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눈을 기다렸어



  고흥에서는 눈을 목빠지게 기다려도 눈이 좀처럼 찾지 않는다. 모처럼 눈이 찾아와도 드문드문 떨어지다가 마는 싸라기이기 일쑤이다. 이런 싸라기라도 맨몸으로 받다가 우산으로 받으면서 놀고 싶다. 마당에서 우산을 펼치면서 빙글빙글 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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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유자알로 놀이



  사름벼리더러 통에 받은 유자알을 바깥물꼭지 있는 데로 옮겨 달라 하니까, 산들보라가 “내가! 내가! 내가 할래!” 하더니, 통을 들고 가지 않고 두 손에 한 알씩 쥐고 오르락내리락했다. 큰아이는 일손을 거든다는 생각이었다면, 작은아이는 놀이를 한다는 생각이었다. 산들보라는 뒤꼍을 오르락내리락 달리면서 히죽히죽 헤헤헤 하하하 웃는다. 멋진 시골돌이요 유자돌이를 바라보면서, 나도 어릴 적에 심부름을 하면서 이렇게 빙글빙글 웃고 놀았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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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는 유자알을 잘 받아 주지



  아버지가 유자나무에 매달려서 유자알을 따면, 사름벼리가 통에 유자알을 받아 준다. 사름벼리는 언제나 심부름을 잘 해 주고, 살림도 잘 돕는다.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면서 힘살도 더 붙는 사름벼리는 이듬해 봄에는 더 튼튼한 시골 일꾼이 되리라 느낀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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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17 15:09   좋아요 0 | URL
유자 부러워요.
아이가 줍고 받고 만지고
그렇게 만들겠네요.
유자차

숲노래 2015-11-17 16:11   좋아요 0 | URL
네, 아버지가 칼질을 하는 곁에서
두 아이는 내내 소꿉놀이를 하면서
온몸에 유자내음을 받아들였어요 ^^
 

사름벼리는 버스에서 방송에 찍힌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사름벼리는 방송에 찍힌다. 방송국 사람들은 군내버스에 함께 타고서 움직인다. 언제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놀이로 바꿀 줄 아는 사름벼리는 방송 찍히기도 놀이로 바꿀 수 있을까. 그냥 재미나게 노는 우리 삶으로 여기자. 우리가 살면서 이 군내버스에서 방송국 이웃님하고 놀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니. 4348.11.1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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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는 버스 기다리며 놀아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있을 우리 아이들이 아니다. 이리저리 달리고 뛰고 길턱을 걷고 도랑물 흐르는 데를 쳐다보면서 바쁘다. 그래 그래, 마음껏 뛰고 움직이면서 놀아야지. 그래야 놀이돌이답고 시골돌이답지. 4348.11.1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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