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누리는 책이란 (사진책도서관 2015.9.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나는 신문을 읽지 않는다. 신문을 읽어서 내 삶이나 넋이나 말에 이바지를 하는 일이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만 신문종이는 모은다. 신문종이를 옷장이나 책장에 놓으면 좀이 덜 슬거나 안 슨다. 신문종이에서 배어나오는 여러 냄새를 벌레가 매우 싫어하니까. 그리고, 시골에서는 불쏘시개라든지 여러 곳에 신문종이를 쓴다.


  신문을 읽지 않는 까닭이라고 한다면, 신문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나 경제나 스포츠나 연예인이나 주식 이야기만 가득한데다가 온통 광고투성이인 신문을 왜 아이들한테 물려주겠는가? 이런 신문을 아이들한테 물려준들 무엇이 도움이 될까?


  신문이 사람들한테 이바지를 할 만하다면, 신문에 실리는 모든 글은 해마다 알뜰히 그러모아서 새로운 책으로 엮으리라 본다. 그러나, 신문에 실리는 글 가운데 책으로 엮는 글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목숨줄조차 아주 짧다.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 가운데 그 글을 나중에 차곡차곡 모아서 책으로 엮겠노라 하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아주 적으리라 본다. 어쩌면 아예 없을는지 모른다.


  함께 누릴 만한 책이란 두고두고 물려줄 만한 책이다. 아이하고 함께 읽거나 누릴 책이란 내가 우리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 책일 뿐 아니라, 우리 아이가 나한테서 물려받은 뒤에 먼 뒷날에 저희 아이한테도 물려줄 만한 책이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신문이 신문다우려면,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실어서 사람들한테 새로운 생각을 북돋울 수 있어야 한다. 하루만 지나면 쓰레기가 되는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하루 동안 새로운 숨결이 흐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담아야 비로소 신문이다. 이 같은 신문이 한국에 있는가?


  어떤 책이든 스무 해 뒤에 다시 읽을 만할 때에 비로소 ‘책’이라고 느낀다. 고작 스무 해 목숨줄조차 잇지 못한다면 ‘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느낀다. 스무 해마다 새로운 숨결이 흘러서 환하게 빛날 만한 이야기를 담아야 참말 ‘책’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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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정 핑크 (사진책도서관 2015.9.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순이인 큰아이는 새로운 만화책을 읽고 싶다. 그렇지만 큰아이한테 보여줄 만한 마땅한 만화책은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때에 큰아이한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만화책이라면 우리가 손수 그려서 빚는 만화책이다. 다른 분들이 빚은 아름다운 만화책을 기다리기 앞서 우리가 천천히 새롭게 이야기를 짜서 그릴 수 있다. 굳이 다른 만화책을 바라야 하겠는가. 큰아이가 곧잘 스스로 만화책을 지어내듯이, 큰아이하고 함께 만화책을 그리자고 얘기할 만하다. 이리하여 큰아이하고 어떤 만화를 그리면 재미있고 즐거울까 하고 생각을 기울이기로 한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만화책을 휘 둘러본다. 이 만화도 저 만화도 꼭 걸리는 곳이 있다. 《피아노의 숲》을 보여주고 싶으나 아직 안 된다. 이 만화책에는 앞자락 권수에서 ‘창녀 어머니’라는 대목이 너무 자주 나오고, 아이들이 아주 거친 말을 주고받으면서 주먹으로 치고받는 이야기도 너무 자주 나온다. 만화 독자를 헤아려서 이런 ‘요소’를 넣었을 테지만, 아무래도 좀 지나치다. 《노다메 칸타빌레》 같은 만화책도 ‘피아노 연주’보다는 엉뚱한 ‘연애질(?)’에 지나치게 기울어진다. 한국 만화는 너무 어두컴컴하거나 또 너무 연애질에 기울어지거나 하면서 따분하다. 《젤리 장수 다로》는 이럭저럭 괜찮지만, 또 죽이고 죽는 대목이 너무 쉽게 튀어나온다.


  이런저런 대목을 따지면 《우주소년 아톰》도 늘 싸우고 죽이고 괴롭히고 치고받는다. 그런데, 《우주소년 아톰》하고 다른 만화는 참으로 ‘다르다’고 느낀다. 서로 무엇이 다를까? 서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만화일까? ‘재미’와 ‘장치’와 ‘요소’를 뛰어넘어서, ‘이야기’를 빚어서 들려주려고 하는 얼거리를 더 헤아리면서, 재미도 장치도 요소도 굳이 끌어들이지 않고 이야기를 빛내는 만화를 그릴 수 없는가. 그리고 거의 모든 어린이 만화와 청소년 만화가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만화가 ‘학교 다니는 아이들 언저리’에서 이야기가 흐른다. 학교라는 ‘요소’와 ‘소재’에서 홀가분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독자라 하더라도 ‘학교 아닌 곳’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로알드 달 어린이문학은 굳이 ‘학교’에서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만화로 빚을 만한 한국 작가는 있을까?


