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가 눈길을 달려서



  읍내마실을 다녀오는 날이면 언제나 사름벼리가 앞장서서 달려간다.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 아버지는 늘 짐가방이 묵직하고 손에는 천가방도 드는데다가 으레 동생을 품에 안으니까, 큰아이가 씩씩하게 먼저 달려가서 대문을 열어 주고는 기다린다. 눈발이 날리는 겨울에 사름벼리는 한결 기운차게 달리면서 눈을 먹는다. 너희들하고 함께 지내며 날마다 얼마나 기쁜지 몰라.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는 흙 파면서 놀지



  산들보라는 흙 파면서 놀지. 흙 파는 놀이가 재미있으니까. 흙 파는 놀이가 재미있어서 추위도 잊으니까. 흙 파는 놀이에 옴팡 빠져들어서 해가 꼴깍 넘어가는 줄도 잊으니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 시곗바늘 소리 들으려고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자그맣게 울린다. 산들보라는 바늘시계에 귀를 대고는 “시곗바늘 소리 들으려고” 하고 읊는다. 시계에 귀를 대니 소리가 한결 잘 들리니?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는 너한테 어떻게 들리니?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름벼리는 파란하늘을 안고서



  이 겨울에 우리는 새파란 하늘을 온몸으로 안으면서 논다. 걸으면서 놀고, 달리면서 놀지. 하늘을 보며 놀고, 노래하며 놀지. 무엇을 하든 놀이가 된다. 무엇을 해도 파란하늘이 베푸는 숨결을 먹는다. 이곳에서 오늘 서로서로 바라보면서 들길마실을 누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 버스 좀 봐 봐



  읍내에서 장만한 작은 장난감 버스를 한손에 쥐고 한팔을 붕붕 휘젓는다. “나 좀 봐 봐. 버스가 날아. 휘유우우웅.” 버스도 날고, 이 버스를 날리는 너도 함께 날고, 너를 지켜보는 모두 다 날면서 오늘 하루를 노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