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4.


《산양을 따라갔어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김정하 옮김, 비룡소, 1996.3.25.



아이들 큰아버지 빛날이다. 아이들더러 큰아버지한테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라고 손전화를 건넨다. 며칠째 하늘은 먼지띠이다. 두멧시골이 이토록 먼지띠라면 서울은 아주 끔찍하리라. 지난해에 서울마실을 하던 날 허벌난 먼지하늘인 적 있는데, 그날 탄 택시에서 “이렇게 하늘이 매캐하면 숨을 어떻게 쉴까요?” 같은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택시일꾼은 아무 대꾸를 안 했다. 웬 미친놈 헛소리인가 하고 여기는 눈치였다. “그럼, 서울이 깨끗한 하늘인 줄 아시우?” 하고 쏘아붙이고파 하셨지 싶다. 돌림앓이 탓에 푸른별 하늘길(항공노선)이 거의 끊기고, 나라마실(외국여행)을 다니는 발길이 확 줄면서 하늘도 바다도 꽤 나아졌다. 그러나 ‘방역·위생’이라면서 비닐을 예전보다 엄청나게 많이 쓰고 쏟아내고 버린다. 《산양을 따라갔어요》를 새삼스레 되읽는다. 예전에는 ‘새터가 궁금한 숲짐승’ 이야기 같았다면, 이제는 ‘서울(도시)이 궁금해서 찾아갔다가 숲으로 돌아가는 숲넋’을 넌지시 보여준다고 느낀다. 그래, 구름이 아닌 먼지띠요 맨하늘을 파랗게 못 보는 서울살이라면 그곳에 길들며 못 떠나는 몸짓이 되리라. 입가리개란 얼마나 허울인가. 입을 가리지 말고, 푸른바람을 듬뿍 마실 수 있는 삶터로 갈아엎을 노릇인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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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3.


《あひるのアレックス》

 三浦貞子·森喜朗 글, 藤本四郞 그림, フレ-ベル館, 2005.2.



보름쯤 앞서 서울마실을 하는 길에 들른 헌책집에서 《あひるのアレックス》를 만났다. 새를 잘 담은 그림책이라고 여겨 장만했는데, 글쓴이 가운데 하나는 일본 총리요, 이이는 갖은 막말을 일삼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림책은 빛나지만 ‘글쓴이인 일본 총리’ 탓에 일본 아마존 누리집에서도 쓴소리가 많다. 굳이 일본 총리 이름을 왜 넣었을까 하고 아리송해 한다. 새로 나라지기가 되겠다는 어느 분이 ‘농업용 비닐·농약병·스티로폼’을 잘 모을 수 있도록 ‘영농폐기물 수거보상금’을 높이겠다고 밝히는데, 딱한 노릇이다. 온통 먼지를 내뿜는 비닐에 농약병에 스트로폼을 잔뜩 쓰도록 부추기고, 농협이 앞장서는데, 이 쓰레기를 모으는 돈을 따로 들여야 하나? 처음부터 이 모든 바보짓을 멈추는 데에 마음을 기울이고 돈을 쓰고 품을 들일 일이 아닌가? 그렇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시골살림을 안 쳐다볼 뿐 아니라 모른다. 시골 벼슬아치(군수·공무원·국회의원) 가운데 이 바보짓을 멈추려고 애쓰는 이는 좀처럼 안 보인다. 쓰레기를 퍼부어 쓰레기로 뽑아내는 논밭살림을 다시 쓰레기를 들여서 치우겠다고 하니, 이러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로서도 쓸어낼 노릇이라고 느낀다. 푸른지붕(청와대) 앞마당은 텃밭이어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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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2.


《눈아이》

 안녕달 글·그림, 창비, 2021.11.30.



