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말을 걸다 (사진책도서관 2016.7.1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6월 10일에 인천 송도에 가서 ‘책 피어라’라는 책잔치(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그때 나눈 이야기를 간추려서 《도서관, 말을 걸다》라는 잡지에서 다루었습니다. 이 잡지는 인천도서관발전진흥원에서 냅니다. 인천시 공공도서관을 돕는 단체라 할 텐데, 인천뿐 아니라 다른 고장에도 이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개인도서관도 마을에서 즐겁게 책숨을 나누도록 북돋우면 더욱 좋을 테고요. 지난달에 고흥에서 인천까지 먼길을 다녀왔는데, 문득 돌아보니 전남이나 고흥에서는 아직 이런 자리에 가 보지 못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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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모그 (사진책도서관 2016.7.1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주디스 커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쓴 책 하나를 놓고 느낌글을 쓰다가 문득 궁금해서 구글로 찾아보았지요.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시는가 하고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튼튼히 지내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다가,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라는 그림책을 어떻게 쓸 수 있었나 하는 이야기를 읽다가, 또 한국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이분 삶 이야기를 읽는데, 뒤에서 큰아이가 셈틀 화면을 바라봅니다. “어! 저 그림책 알아. 나도 읽었어.” “그래, 재미난 그림책이지? 저 그림책을 그린 분이 이 할머니야.” 독일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나치 때문에 온 집안이 죽음수렁에 휩쓸릴까 걱정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린 주디스 커를 데리고 가까스로 독일을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주디스 커 아버지는 나치 독일이 ‘불사른 책’을 쓴 숱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는군요. 어린 주디스 커는 왜 고향을 떠나야 하는지 모르는 채, 게다가 아버지랑 어머니하고도 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나치 독일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나중에 커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새삼스레 안 뒤에 다시금 《고양이 모그》나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라는 그림책을 살핍니다. 도서관 어느 짬에 꽂았나 하고 둘러본 뒤에 두 권 모두 쉽게 찾습니다. 눈에 잘 뜨이는 자리에 다시 꽂습니다. 아픔이나 슬픔을 그저 아픔이나 슬픔으로 두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와 기쁨으로 살려낸 할머니 손길을 가만히 떠올립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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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는 책 (사진책도서관 2016.7.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우리 아이들을 사로잡는 한 가지를 들라면 언제나 첫손으로 놀이를 꼽을 만합니다. 맨손으로 달리기를 해도 놀이요, 책을 쥐고 펼쳐도 놀이입니다. 젓가락을 쥐어도 놀이에다가, 잠자리에 누워도 놀이예요. 서재도서관에 놓은 커다란 상자에 드나드는 놀이를 한여름에도 즐깁니다. 실컷 놀다가 문득 그림책을 펼칩니다. 그림책을 펼치다가 어느새 바깥으로 뛰쳐나가서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올챙이를 들여다봅니다. 올챙이를 본 아이들은 외칩니다. “아버지! 여기 와 봐! 올챙이 아주 많아!” 무엇이든 놀이로 받아들이고, 언제나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놀이처럼 즐기고, 늘 놀이하듯이 살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놀이가 있기에 삶을 가슴에 품는 슬기롭고 당찬 아이로 자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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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풀 (사진책도서관 2016.7.1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어귀에 돋은 풀 하나가 도깨비바늘처럼 보여서 이 녀석은 뽑아야지 하고 여기면서 손을 뻗어 줄기를 쥐다가 움찔합니다. 줄기에 가시가 있군요. 가시에 찔려 따가운 손을 떼며 다시 들여다봅니다. 어, 딸기풀이네. 들딸기를 훑은 뒤에 이곳에 씨앗을 던진 적이 있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이들이 도서관 둘레에서 들딸기를 훑다가 어쩌면 이 자리에 떨어뜨렸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도서관 어귀에 올라오는 딸기풀을 물끄러미 지켜봅니다. “아버지 뭐 해? 왜 뽑다 말아?” “응, 얘는 딸기풀이거든. 딸기가 이쪽에서 올라오네.”


