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72. 2014.5.9. 자운영 고리



  봄이 무르익어 들판에 자운영이 흐드러지면 꽃줄기를 살그마니 꺾어 손가락에 휘감는다. 자운영 고리가 된다. 큰아이한테는 해마다 했지만 작은아이한테는 2014년 네 살 봄에 처음으로 자운영 고리를 엮어 준다. 어떠니? 맑으면서 고운 빛과 숨을 네 가슴으로 맞아들일 수 있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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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71. 2014.11.25. 치마폭 유자순이



  우리 집 유자를 딴다. 유자순이는 치마를 벌려 유자를 담는다. 한 알 두 알 석 알 넉 알 담고 또 담으니 치마폭이 처진다. 두 손에 힘을 그러모아 유자알을 야무지게 건사한다. 뒤꼍에서 딴 유자알을 집으로 씩씩하게 갖고 들어간다. 유자순이는 몸과 옷에 유자내음을 가득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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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70. 2014.11.18. 억새를 쥐며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억새가 손에 닿을 만큼 한들거리는 곳에 선다. 꽃순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억새를 손으로 잡아서 쓰다듬어 보아야 한다. 씨앗이 촘촘하게 붙은 억새줄기도 보드랍지만, 씨앗이 거의 날아간 억새줄기도 제법 부드럽다. 아주 가느다란 줄기인데, 손에 쥐어 살살 쓰다듬으면 부드러울 뿐 아니라 따스한 기운이 손바닥에 가득 퍼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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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9. 2014.10.29. 샛노란 유자알과



  샛노랗게 잘 익은 유자를 딴다. 꽃순이 손에 한 알씩 올린다. 조그마한 꽃순이 손에는 한 알만 얹어도 묵직하다. 유자를 두 손에 얹었으니 두 손에는 유자내음이 향긋하게 밸 테지. 꽃순아, 네 손에도 몸에도 마음에도 향긋한 꽃내음으로 맑은 숨결이 흐르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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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8. 2014.10.23. 씨앗순이 씨앗심기



  우리 집 동백씨를 올해에 드디어 처음으로 받고 나서, 아이들을 불러 씨앗을 보여주는데, 두 아이는 마당에서 맨발로 놀다가 통통통 달려온다. “뭔데? 뭔데?” 하는 씨앗순이 손바닥에 씨앗을 얹으니, 씨앗돌이가 되고 싶은 동생은 “어디? 어디? 나도! 나도!” 하고 외친다. 씨앗순이는 한참 씨앗을 손바닥에 얹어 만지작거리더니 혼자 조용히 씨앗을 심었다. 언제부터인가 씨앗순이는 씨앗만 얻으면 이곳저곳에 심는다. 씨앗순이가 심은 씨앗 가운데 싹이 터서 나무가 된 아이가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지만, 바지런히 심고 즐겁게 심으니, 머잖아 곳곳에서 어여쁜 새 아이들이 자라리라 믿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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