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83. 발 맞추어 척척 (15.10.26.)
시골순이가 앞장서고 시골돌이가 뒤따른다. 시골돌이는 시골순이가 걷는 길을 따르는데, 시골순이 발걸음에 맞추어 척척 걷는다. 손짓도 발짓도 시골아이 나름대로 씩씩하면서 야무지다. 두 아이 발걸음이랑 노래가 어우러지는 소리가 온 마을에 크게 퍼진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시골아이 182. 함께 달리자 (15.10.26.)
마을을 달린다. 두 다리로 천천히 달린다. 마을을 달리면서 이웃 논이랑 밭을 들여다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두 아이한테 거칠 것이란 없다. 바람이 땀을 식혀 주고, 마음껏 노래를 부르면서 달린다. 이곳은 바로 우리 놀이터란다. 우리 일터이고, 우리 삶터이며, 우리 노래터란다. ㅅㄴㄹ
시골아이 181. 구름이 예뻐서 (15.8.17.)
자전거 나들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걷는다. 구름이 예뻐서 이 길을 느릿느릿 자전거로조차 달리고 싶지 않아서, 자전거를 멈춘 뒤 나란히 걷는다. 시골돌이는 조금 걷다가 자전거수레에 다시 앉고, 시골순이는 씩씩하게 앞장서서 걷는다. 땅을 보고 들을 보고 하늘을 보면서 걷는다. 푸진 구름을 넉넉히 안으면서 걷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순이)
시골아이 180. 달밤 논둑길 아이 (15.10.25.)
달이 밝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이 곱다. 파랑을 지나 보라로 차츰 물들려 하는 밤하늘이 그지없이 곱다. 시골돌이는 달이 아닌 저 먼 큰길을 달리는 자동차 불빛을 바라본다. 고개 너머로 해는 꼴깍 떨어졌고, 밤이 빠르게 찾아드는데, 이러한 때에 논둑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오늘 하루를 새롭게 마무리짓는구나.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돌이)
시골아이 179. 조용히 까마중돌이 (15.10.18.)
산들보라가 조용히 까마중돌이가 된다. 까마중을 훑어서 주전부리를 하느라 바쁘기에 아무 말이 없을 뿐 아니라, 손놀림도 가벼우면서 소리조차 없다. 무엇 하나에 깊이 마음을 쏟을 적에는 이렇게 소리도 몸짓도 모두 누그러뜨리는구나.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지는 저녁에 바람이 살랑거린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