  고흥교육청에서 전화가 옵니다. 가을부터 이듬해까지 새로운 계약을 하러 8월 2일에 고흥교육청으로 오라고 연락합니다. 다만 1년 임대만 하기로 하고, 1년 임대가 끝날 무렵에는 고흥교육청에서 매각을 하겠노라 하고 이야기합니다. 1년 임대가 끝날 즈음에는 이곳에 둔 책하고 책꽂이를 모두 빼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전화를 끊고서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2017년 가을을 앞두기까지 이곳(폐교, 옛 흥양초등학교)을 사들일 만한 돈을 모으지 못한다면 이 도서관을 치워야 한다는 말을 들은 셈이고, 이곳에서 도서관을 치워야 한다면 굳이 고흥에서 더 살 까닭이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마을까지도 상·하수도 공사를 한다면서 시끌벅적합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우리 마을이요, 구정물에 쓰레기가 될 만한 화학세제나 화학약품을 안 쓰는 우리 살림집입니다. 그렇지만, 시골마을에까지 댐에서 끌어들이는 수도물을 써야 한다 하고, 시멘트와 파이프로 하수도를 파묻어야 한다 합니다. 앞으로 한 해 뒤에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야 즐거우면서 아름다운가 하는 대목을 더 깊이 생각해야겠다고 느낍니다. 숲집과 숲배움터와 숲도서관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를 다시금 새롭게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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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쇄 (사진책도서관 2016.7.1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새벽부터 바쁜 하루입니다. 새벽에는 마을 청소를 함께 했지요. 마을 청소를 하러 가기 앞서 언제나처럼 일찌감치 쌀을 씻어서 불리면서 아침을 헤아렸고요. 낮에는 마을 할매와 할배 모두 면소재지로 가서 낮밥을 자셨고, 이 자리에 두 아이를 데리고 함께 다녀왔습니다. 면소재지로 갈 적에는 밥집 자동차를 함께 탔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한 시간 남짓 천천히 거닐면서 여름볕하고 여름바람을 누렸어요. 이튿날은 비가 온다는데 구름이 곱고 하늘도 고우며 바람도 고운 오늘은 빨래가 아주 잘 마릅니다. 빨래터에서 실컷 놀면서 옷을 흠뻑 적신 아이들은 오늘 처음으로 ‘스스로 벗은 옷을 스스로 물을 짜서 스스로 말리는 몸짓’까지 보여줍니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들 아귀힘은 아직 여려서 물을 덜 짰기에 내가 마저 짜서 널었는데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새롭게 자라는 어른이 되자는 생각을 키웁니다.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책꾸러미를 보내 줍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여니, 새로 찍은 도서목록이 보이고, 이 도서목록에 새로 나온 내 책도 겉그림이 이쁘장하게 깃듭니다. 1쇄를 2016년 6월 21일에 찍었고 2쇄를 2016년 7월 12일에 찍었군요. 스무 날 만에 2쇄라니, 요즘 잘 팔리는 다른 책하고 대면 아무것이 아니라 할 테지만 이 흐름을 살려서 곧 3쇄를 찍을 수 있을까 하고 꿈꾸어 봅니다. 3쇄뿐 아니라 4쇄도 10쇄도 20쇄도 신나게 나아가면서 이 조촐한 한국말사전에 깃든 숨결을 온누리 이웃님들이 마음껏 맞아들일 수 있기를 새삼스레 꿈꿉니다.


  종이와 잉크 냄새가 풀풀 나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쇄를 들고 옥수수밭에 서서 빙글빙글 춤을 춥니다. 직박구리 두 마리가 우리 집 마당에 선 후박나무 가지를 오르내리면서 후박알을 맛나게 훑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열매를 훑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니 1초쯤 빤히 나를 보다가 놀랐는지 후다닥 날갯짓을 하며 우듬지 쪽으로 뛰어오르며 숨습니다.


  저녁에는 큰아이가 거들어 주어 엽서꾸러미를 엮습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찍을 적에 남는 종이로 여덟 장짜리 엽서를 만드는데, 이 엽서를 한 장씩 그러모아서 선물꾸러미로 삼습니다. 강의나 행사에 가면 백 꾸러미이든 이백 꾸러미이든 그자리에서 사라지니, 여느 때에 큰아이하고 바지런히 꾸러미를 엮어 놓아야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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