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편지순이



  두 아이는 오토바이나 짐차 소리를 아주 잘 알아챈다. 시골 고샅을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워낙 적기 때문인데, 시골에서는 오토바이도 짐차도 군내버스까지도 꼭 때에 맞추어서 드문드문 지나간다. 이 가운데 오토바이는 우체국 아저씨 오토바이요, 짐차는 택배 짐차이며, 군내버스는 읍내로 가는지 읍내에서 들어오는지 아이들도 훤하게 안다. 이리하여 마당에서 놀던 사름벼리는 우체국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는 후다닥 대문으로 뛰어가서 문을 연 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는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다. 그리고 글을 읽을 줄 아니까 누구한테 온 편지인지 살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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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가 흙 떠 왔어



  마당에서 흙놀이를 하려고 흙을 떠 오는 사름벼리. 그런데 너 흙을 어디에서 떠 오니? 우리 집 뒤꼍에도 흙이 있고 마당에도 흙이 있는데 어디에서 떠 오려나. 집 바깥으로 나가서 조금씩 뜨는 흙이 재미있지? 그래서 일부러 마을을 한 바퀴 빙 돌면서 흙을 뜰 테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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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밥을 먹다가



  산들보라는 밥을 먹다가 자꾸 새 놀이를 찾는다. 아주아주 배고플 적에만, 그야말로 몹시몹시 배고플 적에만 밥그릇을 다 비우도록 엉덩이가 무겁지만, ‘아주 배고프’기만 하거나 ‘몹시 배고플’ 적에는 서너 숟가락이나 한두 숟가락만 입에 물고서 이내 놀이를 찾는다. 이렇게 놀고 싶고 장난꾸러기인 아이가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며 날마다 방실방실 웃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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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5-10-21 12:09   좋아요 0 | URL
생야채, 생마늘, 생멸치~
어린 아이의 반찬이라고는 보기 어려운데,
그래도 이 귀여운 아이는 반찬 투정 하지
않아 보여요~
짭조름하고 쫀득한 햄도 구워서 같이 상에
올려 주고 싶은 마음이 그득해져요.ㅎㅎ

숲노래 2015-10-21 23:46   좋아요 0 | URL
햄구이는... 일산 할머님이
가끔 해 주시기는 하는데
저로서는... 한 해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반찬이네요 ㅋㅋㅋ
그래도 곧 한 번 해 보아야겠습니다 ^^
 

산들보라가 먼저 달려야지



  달리기놀이를 마친 두 아이가 자전거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문득 산들보라가 배시시 웃으면서 달음박질을 한다. “내가 먼저 달려야지.” 산들보라는 누나가 딴데를 보는 사이에 먼저 앞장서서 달린다. 누나가 따라잡지 못하기를 바라며 달린다. 곧 누나한테 따라잡히지만, 두 다리로 두 아이는 신나게 웃음놀이를 짓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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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사진에 찍히고 싶어



  자전거수레에 앉으려던 산들보라가 안 않고 기다린다. 왜 그러나 싶었더니, “아버지, 보라도 사진 찍어 주셔요.” 하고 말한다. 저번에 수레에 먼저 앉으면 안 찍는다고 했더니 수레에 안 앉고 기다린 셈이네. 저번에는 수레 안쪽이 어두워서 안 찍었지. 왜냐고? 겨울에는 해가 길게 누우면서 네가 선 자리 뒤쪽에서 비추니까 수레에 앉으면 안팎 빛결이 너무 벌어져서 사진을 못 찍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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