  이래저래 한숨만 나와서 《요정 핑크》를 보라고 큰아이한테 건넨다. 하루에 한 권씩. 거의 이모 나이만 한 만화책인 《요정 핑크》이다.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몹시 아끼면서 보던 만화책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적에 《요정 핑크》 같은 만화책을 모으면서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물려주고 싶은 만화책’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만 한 작품은 몹시 드물지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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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고가 난 9월 2일 이야기를 이제서야 차분히 돌아보면서 적는다.

9월 2일 도서관일기를 오늘에서야 겨우 쓴다.

9월 17일 11시 50분에 라디오 방송이 나왔는데

내 목소리를 차마 내가 듣기는 어렵다.

방송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글을 쓰는 나는

내 글이 실린 책을 들여다보는 일이 처음에 무척 낯설고 힘들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지만, 아니, 그래도 내 책을 내가 읽을 적에

두근두근 설레지만,

내 목소리를 다른 곳에 녹음된 소리로 듣는 일은

아주 낯설고 아득하다.


..


 라디오방송 취재 (사진책도서관 2015.9.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구월 이일은 우리 아버지가 태어난 날이다. 우리 어머니가 태어난 날은 음력으로 한가위 다음주이다. 마흔 해 남짓 살며 아버지와 어머니 생일을 알뜰히 챙긴 일은 드물지만, 두 아이와 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생일을 챙기고 싶어서 아이들을 이끌고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찾아가곤 한다. 올해에도 구월 이일을 맞이해서 고흥에서 음성으로 마실을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취재를 왔다. 텔레비전 아닌 라디오 방송이기에 취재가 오래 가지 않으리라 여겼고, 낮 열두 시가 되기 앞서 일을 마쳤다. 이제 우체국을 바삐 다녀오면 밤 늦게라도 음성에 닿도록 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방송국 일꾼이 돌아가고 나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려고 아이들이랑 자전거를 달린다. 그런데 마을 어귀 논둑길에서 덩어리가 진 물이끼를 밟고 그만 미끄러졌다. 아주 크게 엎어졌다. 아이들은 하나도 안 다쳤지만 내가 크게 다쳤다. 논둑에 엎어지고 한동안 일어설 수 없었고, 살았나 죽었나 하고 가늠해 보니 살았기에 숨을 몰아쉬면서 겨우 일어서는데 오른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갔다. 피가 줄줄 흐른다는 얘기는 뒤에서 작은아이가 알려주었다. 일어설 힘이 안 되어 도로 주저앉은 뒤에 큰아이더러 흙탕이 된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가면서 수건을 챙기고 어머니를 불러 달라고 얘기한다.


  한동안 논둑에 주저앉아서 숨을 그러모은 뒤에 새로 기운을 내어 일어선다. 마을 어귀 샘터로 절뚝절뚝 걸어가서 무릎에 박힌 시멘트 조각하고 모래를 물로 씻어낸다. 이렇게 한 뒤 곁님이 소독을 해 주고 약을 발라 준다. 자전거하고 우체국을 어찌하나 생각하다가 면소재지 약국에 들러서 약을 사 와야겠다 싶어 어떻게든 자전거를 달렸다. 그러나 면소재지 의원에도 약국에도 약이 제대로 없다. 갑갑한 노릇이다. 곁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읍내마실을 하면서 약을 사 왔기에 소독을 하고 생채기를 다스릴 수 있었다.


  저녁 늦게 음성으로 전화를 걸어 자전거 사고가 난 일을 말씀드린다. 다리가 다쳐 걷지 못하기에 찾아뵙지 못한다고 여쭌다. 이날 마침 출판사에서 교정지를 보내 왔다. 그러나 교정지를 볼 기운이 없다. 어지럽고 아프고 힘들어서 교정지조차 들여다보지 못하고 앓아눕는다.


