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로 이룬 집 (사진책도서관 2016.8.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이곳에 도서관이 있어요’ 하고 알릴 만한 간판을 세우려고 합니다. 어떤 글씨를 적어 넣으면 좋을까 하고 여러 날 생각합니다. 며칠 더 생각을 기울이면 즐겁고 재미난 이름이나 말이 떠오르리라 봅니다.


  작은아이가 도서관 골마루 한쪽에 골판종이를 깔아 놓습니다. 골판종이로 작은 놀이집을 이룹니다. 작은아이 혼자서 오롯이 즐기다가 손님을 부르는 놀이집을 스스로 짓고 싶은 마음이네 하고 느낍니다.


  잡지 《전라도닷컴》 2016년 8월호가 나와서 집에 왔습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다루는 광고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창문을 열어 더운 바람을 빼고 시원한 바람을 들입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저희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나는 낫을 들어 도서관 둘레에서 풀하고 등나무를 벱니다. 건물 앞 운동장으로 가는 길을 틉니다. 땡볕에 풀을 베자니 땀방울이 동글동글 맺히면서 뚝뚝 떨어집니다. 날마다 꾸준히 베어 풀길을 내고, 운동장이나 큰나무를 오가는 자리를 시원하게 트자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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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새로 찍기



  서재도서관에서 쓸 봉투를 주문합니다. 그동안 쓴 봉투를 이제 다 썼습니다. 500장을 찍을까 1000장을 찍을까 망설이다가 500장을 주문했는데, 취소하고 다시 1000장을 주문합니다. 이번에는 봉투에 ‘도서관 주소’를 처음으로 넣습니다. 집하고 도서관 주소를 따로 넣었어요. 그리고 서재도서관 이름을 다음처럼 적어 봅니다.



도서관학교 숲노래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숲놀이터



  앞으로 나아가려는 꿈을 고스란히 이름에 새깁니다. 아이들하고 어른들이 함께 배우는 ‘도서관학교’가 되자고, 이 도서관학교는 사진책도서관이면서 한국말사전을 배우는 곳이고, 무엇보다도 숲놀이터가 되도록 하자고 다짐합니다. 히유. 봉투 하나 새로 찍는 데에도 땀을 옴팡 흘립니다. 2016.8.5.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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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타는 놀이터 (사진책도서관 2016.7.3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씩씩해 보이는 두 아이를 이끌고 도서관으로 찾아온 손님이 있습니다. 손님으로 찾아온 두 아이는 처음에 신을 꿰고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우리 집 아이들처럼 신을 벗고 맨발로 뛰어다닙니다. 도서관 바닥은 오래된 학교 골마루이거든요. 쉬지 않고 지치지 않고 마음껏 이리저리 달립니다.


  도서관은 책을 빌려서 읽기도 하는 구실을 하지만, 아이나 어른한테는 마음을 쉴 수 있는 터전 구실을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느 공공도서관이라면 아이들이 뛰거나 달리지 말라고 소리를 높일 텐데, 우리 도서관은 아이들이 맨발로 달릴 수 있는 놀이터 구실을 곧잘 한다고 느낍니다. 다만, 아이들이 지나치게 개구지면 골마루는 그만 달리고 바깥에서 풀밭을 달리라고 해야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도서관에 찾아온 아버님은 아이들하고 나무타기를 합니다. 건물 앞쪽에 제법 오래된 단풍나무가 있어요. 이 나무는 곧게 서지 않고 한쪽으로 가만히 기울었기에 타고 오르기에 퍽 좋습니다. 그동안 아이들끼리 타고 놀던 나무인데 어른이 함께 타니 훨씬 재미나 보입니다. 우리는 놀이터라 하면 으레 아이들만 노는 곳을 생각하지만, 어른도 아이랑 신나게 뛰놀 만한 터전이라면 더욱 예쁘고 멋지리라 느껴요. 아이하고 어른이 사이좋게 살림터 놀이터 이야기터 책터 사랑터를 가꾸는 길을 꿈꾸어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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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와 호비트 (사진책도서관 2016.7.2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시골순이는 바야흐로 나비를 손에 잡아 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눈으로만 지켜보며 살았는데, 시골순이가 책순이가 되어 읽는 책에는 ‘어릴 적에 나비를 잡으며 놀다가 어른이 된 사람들이 쓴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자꾸 읽다 보니 책순이는 나비순이로 놀고 싶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나비를 보면 걸음을 멈춥니다. 나비가 앉은 모습을 보면 살금살금 다가가서 손을 뻗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시골순이는 좀처럼 나비를 못 잡습니다. 이러다가 드디어 한 번 나비를 잡습니다. 한 번 나비를 잡은 뒤에는 퍽 수월하게 나비를 잡으니, 나비순이라는 이름이 걸맞다고 할 만합니다.


