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122. 2014.11.17. 감풀 밥상



  풀을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집에 잔뜩 있는 감을 쓰자고 생각한다. 그래, 감이 있구나. 감을 길쭉하게 썬다. 동글배추도 길쭉하게 썬다. 마당에서 갓을 뜯어 길쭉하게 썬다. 세 가지를 함께 섞는다. 네모난 접시에 감풀을 올린다. 이제부터 한동안 우리 집은 감풀잔치 밥상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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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21. 2014.11.10. 가을풀 살짝



  우리 집 ‘가을벌레’가 추위를 앞두고 가을풀을 아주 신나게 갉아먹는다. 가을벌레랑 우리 식구랑 ‘누가 먼저 가을풀을 먹느냐’를 놓고 다툰다. 누가 이길까? 이기고 지는 다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가을벌레가 먹을 가을풀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른 풀을 먹어도 되지만, 가을벌레는 가을풀 말고 무엇을 먹겠나. 아쉬움을 접고 가을풀 하나 톡 뜯어서 큰아이 밥그릇에 올리는데, 어라 깨알보다 작은 푸른 진딧물 하나가 볼볼 긴다. 큰아이더러 진딧물까지 먹으라 할 수 있지만, 진딧물은 마당에 후 불어서 날린 다음 다시 꽂는다. 큰아이는 “아버지, 이거 봐, 풀나무야, 풀나무.” 하면서 웃고는 냠냠 짭짭 맛나게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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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20. 2014.11.7. 국돌이



  아이들은 그때그때 몸에서 바라는 대로 밥을 먹지 싶다. 가만히 지켜보니 그렇다. 어느 날은 밥을 잘 먹어 두 그릇을 비우고, 어느 날은 국을 잘 먹어 세 그릇씩 비운다. 몸에서 당기는 대로 먹을 테지. 몸에서 부르는 대로 수저를 놀릴 테지. 밥상맡에서 아이들 수저질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고 보면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밥을 함께 먹기보다는 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시고는 했는데, 그무렵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셨을까요. 요즈음 나는 아이들과 밥을 함께 안 먹고 아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그저 지켜본다. 나날이 내 밥그릇이 줄어든다. 나는 차츰 적게 먹고, 아이들은 차츰 많이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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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19. 2014.11.5. 따끈 달걀



  달걀을 삶으면 조금만 뜨거워도 손을 못 대기에 제법 식은 뒤에 내주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뜨겁다고 노래를 한다. 아이들 손은 말랑말랑하다. 토실토실 말랑말랑한 손으로는 미지근하게 식힌 달걀조차 살짝 뜨겁거나 따스하다고 느낄 만하리라 본다. 손바닥뿐 아니라 손가락마디에도 굳은살이 밴 나는 뜨겁다는 생각을 안 하기에 달걀을 다 까서 줄 수 있지만, ‘달걀 까는 재미’는 아이들한테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뜨거워도 다 까서 주면 몹시 서운해 한다. 손을 놀리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기를 바라는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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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118. 2014.11.4.ㄴ 저녁에 톳국



  늦가을로 접어든다. 올들어 첫 톳국을 끓인다. 지난해 가을과 겨울에 먹은 뒤 거의 한 해 만이지 싶은데,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잘 먹는다. 큰아이는 국을 한 그릇 더 먹는다. 그런데 이튿날부터 영 톳국을 안 건드린다. 처음 하루만 두 그릇을 먹고 벌써 질렸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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