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
나들이를 가는 길에 산들보라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야말로 앞만 바라보며 달리기에, 이 아이는 혼자 저만치 앞선다. 그래, 네 마음에는 두려움이란 없구나. 네 마음에는 아쉬움이란 없구나. 좋아, 그렇게 언제나 신나게 달리렴. 너를 둘러싼 고운 숨결은 언제나 네 곁과 뒤와 둘레에서 가만히 지켜보니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사름벼리는 너른 들길을 춤추며 달려
마실을 간다. 나는 뒤에서 걷고, 두 아이는 멀찌감치 앞장서서 달린다. 시골순이는 벌써 저만치 앞서 달리고, 시골돌이도 누나 뒤에 따라붙는다. 아이들하고 발걸음을 맞추어 달릴 수 있고, 느긋하게 뒤에서 지켜볼 수 있다. 가끔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시골순이 사름벼리가 얼마나 재미나게 춤추면서 들길을 달리는가를 더욱 환하게 느낀다. ㅅㄴㄹ
산들보라 마음속은 어떠할까
인천 큰아버지네에 나들이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아침에 산들보라는 베개에 턱을 받치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너는 누구를 보니? 너는 무엇을 보니? 너는 어디를 보니? 네 마음속은 어떠한 숨결이 흐르니? 아이들 눈을 보며 단추 같다고 말하는 어른이 많았는데, 우리 집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왜 단추 같다고 하는지 어렴풋이 알 만하다. 이 단추알을 거쳐서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이야기를 헤아린다. ㅅㄴㄹ
사름벼리는 동생을 이끌면서
사름벼리는 동생을 이끌면서 마을 한 바퀴를 돈다. 동생은 누나를 좇으면서 마을 한 바퀴를 재미나게 돈다. 동생은 혼자서 마을 한 바퀴를 돌기도 하지만, 누나가 이끄는 대로 여기를 기웃거리고 저기를 기웃거리면서 한결 재미있다. 누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아는 멋진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니까. ㅅㄴㄹ
산들보라 먼저 달려서 조금 쉴게
혼자 저 멀리 앞장서서 달리며 놀던 산들보라가 문득 뒤를 돌아보더니 누나도 아버지도 콩알만 하게 보이니 논둑에 폭삭 주저앉는다. 살찍 힘이 드나? 웬만해서는 자리에 앉을 생각을 안 하는 아이가 폭삭 주저앉아서 쉬는 양을 보니 재미있다. 그러나 누나도 아버지도 차츰 가까이 다가오니 어느새 다시 일어나서 논둑길을 달린다. 너희는 참 멋진 아이들이야.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