  밤새 끙끙거리다가 하루 일을 조용히 돌아본다. 방송 취재를 안 받고 그냥 음성으로 갔다면? 여태 방송 취재를 몽땅 손사래쳤는데 이날은 왜 방송 취재를 받아들였을까? 텔레비전이 아닌 라디오라서 괜찮겠지 하고 여기면서 방송을 받아들였는데, 아무래도 바보스러운 생각이었을까? 우체국은 굳이 오늘 안 가고 다음에 가면 어떠했을까? 도서관 소식지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은 핑계가 아니었을까? 요즈음 이곳저곳에서 막바지 농약치기로 어지러운데, 자전거를 몰지 말고 군내버스 타고 읍내로 가서 읍내 우체국에 들러서 소식지를 보낸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음성으로 가려고 했다면 다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다쳤고,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제 할 일은 얼른 낫는 일 하나이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방송국 아저씨가 마이크를 주면서 한 마디 해 보라고 할 적에 아무 말을 못 했다. 그러나 취재가 끝나고 방송국 아저씨하고 마을 어귀 평상에서 함께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풀벌레 노랫소리가 가득한 하루이다. 아무리 농약바람이 불어도 풀벌레는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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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ni.imbc.com/v2/index.html?page=http://www.imbc.com/broad/radio/fm/humanradio/v2/js/jarvis.pagedata.js&channel=0&service=podcast&program=1002788100000100000&src=http://www.imbc.com/broad/radio/fm/humanradio/index.html&ref=http://mini.imbc.com/v2/index.html?src=http://mini.imbc.com/&ref=http://www.imbc.com/broad/radio/#http://www.imbc.com/broad/radio/fm/humanradio/v2/js/jarvis.pagedata.js?pid=249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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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5-09-2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요. 많이 다치셨나봐요.
얼른 쾌차하셔서 좋은숲노래 들려주셔야죠.
힘내세요!!!

숲노래 2015-09-22 09:56   좋아요 0 | URL
어느새 스무 날이 되었고
이제 이럭저럭 걷기는 하지만
걸을 때마다 송곳이 무릎을 쿡쿡 찌른답니다 ^^

아이들 앞에서 아픈 척을 안 하고 싶지만
자리에 누울 적마다 앓는 소리가 나오고
아무튼...
이렇게 앓는 소리를 자꾸 글로 쓰네요.

아픔을 견디고 이기려 하면서
이렇게 글로 흘러나오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
 


 큰 나무와 배움길 (사진책도서관 2015.9.1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곁님은 다시 배움길에 나선다. 도서관 연간 임대료는 고향 동무한테서 돈을 빌리기도 했고, 도서관 지킴이 이웃님이 도와주시기도 해서 잘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곁님이 배움길에 나서면서 드는 배움삯은 아직 댈 길이 없어서 빚을 진다. 살림돈이 없으면서도 어떻게 빚을 지면서 곁님을 배움길에 보낼 수 있느냐 하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래, 맞는 말이다. 먹고살기도 팍팍하면서 어째 빚을 져서 ‘아이 어머니가 배움길에 가도록 하느냐’ 하고 물을 만하다.


  나는 생각한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도록 온힘을 쏟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곁님도 아이들도 나도 모두 같다. 배우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홀가분하게 배움길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아주 마땅히 빚을 지든 돈을 빌리든 해서 배움삯을 치를 테지. 이는 곁님이라고 해서 달라질 수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 어머니’라고 하는 ‘아줌마’가 뒤늦게 배움길에 나서는 일을 그리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다. 참으로 그렇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아이한테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만 여기기 일쑤이다. 그러면 아이 아버지는 무엇을 하지? 아이 아버지는 돈만 벌어다 놓으면 될까?


  아버지가 배우면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피고, 어머니가 배우면 아버지가 아이를 돌보면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기쁘게 배움길을 마치고 돌아오면 한결 무르익고 철이 든 숨결로 아이들한테 너른 사랑을 베풀 테니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어버이 스스로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서 아이를 가르치거나 보살필 수 없다. 어버이 스스로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몸짓일 때에 비로소 아이를 가르치거나 돌볼 만하다.


  아직 다리가 성하지 않으나 아주 천천히 걸어서 도서관에 간다. 숨을 가만히 그러모아 쉬면서 천천히 걷는다. 아이들은 신나게 앞장서서 달린다. 저 앞에서 “아버지가 아주 작아졌어!” 하고 외치더니 나한테 달려온다. 이러다가 다시 저 앞으로 달려간다. 200미터를 걷는 데에도 땀이 흐르고 오른무릎이 결리다. 머리가 핑핑 돌며 어지럽다. 도서관에 닿아서 한참 드러누워 다리를 쉰다. 아예 아무것도 안 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아니면 이렇게 날마다 조금씩 걷고 쉬기를 되풀이해야 다리가 얼른 나을는지 잘 모른다. 다만, 내 마음은 내 몸한테 다리가 결려서 이렇게 드러누워 쉬어 주어야 하더라도 ‘걷자! 걷고 또 걷자!’ 하고 외친다.


