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27. 2013.12.1. 대잎 물고 유채밭

 


  서재도서관을 둘러싼 대밭을 한 바퀴 빙 도는 동안 작은아이와 큰아이 모두 대잎을 하나씩 따서 입에 물고 걷는다. 대잎이 맛있니? 대잎내음이 향긋하니? 겨울볕과 겨울바람 머금으면서 푸른 기운 싱그러운 유채밭에 들어가 본다. 얘들아, 대잎내음과 함께 유채잎내음도 맡으렴. 손으로 만지고 살갗으로 느끼렴. 이 내음과 빛깔이 우리를 살찌우는 숨결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26. 2013.12.31.

 


  한 해가 저무는 12월 31일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까마중을 훑는다. 두고두고 먹으려는 마음으로 까맣게 익은 열매를 다 훑지 않고 찬찬히 먹었는데, 찬바람과 찬비와 찬눈을 맞은 까마중풀이 시들고부터 까마중알이 흐물흐물하다. 이제는 참말 마지막 까마중 되겠다고 느낀다. 아침밥상에 올리려고 까마중을 훑으니, 마당에서 놀던 두 아이가 달라붙으면서 저희도 함께 따겠다고 한다. 그래, 그러면 너희가 거들어 주렴. 아버지는 부엌으로 가서 밥이랑 국을 마저 살피고 밥상을 차릴게. 두 손에 까마중물 검붉게 들여 보아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25. 2013.12.18.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된바람이 드세다. 아이들 옷깃을 여미려고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는 깡총깡총 뛰더니 억새 한 포기 꺾어 달란다. 억새 한 포기 꺾어 건넨다. 아주 좋아라 하며 다시 콩콩 뛴다. 앞으로 달리고 뒤로 걷는다. 즐겁구나. 억새 한 포기가 너한테 웃음을 듬뿍 베푸는구나. 네 웃음을 먹고 아버지도 기운을 내어 이 된바람을 신나게 누리며 자전거 발판을 굴러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24. 2013.11.18.

 


  벼리야, 제비꽃 생각나니? 이 아이는 제비꽃이 지고 난 뒤 맺은 씨앗이야. 제비꽃은 봄에 피지만, 가을에도 햇볕이 따사로우니 한 번 더 피어. 제비꽃 씨주머니는 이렇게 세 갈래로 벌어져서 깨알보다 훨씬 작은 조그마한 동글동글이 맺히고는, 어느새 톡톡 터지듯이 퍼져. 우리 집 둘레는 제비꽃밭이 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꽃아이 23. 2013.11.1.ㄴ

 


  마당에서 놀던 큰아이가 아주 조그마한 꽃을 딴다. 어디에서 꽃을 땄니? 응, 까마중꽃이네. 이 꽃은 우리한테 맛난 열매가 되어 주는 꽃이잖니. 그래도, 다른 까마중꽃 많이 피니까, 네가 이 흰꽃과 함께 놀 수 있으면, 까마중꽃도 너를 좋아해 줄 테지. 몸으로는 까마중알 먹고 마음으로는 까마중꽃 사랑해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