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 사진 (사진책도서관 2016.8.19.)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올여름 우리 집은 부채에 선풍기를 곁들여서 지나갑니다. 선풍기는 팔월로 접어들고서야 비로소 ‘우리 집에 선풍기가 있기는 있었지?’ 하고 떠올라서 비로소 꺼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에어컨 있는 집’이 80퍼센트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는데, 우리 집은 선풍기조차 들이지 않는 집이었습니다. 에어컨을 쓰느라 여름철에 ‘전기세 폭탄’이 터진다고 하는 말들이 많지만, 우리 집하고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예요.


  샨티 출판사에서 낸 《기쁨의 정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즐겁게 읽은 뒤 느낌글을 하나 썼어요. 샨티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놓고 인터넷서점에서 ‘독후감 잔치’를 벌였고, 제가 쓴 글이 뜻밖에 으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부채 하나하고 사진 하나를 받습니다. 부채는 작은아이가 낼름 집고, 사진은 도서관 한쪽에 붙이기로 합니다.


  틈틈이 도서관 둘레 풀을 뽑거나 벱니다. 처음 뽑거나 베면 티가 안 나지만 이 불볕에 ‘뽑히거나 베인 풀’이 마르면 비로소 좀 손을 댔네 하는 자국이 생깁니다. 큰아이가 으레 앉아서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보던 자리에 작은아이가 슬그머니 앉아서 두꺼운 그림사전을 펼칩니다. 자동차랑 비행기가 잔뜩 나오는 해묵은 영어 그림사전이에요. 아이들이 태어나기 앞서 헌책방마실을 하다가 이 영어 그림사전을 보고는 그림결이 참 곱다고 여겨서 장만했는데, 오늘 우리 집 작은아이가 이 그림사전을 몹시 사랑해 줍니다. 작은아이는 앞으로 이 책 줄거리를 알려면 한글도 한글이지만 영어도 배워야겠군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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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다가 보다가 (사진책도서관 2016.8.17.)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도서관 이야기책 〈숲노래〉 열여덟째 권은 지난주에 찍었습니다. 그런데 봉투가 아직 없습니다. 도서관 이야기책과 봉투를 함께 주문했는데 이야기책은 지난주에 도서관에 닿았으나 봉투를 찍는 곳에서는 아직 안 보내 줍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면서 낮이 흐릅니다. 두 아이는 도서관에서 술래잡기하고 숨바꼭질을 하다가 땀을 식히려고 책을 펼칩니다. 이 아이들한테는 ‘책읽기’보다는 ‘뛰어놀기’가 먼저입니다. 언제나 옴팡지게 땀을 흘리고 나서야 비로소 느긋하게 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아쉬울 것 하나 없이 신나게 뛰놀며 몸이 자라야, 즐겁고 넉넉하게 마음을 가꾸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셈일는지 몰라요. 나도 한참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서관 둘레 풀을 뽑고서 등허리하고 팔다리를 쉬려고 책을 손에 쥡니다. 이제 바람이 제법 시원합니다. 여름 막바지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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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 생각 (사진책도서관 2016.8.1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인천에서 사진책도서관을 할 적에는 간판을 건물 바깥벽에 붙였습니다. 2011년에 고흥에 깃들어 2016년까지 살아오는 동안 이곳에서는 아직 간판을 내걸거나 붙이지 못했습니다. 이제 간판을 내걸 수 있기에 어떻게 간판을 세우면 좋을까 하고 생각을 기울입니다. 푯말을 박을는지 건물 벽에 붙일는지 여러모로 생각해 보는데, 폐교에 있던 세움판이 눈에 뜨입니다. 아마 궤도를 이 세움판에 걸쳐서 아이들을 가르쳤을 테지요. 세움판에 대고 바로 글씨나 그림을 넣을까 싶기도 하다가, 종이에 따라 글씨나 그림을 넣어서 못으로 박을까 싶기도 합니다.


  낮에 아이들하고 빨래터와 샘터를 치우고 쉬다가 그만 사진기를 바닥에 떨어뜨려서 후드가 깨졌습니다. 후드는 깨졌어도 렌즈는 안 다쳤어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후드이지만 후드가 제 몸을 바쳐서 렌즈하고 사진기를 지켜 주었어요. 고마운 일입니다. 다음에 서울마실을 하면 렌즈 후드를 새로 장만해야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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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반 얹기 (사진책도서관 2016.8.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큰아이가 도서관 책상맡에 이것저것 잔뜩 올려놓기에 책을 올려놓고 읽기에 번거롭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큰아이가 자주 앉는 책상맡에 있는 책꽂이 사이에 나무받침을 대어 선반을 얹어 봅니다. 작은아이가 으레 앉는 책상맡에도 선반이든 다른 재미난 받침대를 재미나게 붙일 생각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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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쇄 (사진책도서관 2016.8.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책을 한 권 써서 3쇄를 찍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유월 끝무렵에 낸 사전 한 권을 어느덧 3쇄를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잘 되었고 고마운 노릇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한결 넉넉히 이웃님한테 선물로 부칠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여느 때에 나한테 책을 선물로 보내 주신 이웃님이 여럿 있습니다. 재미나며 고운 이웃님이 계신데, 시인인 이웃님이라든지 사진가인 이웃님이라든지 책지기(출판사 편집자나 대표)인 이웃님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더러 이녁 땀과 사랑이 밴 책을 보내 주시는데 나는 마땅히 보내 줄 만한 뭔가가 없었어요. 두 달 반 만에 3쇄를 찍은 책을 봉투에 넣어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로 갑니다. 택배값 4000원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1쇄를 찍을 무렵에는 우체국 택배값 4000원에 손을 벌벌 떤 나머지 인터넷서점을 거쳐 책을 선물했지만, 3쇄를 찍은 얘기를 들은 오늘은 책 안쪽에 연필로 내 이름을 적고 짤막하게 글월도 넣어서 땡볕을 신나게 받으며 우체국으로 달려가서 책을 부칩니다.


  우리 도서관 한쪽에 놓은 낡은 자전거 페달을 쓰다듬습니다. 열 해 남짓 내 발이 되어 주던 페달 두 짝 가운데 한 짝을 챙겨서 도서관에 두었어요. 앞으로 4쇄도 40쇄도 400쇄도 찍어서 마을 할머니랑 할아버지한테까지 이 사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또 고흥 시골마을 어린이랑 푸름이한테도 선물할 수 있기를 꿈꿉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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