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87. 2014.8.24. 한 접시 밥상



  밥과 반찬을 다 다른 그릇에 담을까 하다가, 동그랗고 넓적한 접시에 모두 담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밥과 반찬을 새로 지은 뒤, 무와 나물을 된장으로 무친다. 그러고 나서, 두 아이와 곁님 접시에 밥이랑 반찬이랑 알맞게 놓은 뒤, 나물무침을 얹는다. 밥접시 옆에는 국그릇을 놓는다. 밥상 가운데에는 김을 썰어서 놓는다. 단출하고 가붓하게 한 끼니 누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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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8-26 07:46   좋아요 0 | URL
아유~ 정말 맛있게 보입니다~~
고구마를 넣고 지은 밥과 된장으로 무친 무와 나물, 감자와 당근 햄으로 만든 카레야채볶음(맞나요?)
다시마와 팽이버섯국과 김.
예쁘게 한접시에 담은 꽃밥상이 오늘따라 더, 정성스럽고 맛나 보입니다!^^

숲노래 2014-08-26 07:54   좋아요 0 | URL
풀은 아이들한테 '내 접시'에 밥과 함께 담으면 여느 때보다 더 많이 먹더라고요. 아무래도 풀접시를 따로 둘 때보다 한 접시에 골고루 모아 담을 때에 스스로 더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꽃밥 먹자 86. 2014.8.19. 밥 먹자



  아이들은 어버이가 차린 밥을 먹는다. 어버이가 맛나게 차리면 아이들도 맛나게 먹고, 어버이가 얼렁뚱땅 차리면 아이들도 얼렁뚱땅 먹는다. 배고픈 아이들은 언제나 어버이 손을 기다린다. 어버이가 무엇을 차려서 줄까 하고 바라면서 기다린다. 아이들은 아직 스스로 밥을 짓지 못하니, 어버이가 차리는 밥에 몸을 맞춘다. 어버이란 어떤 사람일까. 아이들한테 밥을 주는 어버이는 어떤 넋으로 밥을 지어야 할까. 단출하게 밥상을 차리면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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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85. 2014.8.12. 고운 빛 굽기



  아침을 어떻게 차리면 모두 맛있게 먹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것저것 구워 보기로 한다. 호박과 당근을 굽는다. 버섯과 햄을 굽는다. 네 가지를 골고루 찬찬히 굽는다. 알맞게 구운 뒤 꽃접시에 담는다. 네 가지는 서로 빛깔이 다르다. 다 다른 빛깔이 한 접시에서 곱게 어우러지는구나 싶다. 마당에서 풀을 뜯고 무를 썬다. 된장과 간장과 후추소금을 놓는다. 자, 아이들아 우리 맛있게 밥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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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84. 2014.7.28. 고양이 인형도



  밥상을 다 차려서 아이들을 부르는데 좀처럼 안 온다. 노느라 바쁘구나. 무얼 하느라 노는데 밥 생각을 잊을까. 여러 차례 부르니 비로소 밥을 먹겠다고 오는데 손에 무언가 들었다. 두 아이는 파란 걸상에 고양이 인형을 놓고, 인형한테 파란 천을 씌운 뒤, 고양이 인형 코에 작은 나무작대기를 댄다. “고양아, 너도 밥 먹어야지?” 하는 큰아이 말을 듣건대, 고양이 인형한테도 무엇인가 먹이려는 몸짓인가. 나무작대기는 젓가락이나 빨대 구실일까? 소꿉놀이는 밥상맡에까지 이어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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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83. 2014.7.31. 함께 앉기



  곁님, 그러니까 아이들 어머니가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배움길에 나선 지 보름쯤 되었구나. 앞으로 보름 또는 스무 날쯤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올 텐데, 곁님이 집에 있더라도 늘 밥을 내가 다 차려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했지만, 곁님이 집에 있지 않기만 하더라도, 내가 할 일은 몇 곱이 된다. 참말 그렇다. 아무리 아픈 사람이라 하더라도 집에 있어 주기만 할 때에 엄청나게 힘이 된다. 아이들도 그렇다. 아이들한테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으면 되지,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모와 큰아버지이면 될 뿐,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밥을 차려서 아이들과 밥상에 함께 앉아 먹으면서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그저 어머니나 아버지가 나란히 앉아서 밥맛을 누리기를 바랄 뿐이지 싶다. 대단한 밥을 바라지 않는다. 함께 웃으면서 수저를 들면 즐겁다. 밥이란 언제나 사랑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똥을 누며 몸을 움직이는 까닭은 날마다 새롭게 사랑을 깨닫고 누리면서 아름다운 빛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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