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63. 모래순이가 되겠어 (15.8.19.)



  시골순이가 모래순이로 거듭난다. 모래밭에서 한참 모래를 파며 놀다가 “아버지, 나 좀 모래에 묻어 줘!” 하고 외친다. 모래밭에서 모래로 파묻어 주며 논 때는 2012년 여름이 끝이었으니 세 해 만이다. 지난 세 해 사이에 모래순이로 만들어 준 적이 없는데, 세 해 앞서 놀던 일이 떠올랐니? 모래밭에 드러누워서 혼자 두 팔을 저어서 모래를 모은다.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서 신나게 모래를 얹어 주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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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62. 제비나비야 괜찮니 (15.8.19.)



  시골에서 삶과 죽음을 늘 바라본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어디에 있을까. 자동차에 치이고 밟혀서 죽은 제비나비를 길섶 풀밭으로 옮겨 주었다. 바들바들 떨며 아직 목숨이 아슬아슬 남은 제비는 가늘게 다리를 떤다. 시골순이가 제비한테 다가가서 괜찮느냐고 물어 본다. 괜찮아, 나비는 고요히 눈을 감고서 곧 아름다운 새 몸으로 씩씩하게 다시 태어날 테니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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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61. 느티나무 올라타기 (15.8.6.)



  읍내에 구백 살 즈음 된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 있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 고흥에 들어온 뒤부터 곧잘 이 나무를 올라탔다. ‘아이’이기에 올라탈 수 있다. 어른은 올라타지 않는다. 여덟 살 어린이는 앞으로 아홉 살이 되면 제힘으로만 이 나무에 올라탈 수 있을까? 자, 나무에 올라탔으면 느티나무한테 귀를 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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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60. 파란하늘 이고 달린다 (15.8.3.)



  날이 더워도 달린다. 날이 추워도 달린다. 어떻게? 달리면서 놀 적에는 더위도 추위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달리면서 놀 때에는 그저 달리면서 노는 기쁨만 가슴으로 품기 때문에. 자, 우리 함께 파란하늘을 온몸으로 이면서 달리자. 파란하늘을 먹고 자라는 나무와 풀처럼 신나게 노래하면서 달리자.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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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59. 우리하고 지낸 제비 (15.8.4.)



  우리하고 지낸 제비가 곧 둥지를 떠나려 한다. 날갯짓을 익히고 바람결에 몸을 싣기까지 마당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다가 앉기를 되풀이한다. 이동안 시골돌이와 시골순이는 저마다 제비 곁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 우리 예쁜 아이들아, 제비가 하늘로 날아오르도록 북돋아 주고, 하늘로 훌쩍 날아올라 저 멀리 사라지면 기뻐해 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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