겨울이 저무는 봄이다. 나무마다 꽃망울·잎망울이 부푼다. 틈틈이 둘레를 보면서 봄볕을 바라는 풀빛을 헤아린다. 이따금 능금을 토막내어 마당 한켠에 놓는다. 귤도 한두 알 까서 함께 둔다. 겨울 막바지에 여러 멧새가 내려앉아 콕콕 쫀다. 고흥은 올겨울에도 눈빛은 구경하기 어려웠으나 바람빛은 실컷 만났다. 하얗게 덮지는 않되 새파란 하늘빛으로 고루고루 감싼 겨울바람이다. 《눈아이》를 다시 생각해 본다. 겨울에도 푸른잎을 매단 늘푸른나무가 줄줄이 서고, 나무마다 눈이 수북하다. 나무에 눈이 이만큼 수북하다면, 여느 길은 못 걷는다. 발이 푹푹 빠지면서 몸으로 눈을 헤친다. ‘그림책이고, 아이가 나오니’까, 발자국이 오종종 나는 모습으로 담았다고도 할는지 모르나, 눈밭을, 더구나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눈밭을 보거나 겪었다면 이렇게 그릴 수는 없다. 깊은숲 눈밭에서 눈을 뭉치면 눈송이는 티없이 하얗다. 깊은숲 눈이 녹는 물은 맑다. 잿빛과 먼지로 뒤덮인 서울이라면 겉눈을 치우고 속눈으로 뭉쳐도 먼지가 고스란히 흐르는데, 흙이나 먼지가 섞인 눈송이가 녹는 물을 ‘더럽다’고 해도 되려나. 이쁘거나 착한 말을 애써 붙이기보다는 삶과 숲을 품는 말을 가만히 담으면 된다. ‘서울그림책’이 갇힌 틀은 누가 깰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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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1.


《수상한 마을》

 이치카와 케이코 글·니시무라 토시오 그림/정희수 옮김, 노란우산, 2012.7.16.



봄까지꽃을 바라본다. 냉이꽃에 잣나물꽃을 본다. 아직 겨울이어도 봄맞이꽃은 조물조물 올라와서 조그맣게 푸른빛을 편다. 갓은 펑퍼짐하게 잎을 내놓는다. 추위를 먹고서 짙푸른 갓잎도 대견하고, 찬바람에 고개를 내미는 앉은꽃이 사랑스럽다. 《수상한 마을》이란 이름이 붙은 그림책은 여러모로 돌아볼 곳이 많다. 도깨비는 하나도 안 무서운 아이가 거미를 무서워하는 줄거리는 숱한 사람들 모습 같다. ‘도깨비마을’을 담은 그림책인데 뜬금없이 ‘수상한 마을’로 이름을 바꾼 우리나라 펴냄터는 속뜻을 제대로 안 들여다보았기 때문이겠지. 먼먼 옛날부터 숲은 뭇짐승도 새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풀꽃나무도 사람도 어우러지는 터이다. 오늘날은 숲을 밀어서 서울을 넓히고, 숲을 깎아 구경터(관광지)를 세우며, 숲을 밀어 빠른길을을 늘린다. 도깨비도 숲님도 나란히 어울리던 지난날은 사람들 스스로 차분하면서 참한 눈길로 살림을 짓는 하루였으리라 생각한다. 빈틈이 있어야 삶이 넉넉하다. 빈곳이 있어야 아이들이 놀면서 자란다. 빈자리를 두어야 어른도 한숨을 돌리고 낮잠을 즐긴다. 촘촘하게 박거나 빽빽하게 몰아놓으면 사람부터 갑갑하면서 숨이 막혀서 그만 아귀다툼으로 치닫고 만다.


ㅅㄴㄹ

#いちかわけいこ #西村敏雄 #おばけか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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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0.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글/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2021.7.23.



광주에서 책숲으로 찾아온 손님하고 이야기를 한다. 부릉이를 몰면 광주-고흥은 먼길이 아닌데 일부러 시외버스를 타셨다고 한다. 고흥읍에 내려서 또 시골버스로 오셨단다. 온하루를 천천길로 맞이하는 나들이를 하시는구나. 나도 어느 곳에 가든 이렇게 천천길로 버스로 돌고돈다. 부릉이를 안 모니까 돌고돌밖에 없을 텐데, 돌고도는 버스길에 노래꽃(동시)을 쓰고, 생각을 갈무리하고, 쪽잠을 누리고, 책까지 읽는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손빨래 마음닦기(명상)’를 했다면 아이들이 제법 자란 이즈막에는 ‘시외버스 마음닦기’를 한다. 광주 손님이 돌아갈 시외버스가 한 줄 사라졌다. 며칠 앞서만 해도 있던 길인데. 돌림앓이를 핑계로 불쑥 사라진다. 나라(정부)는 자꾸 부릉이를 사라고, 전기부릉이를 장만하면 오천만 원을 보태 준다고 부추긴다. 그러나 전기부릉이를 장만할 돈이라면 멧골 삼만 평을 사겠다.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를 읽었다. 해묵은 글을 그대로 실었다지만, 꽤 심심하고 그저 묵었더라. 설마 글님이 예나 이제나 ‘생각이 발돋움하지 않았’을까? 예전 글을 살려서 책으로 낼 수 있으나, 스스로 새로 쓸 줄 모른다면, 그이는 돈바라기인 삶이지 싶다. 반짝이는 눈빛이라면 묵은글을 그냥 내놓을 수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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