  무척 오랫동안 폐교 둘레에서 자란 큰 나무를 본다. 죽은 나무가 아니었으나 밑둥이 잘려서 구르는 나무를 본다. 장작을 패면 아주 많이 나오겠지. 아마 책상까지 짤 만하리라. 옛날에는 이보다 더 굵게 나무가 자라도록 해서 집을 짓는 기둥으로 삼았으리라.


  이 나무가 잘리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텐데, 잘린 나무는 잘린 대로 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새 나무를 심으면 된다. 우리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언제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이듯이, 나무도 새로 자라도록 가꾸면 되고, 우리 집이 비록 아직 많이 어설프더라도 앞으로 싱그러운 숲집이 되도록 보듬으면 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잘 달리고 뛰면서 웃고 노래하는 아이들이 그야말로 사랑스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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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2015년 9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


시골도서관 풀내음

― 구백 살 나무와 함께 살고자



  전남 고흥 읍내에는 머잖아 구백 살이 될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아이를 새로 낳고, 다시 한 번 아이를 낳을 무렵에는 천 살이 되겠구나 싶은 느티나무입니다. 이 나무한테는 천연기념물 같은 이름이 붙지 않습니다. 우람한 느티나무 둘레에서 이런저런 공사를 벌일 적마다 굵고 커다란 줄기는 아프게 잘립니다. 가게를 가린다든지 큰 짐차가 지나갈 때에 걸리적거린다고 여기지 싶습니다. 지난해부터 이 느티나무 바로 옆에 정자가 생기면서 대낮부터 나무 옆에서 술판이 벌어지기 일쑤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기 적부터 우람한 느티나무한테 찾아가서 나무를 안거나 타면서 놉니다. 읍내에 볼일이 있어 찾아갈 적에 으레 들러서 나무한테 인사합니다.


  나무가 있는 곳하고 나무가 없는 곳은 바람이 다릅니다. 나무가 있기에 한결 짙푸른 바람이 붑니다. 나무가 없기에 더욱 땡볕이 따가우면서 메마른 바람이 흐릅니다. 나무가 우거진 길에는 새와 풀벌레가 찾아들어 싱그러운 노래를 베풉니다. 나무가 없는 길에는 자동차가 일으키는 먼지바람만 가득하고 시끄럽습니다.


  정부희 님이 쓴 《곤충들의 수다》(상상의숲,2015)라는 책을 읽으니, “겨울이 오기 전 초가지붕의 볏짚을 갈았습니다. 썩은 볏짚을 걷어낼 때마다 헌 지붕 속에 있던 엄지손가락만 한 굼벵이가 지붕 아래로 뚝뚝 떨어졌지요. 그러면 어른들은 그 굼벵이를 집어들어 산 채로 입에 넣고 꿀꺽 삼키셨습니다. 볏짚만 먹고 자라 몸에 좋고 생고구마 맛이 난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261쪽)” 몹시 놀랐다고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린 날 굼벵이한테 놀란 어린 가시내는 딱정벌레와 풀벌레를 귀엽게 돌보면서 살피는 학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제 볏짚으로 지붕을 이는 시골집은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이제 시골에서는 볏짚이 굵고 길며 튼튼한 나락을 심지 않아요. 짜리몽땅한 볏짚만 나오는 나락을 심습니다. 새마을운동은 슬레트지붕을 올리게 했고, 요즈막에는 슬레트가 ‘석면’인 줄 알아차려서 군청에서 목돈을 들여 철거를 해 줍니다.


  지난날 시골사람 시골집은 언제나 정갈하면서 싱그러운 나무와 흙과 돌로 지었습니다. 지난날 시골집을 손질하거나 고치거나 뜯을 적에는, 이 집에서 나오는 나무와 흙과 돌을 얼마든지 되쓸 수 있었어요. 지붕을 잇던 낡거나 묵은 짚은 새로운 거름이 되어 새로운 흙으로 돌아갔어요. 이와 달리 오늘날 집은 시골이나 도시 모두 시멘트나 슬레트나 쇠붙이나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을 아주 많이 씁니다. 오늘날 집은 조금만 손질하거나 고치더라도 쓰레기가 나오고, 오늘날 집에서 나오는 시멘트나 석면은 되쓸 수 없는 끔찍한 말썽거리가 될 뿐입니다.


  “생명은 다 같은 것. 사람이나 벌레나 새나 개구리나 모두 살아 숨을 쉰다는 건 아름다운 것입니다(114쪽).” 같은 생각을 가슴속에 품으면서 산다면, 우리는 어떤 집을 지으면서 살까요? 앞으로 쓰레기가 될 말썽거리를 벽이나 지붕에 올리면서 살까요, 아니면 앞으로 새로운 흙이 될 숨결로 집을 감싸면서 살까요?


