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가니까 누나야 기다려



  누나가 앞장서서 달려도 산들보라는 더 악이나 떼를 쓴다. 다만, 요새는 “누나야, 기다려!” 하고 부른다. 때로는 “벼리야, 기다려!” 하고 부르는데, 이때에 큰아이는 “벼리야가 아니지, 누나야라고 해야지.” 하고 바로잡아 준다. 그나저나 너희는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아버지는 뒤에, 한참 뒤에 놔두고 너희끼리 저 멀리 앞장서서 갈 셈이니. 너희 아버지는 안 기다려 줄 셈이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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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춤추듯이 달리지



  춤추듯이 고샅을 달리는 사름벼리가 목소리를 높여서 아버지를 부른다. 절뚝절뚝 걷는 아버지는 웃는 놀이순이를 마주보며 빙그레 웃는다. 발걸음이 가벼운 놀이순이는 씩씩하면서 야무지게 한 발씩 새로 딛고, 언제나 기쁜 하루를 마음껏 짓는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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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가 까마중을 먹을 적에



  누나가 훑어서 준 까마중을 받아서 한입에 털어넣는 산들보라. 맛있니? 맛있지? 해마다 처음으로 까마중을 먹을 적에는 무슨 맛이냐 하면서 고개를 홱홱 돌리지만, 하루 먹고 이틀 먹는 사이 어느덧 까마중 맛이 그리워서 온 마당을 살펴서 까마중을 훑는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다시 먹는다. 까마중이 어떤 맛인지 아니? 먹고 먹고 또 먹으면, 자꾸자꾸 다시 꽃이 피고 또 피면서 아이들한테 신나는 주전부리를 베푸는 놀랍고 사랑스러운 맛이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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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9-27 10:20   좋아요 0 | URL
흐흐흣^^ 표정이 아주 압권!^^

숲노래 2015-09-27 11:05   좋아요 1 | URL
아이들은 얼굴이 참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그장소] 2015-09-27 11: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인생 쓴맛 단맛..다 아는 듯한..아휴!^^ 완전 귀여움~^^
달관이랄정도..ㅎㅎㅎ

숲노래 2015-09-27 13:40   좋아요 1 | URL
아이들도... 그런 것쯤 다 알리라 느낍니다 ^^;;

[그장소] 2015-09-27 13:49   좋아요 0 | URL
음..그럼요.저들세계에..전부는 또 그만한 것 이죠!

숲노래 2015-09-28 05:27   좋아요 1 | URL
한가위가 지나가는 새로운 하루에도
언제나 모든 아름다움 누리셔요 ^^
 

사름벼리가 가장 좋아하는 달리기



  사름벼리는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사름벼리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달리기, 다음은 책 보기.” 셋째하고 넷째도 있는데 잘 안 떠오른다. 다음 것을 못 떠올리니 미안하네. 다음에 아이한테 다시 물어야겠다. 달리기를 가장 좋아하니, 이 아이가 마음껏 달리면서 땀을 낼 수 있도록 우리 집은 마당도 들도 아주 넓게 가꾸어야지. 저 먼 땅끝이 보일 만한 데까지 숲길이나 들길인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으면 사름벼리가 신나게 달릴 수 있으리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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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어디에서나 잘 놀아



  우리 마을 어귀에 정자가 하나 생겼다. 이웃마을에도, 또 이곳저곳에도 자꾸 정자가 생긴다. 옛날과 달리 정자가 생긴다고 해서 이곳에서 노는 마을 어르신은 아무도 없다. 참말 아무도 없다. 모두들 마을회관에서 느긋하게 드러눕기도 하고 화투도 하고 술도 한잔 하고 밥도 끓여먹고 하신다. 길가에 다른 사람한테 훤히 내다 보이는 자리에서 노는 어르신은 아무도 없다. 쓰거나 앉거나 쉬는 사람 하나 없는 ‘번드레레한 마을 정자’는 니스 냄새가 아직 빠지지도 않는다. 우리 식구조차 이 정자에서 놀 일이 없지만, 모처럼 도시에서 이웃님이 찾아오셨기에 정자에 깃들어 본다. 놀이순이는 이곳에서 니스 냄새가 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새롭고 재미난 놀이터이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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