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57. 2014.2.20.

 


  지난 한 주 몸이 많이 아플 뿐 아니라, 아픈 몸으로 해야 할 일이 잔뜩 찾아든 바람에, 아이들한테 밥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했다. 미처 밥을 끓이지 못하고 풀버무리도 마련하지 못해 라면만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라면만 놓은 밥상조차 맛있게 받아들여 준다. 언제나 가장 고마우면서 사랑스럽고 멋진 님이란 바로 아이들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얘들아, 라면을 먹더라도 이제는 마당이 무척 따스하니까, 햇볕을 쬐면서 후박나무한테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고 먹지 않으련?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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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5. 2014.2.15.

 


  토마토를 얻었다. 풀무침을 하고는 토마토를 잘게 썰어서 꽃접시에 빙 두른다. 다른 접시에 담을까 하다가 함께 담아 보기로 한다. 이렇게 하니 눈으로 보기에도 한결 예쁘다. 몇 가지 못 차리는 밥상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눈으로 보는 맛이 달라지지 싶다. 당근과 무를 썰어서 나란히 놓으니 빛깔이 괜찮네. 아이들 없이 혼자 살던 지난날에는 이런 밥상을 차린 적이 없다. 나 혼자 차려서 나 혼자 먹던 밥상에 고운 빛이 흐르도록 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있으니 밥상 빛깔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밥상 빛깔을 더 손질하고 가다듬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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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4. 2014.2.3.

 


  봄풀을 뜯는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인 뒤, 신나게 봄풀을 뜯는다. 뜯으면서 아주 기뻐 사진기를 들이밀어 ‘이 고운 풀을 그냥 먹을 수 없지.’ 하고 생각한다. 즐겁게 뜯어 즐겁게 차리니, 밥상에 올린 반찬이 몇 가지 아니어도 괜스레 들뜬다. 밥상머리에서 아이들한테 말한다. “자, 이제 오늘부터 우리 집 풀을 먹을 수 있어. 우리를 튼튼하게 살리는 풀이야. 고맙고 즐겁게 먹자.” 풀내음 깃든 풀밥을 냠냠짭짭 맛나게 누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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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3. 2014.1.25.

 


  밥을 거의 다 먹은 산들보라가 문득 손을 뻗는다. 곤약 담긴 접시에 손을 척 대고는 누나가 못 집게 막는다. 왜 그래? 누나하고 사이좋게 먹어야지. 먹느냐 못 먹느니 다투다가 하나씩 집으면서 논다. 너 이제 배부르다고 누나 못 먹게 막으면서 노는구나. 요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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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2. 2014.1.7.

 


  아이들이 스스로 밥과 풀을 알맞게 집어서 먹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머잖아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그때까지 아이 입에 밥과 풀을 넣어 주거나 아이 숟가락에 올려 준다. 서두를 까닭이 없다. 찬찬히 함께 먹으면 된다. 즐겁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아이들과 즐겁게 밥을 먹을 때에 마음속에 고운 빛이 서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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