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111. 2015.8.9. 아주까리야?



  아주까리 암꽃이 수꽃한테서 꽃가루를 받은 뒤에 천천히 진다. 이윽고 열매를 맺으려고 몸을 바꾼다. 한창 새 몸으로 거듭나는 아주까리 암꽃을 꽃순이가 바라본다. 얘, 눈으로만 보지 말고 손으로도 만지고 코로도 냄새를 맡아야지. 눈으로만 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암꽃이 지면서 새로 태어나는 열매는 뾰족뾰족한 듯한 모습이지만 하나도 날카롭지 않다. 아주 보드랍다. 꽃순아, 이제 뭔가를 하나 알겠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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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10. 2015.9.14. 까마중 맛있어



  까마중풀이 잘 자라서 아이들 키만 하다. 아이들 키만큼 무럭무럭 자란 까마중풀에는 흰꽃이랑 풋알이랑 깜알이 나란히 있다. 아이들은 잘 익은 깜알을 골라서 신나게 훑는다. 훑고 훑고 또 훑는다. 한참 훑고 끝까지 훑는다. 우리 집 까마중 열매는 바로 너희들 몸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도와주는 고운 숨결이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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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09. 2015.8.31. 옥수수 옮겨심기



  팔월이 저물 무렵 옥수수 옮겨심기를 한다. 하하, 옥수수를 거두고도 느즈막하다고 할 이맘때에 옥수수 옮겨심기를 하는 집이 있을까? 그렇지만 따뜻한 우리 고장에서 가을까지 잘 자라 주기만을 바라면서 옮겨심기를 한다. 옥수수알에 싹이 트는 모습이 궁금한 꽃아이한테, 옥수수를 심고 싶다는 꽃순이한테, 늦여름이고 가을이고 대수롭지 않다. 아무튼 심어 보면 된다. 말린 옥수수자루에서 스무 알쯤 훑어서 불린 뒤 싹을 키워서 네 아이를 옮겨심는다. 두 아이가 둘씩 들고 마당을 가로지른다. 자, 우리 텃밭에 심으니까, 너희가 마당에서 놀면서 아침저녁으로 인사해 줘야 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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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08. 2015.8.10. 네 손가락은



  마당에 핀 부추꽃을 들여다본다. 부추꽃이 핀 지 이레가 되도록 두 아이는 좀처럼 못 알아본다. 아니, 보기는 했을는지 모르나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해야 옳지 싶다. 우리 집 마당에는 워낙 온갖 꽃이 피고 지니까. 게다가 부추꽃 옆에는 까마중꽃이 벌써 한 달 남짓 피고 지기를 되풀이한다. 꽃순이를 불러서 “자, 얘들 무슨 꽃인지 알겠니?” 하고 묻는다. “글쎄, 모르겠는데.” “해마다 보는 꽃이야. 부추꽃이야.” 참말 해마다 부추꽃을 보면서 해마다 부추꽃 이름을 잊는다. 꽃순이가 아홉 살이 되면 부추꽃 이름을 안 잊을 수 있을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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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107. 2015.6.26. 떨어진 풋감이랑



  떨어진 풋감을 줍는다. 풋감을 어떻게 쓰려는 생각은 아니고, 단단하면서 푸르고 작은 감알을 갖고 놀려고 줍는다. 아침에 풋감알을 주워서 저녁까지 논 뒤에 이튿날 아침에 감나무 둘레에 갖다 놓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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