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길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서울에서 먼 길을 달려서 도서관학교로 찾아온 손님한테 여러 가지 사진책을 펼쳐서 보여줍니다. 어느 사진책은 오래도록 손길을 타면서 겉종이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 사진책은 빳빳한 기운이 어느새 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도서관학교로 찾아와서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여러 갈래 책을 살피시는 분들은 책 한 권마다 이녁 손길을 남기면서 다른 책손한테 이녁 기운을 살며시 이어 준다고 느낍니다. 여럿이 돌려 읽으면서 여럿이 생각을 키우고, 저도 책손 곁에 서거나 앉아서 함께 그 사진책 하나를 되읽으면서 새삼스러운 숨결을 물려받습니다. 책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 손길이 묻어나는 마음이 흐르는 길이지 싶어요. 작은아이는 폭신걸상에 작은 그림책을 하나하나 펼치면서 놉니다. 앞마당에서 돌을 주워서 놀기도 하고, 돌로 시멘트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 놀기도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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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사흘에 걸친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에 돌아왔습니다. 사흘 동안 서울에서 거의 쉬지 않고 돌아다녔으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릎을 쉬어 줍니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밝은 저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이들하고 도서관에 갑니다. 겉옷을 잘 챙기고 천천히 노래하면서 어두운 길을 걷습니다. 자동차도 사람들 발길도 없는 시골길을 조용히 걷습니다. 큰아이는 만화책을 무릎에 얹고, 작은아이는 작은 자전거를 끌면서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누빕니다. 작은아이는 자전거를 끌며 놀다가 작은 그림책을 누나처럼 무릎에 펴서 읽습니다. 나는 월요일이 밝으면 우체국에 가서 부칠 책을 꾸립니다. 월요일에 열 곳에 책을 부치려 하니 미리 챙깁니다. 이주에는 도서관 이야기책도 하나 엮을 생각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작은아이한테 얘기합니다. “어두운 길을 걷기가 무섭니?” “아니.” “왜 안 무서울까?” “다 보여서?” “어두운 곳에서는 어두운 빛을 볼 수 있어. 밝은 데에 있다가 어두운 곳에 가면 그냥 어두움이 있을 뿐이야. 10초만 가만히 있어도 어두움을 잘 볼 수 있어.” 반달이지만 무척 밝습니다. 달 둘레로 하얗게 빛띠가 보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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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겨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문득 마음속에 바람이 붑니다. 책꽂이 자리를 또 옮기자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자리로 쓰는 건물은 예전 초등학교 건물이고, 이 옆에는 천장이 무너지는 예전 유치원 건물이 있어요. 예전 유치원 건물에는 스무 해 넘게 낡삭는 헌 책걸상이 있습니다. 헌 책상을 살펴서 넷을 들고 옵니다. 걸레로 닦고 말립니다. 이러고서 이 책상에 다용도장 책꽂이를 올려 봅니다. 우리 도서관은 처음에 깃들 무렵만 해도 워낙 오래 빈 폐교였던 터라 곳곳에 비가 새고 곰팡이가 피었어요. 요새도 아직 비가 새지만 곰팡이는 예전처럼 피지 않아요. 우리가 늘 들락거리면서 이곳을 찾는 책손이 있으니 곰팡이가 차츰 줄어드는구나 싶어요. 바지런히 창문을 여닫고 문도 여닫으니까요. 그래도 책꽂이가 나뭇바닥에 댄 채 있으면 곰팡이가 생길까 싶어, 책상을 놓고서 바닥을 높이 띄웁니다. 이러면 아래쪽 자리가 아쉽지만 이 폐교 건물을 몽땅 뜯어고치기 앞서까지는 이런 모습으로 책꽂이를 다시 옮겨야지 싶어요. 며칠에 걸쳐 천천히 책을 다시 옮기고 책꽂이를 매만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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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빛 (도서관학교 일기 2016.11.1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가을에도 겨울에도 포근한 고흥은 가을 잎빛이 느즈막히 물듭니다. 우리 도서관학교에 깃든 나무도 느즈막히 물들어 고운 빛잔치를 더 오래 누릴 수 있습니다. 이곳이 오래된 폐교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지킬 수 있던 나무를 바라봅니다. 이 오래된 폐교에 오래오래 깃들면서 앞으로도 오래오래 숨쉬며 자랄 나무를 바라봅니다. 이 나무가 있기에 바람이 한결 싱그러울 수 있고, 마을도 더욱 포근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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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6-12-0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노래님 아이들은 이 멋진 사진 덕에 어린 시절을 추억할 거리가 정말 많겠어요

숲노래 2016-12-09 10:59   좋아요 1 | URL
말씀 고맙습니다.
그러네요!
이 사진들이 아이들한테 멋진 선물이 될 수 있네요.
늘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대목을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네요.
거짓말 아닌 참말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진들이
아이들한테도 멋진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 보아야겠어요 ^___^
 


 새책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1.)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새책이 고흥에 닿습니다. 스토리닷 출판사에서 펴내 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받아서 도서관학교로 옮깁니다. 이 책시렁 저 책시렁에 보기 좋도록 얹어 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바지런히 봉투질을 합니다. 도서관학교 평생지킴이한테 부칠 책을 싸고, 새로 나온 책에서 다룬 ‘고운 책을 펴내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어 준 출판사’ 앞으로도 한 권씩 부치기로 합니다. 봉투에 담은 책이 스무 권 즈음 되니 꽤 묵직합니다. 이 묵직한 책짐을 자전거수레에 싣고 면소재지로 나르자니 꽤 힘들겠구나 싶어서, 아이들은 집에서 놀라고 이른 뒤 혼자 자전거를 몹니다. 그런데 오늘 따라 바람이 몹시 모집니다.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다녀오는 10킬로미터 길인데, 자전거 발판질을 하느라 등판이 땀으로 젖습니다. 마당에 자전거를 세우고 빨래를 걷어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을 짓습니다. 새로 낸 책을 찬찬히 돌아볼 겨를이 없이 바쁘게 하루가 흐릅니다. 이 도톰하면서 이쁘장한 새책을 읽을 이웃님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새로운 숨결을 북돋아 새로운 살림을 사랑스레 가꾸는 마음이 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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