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네 손에 새 숨결이



  새로 자라는 숨결이 네 손에 있네. 우리 집 흙내음을 맡아 봐. 네가 꽃삽으로 늘 파대는 바로 그 흙이야. 그 새까만 흙이 씨앗이 싹트도록 도와주지. 무엇이든 알뜰히 길러 주고, 언제나 짙푸른 숲을 가꾸어 준단다. 우리는 흙을 잘 돌보면서 사랑해 주면 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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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가 앞장서 달릴 테야



  아무도 산들보라하고 내기나 겨루기를 하자고 하지 않으나, 산들보라는 가장 앞장서서 달리고 싶다. 콩콩콩 가벼운 발놀림으로 기운차게 앞장서서 달린다. 뒤에서 따라오든 안 따라오든 대수롭지 않다. 오직 앞만 바라보면서 마음껏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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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아직 까치발



  사름벼리는 아직 까치발을 한다. 그러나 산들보라는 아직 까치발을 해도 닫지 않는 데가 많다. 사름벼리는 까치발을 하지 않더라도 잡거나 닫는 데가 많지만, 혼자 밥을 푸거나 국을 뜰 적에는 까치발을 한다. 작은 걸상을 딛으면 까치발을 안 해도 되지만, 스스로 까치발을 한다. 이 까치발도 머잖아 더 볼 수 없을 테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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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밥 먹다가 장난돌이



  밥 먹다가 자꾸 장난을 치려는 산들보라. 밥은 다 먹고서 놀면 안 될까 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하지만, 작은아이는 좀처럼 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주 배고픈 때에도 서너 숟갈을 먹고서 어느 만큼 배를 채우면 슬금슬금 장난을 치면서 놀려고 한다. 네 삶에는 온통 놀이만 있을 테지. 그래도 네 삶에 밥도 잠도 꿈도 사랑도 모두 담을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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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흙을 밟았어



  자전거마실을 하다가 나락꽃을 보던 산들보라가 아주 좁은 논둑을 거닐면서 말한다. “나, 흙을 밟았어.” 그래, 네가 흙을 밟았네. 그런데 흙이 있는 땅이 아주 좁네. 시골에 살면서도 여기도 저기도 온통 시멘트로 덮어 놓아서 흙을 밟기가 매우 어렵네. 용케 이 자리는 흙이 남아서 네가 흙을 밟을 수 있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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