쓸 만하겠지. 《크리스마스를 갖고 싶어》를 읽었다. 섣달잔치는 두 달쯤 지나간 일이라지만, 언제나 모든 하루가 기쁨잔치요 사랑날이라고 떠올려 본다면, 굳이 12월에만 읽을 그림책은 아니다. 언제라도 새롭게 되읽으면서 이 삶을 그릴 만하다. 숲빛(트롤)하고 숲아이가 섣달잔치를 둘러싸고서 마음을 나누는 줄거리를 부드러우면서 포근하게 담아낸 글·그림이 흐른다. 아름그림책은 언제나 사랑을 바탕으로 삼고, 사랑을 이야깃감으로 놓으며, 사랑을 앞빛으로 어루만진다. 우리나라는 사랑을 복판으로 담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사랑으로 여민 그림책이 몇쯤 있을까? 아이한테는 멍울이나 생채기를 물려줄 일이 아니다.


ㅅㄴㄹ

#JanBrett #ChristmasTro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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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5.


《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글·애니 데이비드슨 그림/김현수 옮김, 알피코프, 2020.9.25.



작은아이가 아침저녁으로 따끈빵을 굽는다고 한다. 아침에는 설거지가 잔뜩 나왔다. “오늘 따끈빵을 구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하실 적에는 설거지도 함께 해보셔요.” 하고 들려주었는데, 저녁에 다시 따끈빵을 반죽을 해서 구운 뒤에 설거지까지 해놓는다. 해낼 줄은 알되 아직 손에 착 붙지는 않았구나. 저녁부터는 별바라기를 한다. 별을 한참 바라보다가 ‘별바라기’란 낱말을 언제부터 썼는가 하고 돌아보는데 잘 모르겠다. “천체 관측”이라 할 까닭 없이 ‘별바라기’라 하면 된다. 쉽고 알아듣기에 좋다. 새를 볼 적에 ‘새바라기’라 하면 수월하고 어울린다. 굳이 ‘탐조’라 할 일이 없다. 비가 내리기를 바라면 ‘비바라기’라 하면 되지. 애써 ‘기우제’라 해야 할까? 작은아이는 ‘눈바라기’를 하는데, 눈을 바라려면 고흥 아닌 좀 북쪽으로 가야 하리라. 《나무처럼 살아간다》를 읽으며 이 대목을 생각했다. ‘나무바라기’나 ‘풀꽃바라기’나 ‘숲바라기’를 했다면 글·그림이 사뭇 달랐으리라. 그저 바라보면 된다. 고요히 바라보면 넉넉하다. 사랑으로 바라보면 즐겁다. 모든 배움길(학문)은 ‘바라보기(관찰)’부터라지만, 막상 숱한 사람들은 책읽기부터 달려든다. 먼저 오래오래 바라보면 다 풀 수 있는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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