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47. 2014.7.24. 여기 꽃 있어요



  우리 서재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사름벼리가 저만치 앞서 달리다가 우뚝 선다. 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버지가 옆에 오자 부른다. “아버지 여기 봐요. 꽃 있어요. 꽃 사진 찍어요.” 음, 그래, 참말 거기 시멘트 갈라진 틈에 꽃이 한 송이 곱게 올라왔네. 그 꽃 참 곱구나. 그런데, 네 아버지는 네가 그 꽃을 알아보고 예쁜 눈길로 바라보는 몸짓이 더없이 꽃답구나 싶어서 기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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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46. 2014.6.27. 사름빛을 알겠니



  시골마을에서 지내니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논을 본다. 첫여름 논은 모내기를 마친 볏포기가 무럭무럭 올라온다. 갓 모를 심을 무렵에는 논물이 찰랑찰랑 보였다면, 차츰 사름빛이 짙어지면서 볏잎 푸른 빛깔이 넘실거린다. 사름벼리는 제 이름을 이룬 ‘사름’이 무엇인지 느끼면서 논앞에 설까. 아직 모를 수 있고, 어렴풋하게 알 수 있으며, 즐겁게 맞아들일 수 있다. 사름빛은 지난 볏포기라 할 테지만, 일곱 살 사름벼리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안 볏잎은 반짝반짝 푸르게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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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45. 2014.6.10. 풀포기 꺾는 몸짓



  풀을 바라볼 줄 알고, 풀을 만질 줄 알며, 풀을 뜯을 줄 아는 풀순이. 풀을 먹을 줄 알고, 풀한테 말을 걸 줄 알며, 풀씨를 후후 날릴 줄 아는 풀순이. 풀순이는 풀내음을 맡으면서 산다. 풀순이는 풀빛을 사랑하면서 논다. 풀순이는 풀동무를 사귀고, 풀밥을 먹으며, 풀꿈을 꾼다. 우리들은 풀과 함께 노니까 언제나 풀놀이를 누리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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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44. 2014.5.23. 손에 손에 감꽃



  감꽃을 손에 넣는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손을 벌려 감꽃을 받는다. 감꽃을 받은 손에서는 감꽃내음이 난다. 감꽃을 입에 넣으면 온몸에 감꽃내음이 퍼진다. 감꽃을 먹은 하루는 감꽃처럼 노랗고 맑은 노래가 흐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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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43. 2014.5.16. 반들거리는 풀을



  들길을 걷다가 반들거리는 풀을 본다. 어떤 풀일까. 이 작은 숨결은 어떤 풀이기에 반들거리는 잎사귀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고울까. 씨앗일까, 꽃일까, 무엇일까. 반들거리는 풀포기 앞에 서면서 빛을 느끼고, 한 포기 톡 끊어 쓰다듬으면서 결을 느낀다. 우리 둘레에는 참 많은 풀이 참 새롭고 새삼스럽게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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