  냇물이 맑게 흐르니 냇물을 길어다가 마시고, 냇물에서 빨래를 할 수 있습니다. 냇물이 맑게 흐르니 다슬기와 가재와 미꾸라지가 살고, 다슬기와 가재와 미꾸라지가 사는 냇물 둘레에서 개똥벌레가 깨어나서 춤을 춥니다. 그런데 맑은 냇물은 흙하고 자갈로 바닥을 이룬 곳에서 흐릅니다. 시멘트로 바닥을 댄 자리에서는 맑은 물이 흐를 수 없습니다. 흙하고 자갈은 물살에 쓸려 바다로도 흘러가면서 바다를 기름지게 가꾸기도 하지요. 이리하여, 숲이 튼튼하고 아름다울 적에 바다도 튼튼하고 아름다우면서 깨끗하기에, 바다에 온갖 물고기가 많이 삽니다. 숲이 무너지거나 온통 시멘트투성이에 석면투성이라면, 바다까지 망가지면서 온갖 물고기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아요.


  오늘 나는 이곳에서 구백 살 가까운 나무와 이웃이 되어 지냅니다. 우리 아이들하고, 또 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은 앞으로 천 살 가까운 나무와 이웃이 되어 지내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고 거듭 태어날 무렵에는 천 살을 웃돌고 이천 살로 나아갈 나무하고 이웃이 되어 지내기를 꿈꿉니다.


  제비는 아무 곳으로나 돌아오지 않습니다. 먹이가 넉넉하고 숲과 들이 아름다우며 사람들이 따스한 마음으로 어우러지는 마을로 돌아옵니다. 아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놀지 않습니다. 맨발로 뛰놀 수 있고 자동차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노래하며 웃을 수 있는 곳에서 놉니다.


  구백 살 가까운 느티나무는 굳이 천연기념물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구백 살 가까운 느티나무 둘레에서 막걸리이든 소주이든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나무가 왜 우리 곁에 있을 때에 삶이 아름다운가를 알아야 합니다. 나무 한 그루만 천연기념물로 삼을 노릇이 아니라, 온누리 골골샅샅 온갖 나무가 우거지면서 어디에서나 나무 그늘을 누리고 나무가 베푸는 짙푸른 바람을 마실 수 있어야 해요. 우람한 나무 둘레에서 어른들끼리 술판만 벌이지 말고, 우람한 나무 둘레에서 모든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맨발과 맨손으로 나무를 타며 놀 수 있어야지요.


  아이들이 맨발로 놀지 못하는 곳이라면 어른들도 맨발로 일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마음 놓고 드러나워 하늘바라기를 하며 일손을 쉬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싱그러이 노래하지 못하거나 개구지게 뛰놀지 못하는 곳이라면 어른들도 오순도순 모여서 두레나 품앗이를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마음 가득 기쁜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노래잔치나 밥잔치나 마을잔치를 하지 못합니다.


  도서관 한쪽에 커다란 상자를 놓으니, 두 아이가 커다란 상자에 들어가서 저마다 새로운 놀이를 찾아서 놉니다. 자동차 없는 길을 걸어가면서 만화책을 손에 쥡니다. 여름이 저물며 우리 집을 떠나는 제비를 마지막으로 지켜봅니다. 그저 신나게 논둑길을 달립니다. 어느덧 조용히 가을입니다. 4348.8.17.달.ㅅㄴㄹ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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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9-16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백 살이 될 느티나무를 찾아갈 적마다 인사를 하는 모습이...눈에 선하니
참 아름답습니다~~
아이들과 고양이들은 들어가 놀 수 있는 상자를 참 좋아하지요~?^^ ㅎㅎ

숲노래 2015-09-16 23:10   좋아요 0 | URL
저희 집 광에 쌓은 상자도
마을고양이가 사는 집이 되기도 합니다 ㅋㅋㅋ

읍내 느티나무에 자주 찾아가고 싶지만...
술냄새가 너무 나서... 참 버겁습니다... ㅠ.ㅜ

Grace 2015-09-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상자 속에 들어 앉은 아이들,
더구나 자고 있는 아이는 너무너무 귀여워요!
나무타는 아이들, 논길 옆의 책읽는 아이~
온통 이쁩니다.^^

숲노래 2015-09-17 12:25   좋아요 0 | URL
상자에서 자는 척하는 작은아이예요.
눈을 질끈 감는데... ㅋㅋㅋ
큰아이는 논길을 걸으면서 그냥 책을 읽어요
늘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