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는 눈도 잘 쓸지
네 살 적부터 눈쓸기를 한 사름벼리는 비질도 잘 하지. 척척척 깔끔하게 빗자루를 놀린다. 사름벼리가 일손을 알뜰히 거들기에 언제나 수월하게 살림을 건사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 야무진 손길을 고이 가꾸어 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산들보라는 눈을 자꾸 먹어
산들보라는 우리 집 둘레로 소복히 쌓인 눈을 만난 적이 아직 없다. 누나처럼 손이 꽁꽁 얼도록 눈밭을 뒹굴어 본 적이 이제 처음이다. 이리하여 산들보라는 눈맛을 보면서 눈을 사귀고 싶다. 두 손 가득 눈을 뭉쳐서 들여다보다가 얼굴을 폭 파묻으면서 눈을 냠냠 먹어 본다. ㅅㄴㄹ
사름벼리는 모자순이가 되어
사름벼리는 모자순이가 되어 돌을 밟고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그다지 안 춥다고 할 적에 겉옷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망설이던 사름벼리는 겉옷에 달린 모자를 머리에 얹고서 팔을 빼고 다니면 무척 홀가분하면서 재미있는 줄 알아차렸다. 겨울바람이 아무리 싱싱 불어도 시골순이가 노는 몸짓은 끄떡없지. ㅅㄴㄹ
산들보라는 달걀말이 바삐 먹으며
산들보라는 맛난 밥을 먼저 먹는다. 산들보라는 눈앞에 보이는 가장 맛나 보이는 것부터 집어서 먹는다. 산들보라는 가장 기쁜 숨결을 제 마음속에 담으면서, 가장 맛있는 밥을 제 몸에 받아들여서 가장 신나게 뛰어놀고 싶다. ㅅㄴㄹ
산들보라는 장갑에 붙은 눈을 털어
한밤에 눈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아주 신이 나서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밤새 눈놀이만 하도록 둘 수 없기에 그만 눈을 털고 들어오렴 하고 말한다. 산들보라는 장갑에 들러붙은 눈얼음을 털려고 애쓰는데 눈얼음은 장갑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포근한 고장인 고흥에서 바닥에 살짝 깔릴 듯 말 듯한 눈으로도 신나게 노는 아이들한테 이 겨울은 하얀 빛깔로 곱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