  나비를 놓아 준 아이를 불러서 《반지의 제왕》이라는 두툼한 책을 보여줍니다. 책순이는 얼마 앞서 《호비트의 모험》을 읽었습니다. 창비아동문고로 나온 번역책을 읽었지요. 우리 도서관에는 동서문화에서 옮긴 ‘에이브문고’로 《반지의 제왕》이 있습니다. 이 책은 아직 큰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적에 미리 갖추었습니다. 이제 큰아이하고 함께 읽을 만하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책을 건네어 읽어 보라고 하니 “아버지, 내가 읽은 호비트 책하고 이야기가 달라!” 하고 말합니다.


  창비아동문고하고 동서문화사 책은 번역이 다를 뿐이지만 아이로서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느낄 만하기까지 하는군요. 씨앗을뿌리는사람 출판사에서 낸 책을 읽는다면 그 책도 ‘이야기가 다르다’고 말하려나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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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대부 계약 (사진책도서관 2016.8.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고흥교육지원청에 다녀옵니다. 2016년 9월 11일부터 2017년 9월 10일까지 옛 흥양초등학교(폐교) 건물을 빌려서 도서관으로 쓰려는 대부계약서를 쓰기로 합니다. 옛 흥양초등학교 건물을 한 해 동안 빌리면서 내는 삯(대부료)는 세금까지 더해서 1,172,600원이라고 합니다. 다달이 낸다면 작은 돈일 테지만, 한몫에 몰아서 낸다면 목돈일 테지요. 8월 1일에 계약서를 쓰는데, 8월 10일까지 삯을 먼저 내야 하니, 이동안 책을 신나게 팔아서 목돈을 마련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마침 요즈음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 퍽 널리 사랑을 받으니 한 해치 건물삯을 즐겁게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이주에 건물삯을 내고 이듬해 2월에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 보험비를 내야 한다는군요.


  아침에 전화를 받고서 바지런히 아침을 차려서 아이들 먹이고, 빨래도 바지런히 하고, 이모저모 집안일을 마무리짓고 낮 두 시 군내버스를 겨우 잡아타고서 읍내로 나갔습니다. 땡볕이 가장 뜨거울 때에 읍내 버스역에서 교육청까지 이십 분 남짓 걸었는데, 이렇게 걸으며 가만히 생각을 기울였어요. 올해까지 아홉 해째 서재도서관을 꾸렸고, 곧 열 해째 서재도서관을 꾸리는데, 앞으로 어떤 걸음이 되어야 할는지, 이 같은 서재도서관이 맡을 수 있는 구실이 무엇인지, 이 서재도서관이 우리 아이들을 비롯해서 이웃님한테 어떤 ‘도서관학교’ 노릇을 할 만한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땡볕을 걸으니 땡볕을 땡볕으로 느끼지 않으면서 땀도 안 흘렸습니다.


  도서관 어귀에 우뚝 선 아왜나무는 한여름을 맞이해서 잎사귀가 반짝반짝합니다. 마을 어귀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마을 할배 한 분이 줄줄이 심은 배롱나무는 어느새 분홍빛 고운 꽃을 터뜨립니다. 고마운 마음과 고운 마음을 하늘숨으로 여겨 반가이 맞이하자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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