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02. 2014.10.13. 칼질 하고 싶어



  낮에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면내마실을 다녀온다. 우체국에 들른 뒤 빵집에 가서 빵 몇 조각을 장만한다. 일곱 살 살림순이는 손수 칼질을 하고 싶다. “내가 자를래.” 하면서 칼을 손에 쥔다. 살강에 손이 안 닿으니 작은걸상을 받치고 올라서서 작은 칼을 집고, 밥상맡에 앉아서 토막토막 자른다. 살림순이가 부엌일을 거들 날이 머지않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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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1. 2014.10.13. 단출하게 짭짭



  단출하게 먹자. 밥도 국도 찬도 모두 단출하게 먹자. 오늘 아침도 우리 몸에 들어오는 맛있는 밥으로 씩씩하게 새 기운을 내자. 즐겁게 숟가락을 들고, 기쁘게 냠냠 씹으면서, 도란도란 밥상머리 놀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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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00. 2014.10.10. 만두 말고 부침개



  곁님이 손만두를 먹고 싶다 말한다. 뱃속에 셋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손만두를 노래한 지 꽤 되었는데, 아직 집에서 손만두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이래서야 우리 아이들이 ‘만두는 처음부터 집에서 빚어서 먹는 밥’인 줄 모르겠구나 싶다. 머릿속으로 가만히 헤아린다. 우리 집에 만두 빚을 때에 쓸 여러 가지가 얼마나 되는가 돌아본 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면소재지 가게에 다녀온다. 이튿날 아침, 만두를 빚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만두속을 먼저 만든다. 밥을 끓이고, 미리 불린 미역을 살살 볶은 뒤 끓이면서, 콩나물을 삶은 뒤 이 뜨거운 물에 당면과 고기를 살짝 익힌다. 미역국이 살살 끓을 무렵 버섯과 두부를 넣어 살짝 익혀 둔다. 당근을 잘게 썬다. 고구마도 잘게 썬다. 깻잎과 시금치를 잘게 썬다. 간장으로만 간을 내자 하면서 달걀을 다섯 알 푼다. 콩나물과 당면과 고기를 먼저 가위로 잘게 자른 뒤 당근과 고구마와 깻잎과 시금치 잘게 썬 것을 달걀을 풀어서 섞는다. 조금 섞은 뒤 버섯을 또 잘게 썰어서 섞고, 익힌 두부를 으깨어 함께 마저 섞는다. 자, 이제 만두껍질을 반죽해야겠네. 그런데, 두 아이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어떻게 할까. 아이들한테는 밥과 국만 먼저 주고 만두는 나중에 마무리해서 줄까. 10초 남짓 망설인다. 이러다가 밀반죽을 해서 만두껍질 만들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다음에는 낮에 만두속을 미리 만든 뒤, 저녁에 밀반죽을 해서, 잠자리에 들기 앞서 만두를 빚고, 이튿날 아침에 먹는 얼거리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만두속으로는 무엇을 하지? 불판을 달군 뒤 기름을 두른다. 조금씩 덩이를 덜어서 부친다. ‘만두속부침’이라고 할까. 접시에 수북하게 담길 만큼 부친다. ‘만두속부침’을 하는 냄새가 퍼지니, 칭얼거리던 두 아이가 조용하다. 자꾸 부엌을 드나들면서 군침을 삼키는 티가 난다. 만두속부침을 밥상 한복판에 놓고는, 오이를 썰어 접시에 담고, 양배추를 잘게 썰어 접시에 담으며, 깻잎과 시금치를 알맞게 썰어 다른 접시에 담는다. 두부 반 모는 뜨거운 미역국에 넣어 따뜻하게 한 뒤 접시에 담는다. 자, 오늘은 이대로 맛있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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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0-12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손만두 좋아하는데..흑흑,
어렸을 때, 엄마가 데친 배추 잘게 썰어 만들어주신 만두도
부추 많이 넣은, 담백한 부추만두도 먹고 싶네요.
저도 일간, 만두 한번 만들어야겠어요~
나중에 손만두 사진도, 꽃밥상도~ 보여주세욤~*^^*

숲노래 2014-10-12 12:32   좋아요 0 | URL
다음에 제대로 잘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물려받을 맛을
차근차근 가다듬어야지요~ 고맙습니다 ^^
 

꽃밥 먹자 99. 2014.10.1. 누나가 잼을 바를 때



  아침에 누나가 네모빵에 잼을 발라서 준다. 작은아이더러 “누나가 보라 잘 먹으라고 발라 주네. 누나가 발라 주는 동안 노래를 불러 주라.” 하고 말하니, 입을 크게 벌리고 큰 목소리로 노래 한 가락 뽑는다. 누나가 “자, 다 됐어.” 하고 건네는데, 아직 노래가 끝나지 않았다며 마저 노래를 부른 뒤에 먹는다. 어떤 일을 할 적에, 이를테면 밥을 짓는다거나 빨래를 할 적에, 옆에서 누가 노래를 불러 주면 무척 즐거우며 가벼운 마음이 되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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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8. 2014.10.1. 큰아버지 컵빵



  인천에서 사는 큰아버지가 컵빵을 구워서 보내 주었다. 네 사람이 하나씩 먹을 수 있도록 꾸려 주었다. 저마다 하나씩 손에 쥐고 천천히 야금야금 베어서 먹는다. 먼길을 잘 날아왔다. 밥돌이가 큰아버지 컵빵을 한손에 들고 아주 기뻐하는 낯빛을 보여준다. 다 먹고 나서 저녁에 인천으로 전화를 건다. 아이들이 인천으로 큰아버지네에 놀러 가자고 말한다. 그래, 인천에 다녀오려면 찻삯을 모아야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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