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82. 2015.3.15. 쑥밭순이



  우리 집 쑥밭에서 함께 쑥을 뜯는다. 날마다 새롭게 돋으면서 쑥쑥 자라는 쑥을 뜯는다. 뿌리째 캐도 새로 돋을 쑥이 많지만, 우리는 뿌리까지 캐지 않고 줄기까지만 뜯는다. 이렇게 하면 몇 차례 더 뜯을 수 있다. 쑥을 뜯는 동안 손과 몸에 쑥내음이 배어 기쁘다고 하는 쑥순이하고 조용히 멧새 노래를 듣고 바람을 싱그러이 맞으면서 뒤꼍에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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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81. 2014.11.28. 가을날 초피돌이



  늦가을 한때에 며칠 누릴 수 있는 노란 잎잔치가 눈부실 적에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며 ‘노란 잎빛’을 흠뻑 들이켠다. 나도 노란 잎빛을 아이들과 함께 들이켠다. 우리는 가을날 ‘잎돌이’와 ‘잎순이’가 된다. 가을잎돌이가 되고 가을잎순이가 된다. 꽃잎으로도 꽃빛으로 물들고, 나뭇잎으로도 잎빛으로 물든다. 고요하면서 곱게 물든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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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80. 2015.3.19. 동백순이



  우체국에 간다. 우체국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우체국 앞에 제법 잘 자란 동백나무가 있다. 꽃이 활짝 벌어졌다. 꽃내음이 훅 끼친다. 꽃순이도 꽃내음을 알아챘고, 소담스러운 꽃송이를 바라본다. 게다가 큰 송이째 떨어진 꽃이 곳곳에 있다. “아버지, 이 꽃 가져가도 돼?” “우리 집에도 많은데. 그래, 가져가려면 가져가.” 고흥에는 동백마을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마을이다. 다른 군에도 동백마을이 있을까? 꼭 동백마을이기 때문에 동백나무가 있지 않으나, 마을에도 면소재지에도 읍내에도 그야말로 동백나무가 흐드러진다. 봄이 되어 온통 꽃잔치가 되는 마을에서 사는 기쁨은 아이들이 꽃아이로 거듭날 적에 새삼스레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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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79. 2015.3.8. 쪽파돌이



  쪽파를 옮겨심을 적에 산들보라가 쪽파를 한손에 움켜쥐고 하나씩 입에 넣는다. 냠냠짭짭 맛나게 먹는다. “맛있어!” 외치면서 신나게 먹는다. 너는 쪽파돌이가 될 수 있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꽃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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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슈아 2015-03-19 22:15   좋아요 0 | URL
하~~~~^^
보석같은 아이내요~~~

숲노래 2015-03-19 22:45   좋아요 0 | URL
네, 모두 아름다운 보배덩어리예요~
 

꽃아이 78. 2015.3.5. 마른 잎 밟는 소리



  푸른 잎을 밟으면 소리가 안 난다고 할 만큼 조용하다. 마른 잎을 밟으면 사그락사그락 서걱서걱 소리가 크게 울린다. 풀줄기나 나뭇가지가 말랐으면 톡톡 끊어지는 소리가 섞인다. 꽃순이와 꽃돌이는 이른봄에 마른 풀과 잎을 밟으면서 봄소리를 듣는다. 새롭게 싹이 돋으면서 지난겨울 마른 잎과 줄기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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