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97. 2014.9.24. 밥상놀이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논다. 잠자리에서도 놀고, 시외버스나 기차에서도 놀며, 걷는 동안에도 논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놀고, 놀면서도 새로 논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밥을 먹을 적에도 놀밖에 없다. 내 어릴 적을 돌아본다. 아버지하고 함께 밥상맡에 앉으면 밥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꼼짝을 못 한다. 어른과 밥을 먹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딘가를 가면 괘씸한 짓으로 여긴다. 밥을 먹는 자리가 참으로 힘들었다. 중국에서 엉터리로 들여온 엉터리 권력문화 때문에라도 가시내와 아이는 밥자리가 느긋하지 못하다. 우리 집 아이들이라고 다를 일이 없다. 하루 내내 쉬잖고 뛰노는 놀이순이요 놀이돌이인 터라, 밥을 한 술 뜨고는 뭔가 새로운 놀이가 없을까 하면서 엉덩이를 들썩인다. 밥을 다 먹고 놀라 말해도 아이들은 안 듣는다. 들을 일이 없겠지. 참말 그렇다.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한들 달라질 수 없다. 아니, 굳이 달라지게 할 까닭이 없겠구나 싶다. 아이들과 함께 산 지 일곱 해 만에 깨닫는다고 할까. 놀고 싶으면 놀렴. 아주 배가 고플 때까지 밥을 안 차리다가, 그야말로 아이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무렵 밥을 차린다. 그래도 아이들은 몇 술을 떠서 배고픔을 가시면 슬슬 엉덩이를 들썩인다. 큰아이는 일곱 살이 무르익으니 밥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스스로 ‘놀이를 참는’다. 아주 대견하다. 그러나, 동생이 마루를 가로지르며 뛰놀면 큰아이도 ‘더 참지 않’고 살그마니 엉덩이를 들썩인다. 둘 다 아이이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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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6. 2014.9.17. 아이들 밥버릇과 고기



  모처럼 고기를 밥상에 올린다. 고기를 밥상에 차릴 때면 늘 큰아이 어릴 적 밥버릇이 떠오른다. 우리 집은 고기를 딱히 안 먹지는 않으나 굳이 챙겨서 먹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큰아이는 어릴 때에 고기맛을 거의 본 일이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찾아갈 때면 으레 고기가 나온 밥상을 구경하는데, 큰아이는 고기에는 도무지 손을 대지 않았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수 입에 넣어 주려 하면 싫어하고, 밥그릇에 얹으면 못마땅했다. 큰아이는 네 살로 접어들 무렵부터 천천히 고기를 조금 맛보았고, 이제는 그럭저럭 먹는다. 곰곰이 돌아본다. 사람이 살아온 나날을 곰곰이 돌아온다. 사람들이 고기를 즐겨먹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돌아본다. 사람은 고기를 얼마나 자주 먹었을까? 아예 안 먹지는 않고, 아주 드물게 먹지 않았으랴 싶다.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은 풀과 열매를 먹었으리라 느낀다. 몽골이나 알래스카 같은 데에서는 고기를 늘 먹을밖에 없었겠지만, 여느 삶터에서는 참말 풀과 열매가 몸을 살찌우는 밥이었으리라 느낀다. 어쨌든, 밥상으로 차렸을 때에는 즐겁게 먹으면 된다. 아이들아, 우리 맛나게 먹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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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5. 2014.9.18. 샛밥으로 무화과 2



  샛밥으로 무화과를 먹으려고 여러 알 딴다. 너무 익다 못해 녹아서 개미가 많이 달라붙은 무화과알은 나무 둘레에 내려놓는다. 요즈음은 무화과를 따기 쉽게 한다면서 땅바닥에 바싹 나무를 쇠줄로 꽁꽁 얽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무화과를 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굳이 가지치기를 남김없이 해야 무화과가 더 잘 열리지도 않는다. 동그란 접시에 담은 무화과는 거짓말 아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 아이들은 무화과를 맛본 첫날부터 무화과를 보면 아주 재빠르게 달라붙어서 감쪽같이 없앤다. 우리 집 무화과나무가 아주 잘 커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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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4. 2014.9.14. 숟가락 예쁘게



  누나가 수저를 놓았는데 가지런히 안 놓았다고 동생 산들보라가 투정을 한다. “내 숟가락 예쁘게 놔야지!” 하면서 수저부터 바르게 놓는다. 이렇게 놓은 뒤 비로소 숟가락이랑 젓가락을 쥐고 밥을 뜬다. 두 아이가 풀을 잘 집어먹기를 바라면서 큰 그릇에 풀이랑 밥이랑 달걀을 함께 얹어서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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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93. 2014.9.14. 샛밥으로 무화과



  샛밥으로 무화과를 먹는다. 접시에 송송 썰어서 얹는다. 접시에 얹기 무섭게 아이들이 덥석덥석 집는다. 기다리지 않는다. 남기지 않는다. 어머니 몫을 따로 덜면, 어머니 몫은 안 건드린다. 저희 접시에 둔 무화과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한손씩 집으면서 아주 빠르게 사라진다. 이듬해에는 우리 집 무화과나무가 우거져서 무화과알을 잔뜩 맺어서 넉넉히 먹을 수 있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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