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57. 2014.9.24. 서숙돌이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묵은 밭을 본다. 묵은 밭에 피고 지는 온갖 들꽃과 들풀을 바라본다. 시골에는 이런 땅에 좀 넓게 있어야 한다. 묵은 밭도 좋고, 그냥 사람 손길 안 탄 들판도 좋다. 그래야 이런 곳을 아이들이 놀이터로 삼아서 신나게 헤집고 다닐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묵은 밭에 서숙이 군데군데 있다. 이 밭이 묵기 앞서 서숙밭이었던 듯하다. 따로 심지 않았을 텐데, 서숙이 익으면서 몇 알 떨어졌나 보다. 서숙을 벨 적에 작은 알맹이가 떨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알맹이가 흙 품에 고이 안겨 겨울을 나고는 이듬해에 씩씩하게 자랐지 싶다. 한 포기를 꺾는다. 자전거수레에서 잠든 산들보라 머리맡에 놓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숙내음 맡으면서 즐겁게 꿈을 꾸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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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6. 2014.9.16. 꽃으로 보는 눈



  나들이를 가던 사름벼리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마을 어귀에 있는 빈집 시멘트 울타리에 살짝 올라탄 덩굴풀을 본다. 덩굴풀이 마치 하트 모양이라면서 예쁘다고 한다. 손을 뻗는다. 동생을 불러 함께 바라본다. 꽃아이는 꽃을 보면서 꽃내음을 맡고, 풀줄기를 바라보면서 풀숨을 마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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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5. 2014.9.14. 부추꽃돌이



  산들보라는 부추꽃을 꽃대까지 뽑았다. 그러고는 부추꽃이 마치 총이라도 되는 듯이 팡팡 하면서 논다. 한동안 놀다가 아무 곳에나 부추꽃대를 놓기에 그러면 안 된다고, 부추꽃 피던 자리에 놓으라고, 흙에 내려놓으라고 알려준다. 부추꽃돌이는 부추꽃대를 제가 뽑은 자리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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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4. 2014.9.14. 부추꽃순이



  사름벼리가 부추꽃을 잔뜩 꺾었다. 동생한테도 부추꽃을 잔뜩 꺾도록 했다. 얘들아, 부추꽃은 씨앗을 받아서 이듬해에 더 많이 돋도록 해야 할 우리 집 남새인데, 남새꽃을 잔뜩 꺾었구나. 그런데 그 꽃이 참 곱지? 꽃이 고우니 너희가 꺾고 싶었지? 그런데 말야, 꽃을 꺾으면서 좋아하기보다는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예뻐해 주고, 조금만 꺾자꾸나. 들판이 아닌 우리 집 밭자락 꽃은 조금만 뽑자. 사름벼리는 부추꽃한테 미안하다면서 꽃삽으로 마당 한쪽을 파서 심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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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3. 2014.9.14. 초피순이



  올해에는 우리 집 초피나무 열매를 제대로 쓰자고 생각하면서 날마다 한 바구니씩 훑기로 한다. 이틀째 초피알을 껍데기까지 통째로 훑으니, 큰아이가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가 한참 지켜본 뒤에 저도 손이 닿는 데에서는 초피알을 훑는다. 작은아이도 아버지와 누나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한참 지켜본 뒤에 초피알을 함께 훑는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초피나무 가시에 잘 안 찔리지만, 아버지는 자꾸 찔린다. 사름벼리도 산들보라도 오늘은 초피순이와 초피돌이가 되어 온몸을 초피내음으로 물들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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